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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최악 한일관계, 그래도 '문화는 건드리지말자'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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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05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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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 최대의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됐다. 한·일 문화 교류에도 이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K팝을 중심으로 한 일본 내 한류에는 아직 악영향이 미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은 언제 급변할지 모른다. 특히 국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일본의 문화상품에도 거부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는 11월2일 오후 6시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한다. 2017년 단독 내한공연이 매진되는 등 한국에서 상당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인간 본성을 짚고 위로의 메시지는 던지는 밴드인데다가, 친한 성향의 밴드여서 아직 큰 거부감은 없다.

8월3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보사노바, 애니메이션을 만나다'에 출연 예정인 일본 보사노바 듀오 '나오미 & 고로' 역시 국내에서 호감도가 높아 이상 조짐은 없다.

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일부 대중의 돌발행동이다. 지난달 예술의전당에서 일본 밴드가 공연했는데 객석에서 무대를 향해 일본인 비하 발언을 했다는 설이 퍼졌다. 공연기획사는 객석이 아닌 무대 뒤에서 공연을 제작했기 때문에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문제의 장면이 담긴 영상도 없다. 다행히 공연은 별 탈 없이 끝났다.

하지만 이런 설이 퍼지는 것 만으로도 일본 예술가의 국내 공연은 위축될 수 있다. 문화까지 적대시하는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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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카이노 오와리
그룹 '트와이스' '아이즈원'에 포함된 일본인 멤버에게 과한 악플을 일삼는 것도 상식 밖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에서 데뷔한다는 이유 만으로 일본 가수 루안의 기사에는 막무가내식 댓글들이 달렸다. 

한류 관계자는 "K팝 아이돌이 일본에서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데, 그들에 대해 현지에서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면 우리 국민의 마음이 어떻겠느냐"면서 "일본 일부의 정치적인 선동으로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짚었다.

공연계는 국민감정을 부치기지 않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다룬 뮤지컬로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10주년 앙코르 공연 중인 '영웅'이 보기다. 올해 초부터 일찌감치 예고된 공연이다. 하지만 시기가 맞물리면서 반일 마케팅도 가능했다. 그럼에도 하던대로 공연의 완성도에만 충실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9월 대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인 서울시예술단 통합창작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도 민족주의를 앞세우기보다는 한 인간의 삶에 주목한다. 한국의 독립군 연합 부대가 크게 승리한 봉오동전투를 이끈 홍범도(1868~1943) 장군 등을 다룬 작품이다.

한·일은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아베 스캔들'을 연상시키는 사회비판적 내용을 다룬 일본 영화 ‘신문기자’가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고, 이 영화의 주연인 한국배우 심은경의 연기력도 현지에서 호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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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주연 일본 영화 '신문기자'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여전히 일본 서점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조 작가는 이달 말 일본에서 현지에서 번역가, 독자와 대화하는 자리도 예정하고 있다.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는 클래식음악계 관계자는 "한일 사이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뉴스에 나오면 일본 연주자들이 알아서 가려주거나 한다"면서 "많은 배려를 해주고, 전혀 어색하게 대하지 않는다. 음악으로 교류를 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 것과 관련,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일본 언론도 많다.

일본을 자주 오가는 가요계 관계자는 "문화가 감정적인 것에 호소하는 분야지만, 최근 한일 관계에서는 이성을 가지고 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악의 한일 관계를 화해시켜줄 암묵적인 발판이 돼 줄 것이 문화다. 어른들은 정치적으로 반목하지만, 젊은이들은 양국 문화에 친근감이 상당하다. 문화는 한일 미래의 가교"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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