'여대 침입' 여장남자 구속신청 반려…애초에 무리수?
경찰 신청한 구속영장 검찰 안 받아들여
"초범, 임의제출, 휴대폰 특이사진 없어"
일각서 "이 정도에 구속영장 신청?" 비판
19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경찰서가 A씨를 상대로 신청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14일 오후 여장을 한 채 용산구 숙명여대의 한 강의동 건물에 들어간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112 신고를 받아 출동해 A씨를 붙잡은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반려했다.
경찰은 A씨를 구속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봤지만, 검찰은 그럴 만한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던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초범이었고 휴대전화도 임의 제출했다. 휴대전화는 디지털포렌식을 하도록 했는데, 이미 제출한 휴대전화를 봤을 때 이상한 사진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반려 사유가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자체가 판단한 무리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A씨 혐의에 대한 조사와 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인신 구속을 할 정도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관점이다. '초범, 임의제출, 휴대전화 속에 사진 등이 없었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이 반려된 점에 비춰볼때 영장 신청 자체를 비판할 지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기 지역 30대 직장인 여성 장모씨는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관련 범죄를 저지를 경우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여장하고 여대에 들어간 것이 구속까지 시킬 정도의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한 인권운동 활동가는 "경찰과 검찰은 각각 그 나름의 이유을 두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도 "개별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전반적으로 영장이 과도하게 신청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 변호 경험이 있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경찰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등의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크게 봤던 것 같다"면서도 "여장을 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는 것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정도의 범죄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의 한 여성 변호사 또한 "구속영장까지 신청할 정도의 문제인지는 의문"이라며 "다양한 사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여장을 했다고 해서 모두 나쁘게 볼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증명돼야 할 텐데, 여장하고 여자 대학 화장실을 들어갔다는 정도로는 과거 같으면 경범죄 정도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보더라도 조금 과도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서초동의 다른 여성 변호사도 "경찰 입장에서는 성폭력 범죄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 같다"면서도 "사진도 발견되지 않았고 다른 행위도 없었다고 한다면 다소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한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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