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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 재현 공연에 文대통령 착잡…김정숙 여사도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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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0-16 18:00:25
文대통령 "유신독재 폭력으로 인권 유린 피해자들에게 사과"
부마항쟁 발발 당시 2차 사법시험 준비 매진에 대한 부채의식
文대통령, 다시 그려낸 부마항쟁 공연 보며 입 꾹 다문채 집중
항쟁 참여자 옥정애 씨 눈물에 김정숙 여사도 눈시울 붉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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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교에서 열린 제40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 눈물을 흘리는 옥정애 마산시위 참여자를 위로하고 있다. 유신 독재 체제에 저항해 부산과 마산(현 창원시) 일대에서 시작한 민주화 운동인 ‘부마민주항쟁’은 올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2019.10.16.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홍지은 기자 = 올해 처음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부 주관으로 열린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유신독재 폭력에 맞서 부산과 마산 일대에서 들끓었던 1979년, 2차 사법시험 준비로 눈과 귀를 닫고 세상과 단절한 채 학업에 열중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부채 의식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듯했다. 청년 문재인으로 느꼈을 시대적 아픔을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사과하며 국가 폭력의 부당함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풀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역사책에서만 회자되던 부마민중항쟁의 정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 모든 국민이 함께 그 정신을 기릴 수 있도록 했다.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함께 오랜 숙원이었던 10월 부마민주항쟁까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데 대한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16일 마산 민주항쟁의 발원지인 경남대학교에서 열린 부마항쟁기념식에 찾아 정부를 대표해 피해자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유신독재의 가혹한 폭력으로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 모두에게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기념식이 진행되는 중에도 문 대통령 얼굴에 그늘이 떠나가지 않았다. 경남대학교 재학생들과 배우들이 항쟁 모습을 재현하자 문 대통령은 입을 꾹 다문채 공연에 집중했다. 마치 40년 동안 쌓아온 마음의 빚이 고스란히 얼굴에 투영되는 듯 했다.

부마항쟁이 발발한 1979년 10월, 문 대통령은 같은 해 1차 사법시험을 통과한 후 2차 합격 준비에만 매진했다. 군 탱크가 시위대를 깔아뭉갰다는 등 소문이 흉흉했지만, 문 대통령은 세상과 단절한 채 고시 공부에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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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6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교에서 열린 제40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 내빈들과 함께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유신 독재 체제에 저항해 부산과 마산(현 창원시) 일대에서 시작한 민주화 운동인 ‘부마민주항쟁’은 올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2019.10.16. dahora83@newsis.com
유신독재 폭력에 맞서 싸웠던 시민들과 함께 하지 못한 데 대한 부채의식이었을까. 공연 단원들이 "유신철폐, 독재타도"라고 외치자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옆에 앉아있던 부인 김정숙 여사는 눈을 질끈 감은 후 긴 숨을 내쉬며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전에는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에서 활동하고 지역에서 열린 기념식에도 참석해 자리를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부마항쟁과의 아찔한 인연 역시 문 대통령 마음의 무게를 가중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복무했던 제1공수여단 제3대대가 실제 부산 항쟁 진압군으로 투입되면서 자칫하면 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역할에 동원됐을지도 모른다는 아찔함은 그의 저서에도 잘 녹여져 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묻는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저서에서 "제대하고 난 뒤 부마항쟁 때 제가 있던 부대가 부산에 투입됐다"며 "거기에 제 후임병, 조수였던 친구가 진압부대로 왔다. 제가 조금 늦게 군대생활 했다면 또 어떤 운명 됐을지 아찔하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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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16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교에서 열린 제40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 피해자 증언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옥정애 마산시위참여자.유신 독재 체제에 저항해 부산과 마산(현 창원시) 일대에서 시작한 민주화 운동인 ‘부마민주항쟁’은 올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2019.10.16. dahora83@newsis.com
문 대통령은 1978년 2월 31개월 간의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고, 당시엔 다행히 진압에 출동한 적이 없었다고 그의 저서에서 회고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여사의 옆자리에는 부마민주항쟁에 참여했다가 시위 주동자라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당했던 옥정애씨가 앉았다. 옥씨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담긴 영상들이 이어지자 눈물을 쏟아냈다.

김 여사는 옥 씨를 다독이며 함께 눈물을 흘렸고, 문 대통령도 기념사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와 옥씨를 위로했다.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은 동시대를 살았던 문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도 지울 수 없는 기억이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식에 앞서 부마민주항쟁 특별전시를 관람했다.

이명곤 부마민주항쟁 기념재단 상임이사의 항쟁 당시 설명을 들은 문 대통령은 "부산에 이어 마산에서도 (항쟁 의미를) 확산시켜야 된다는 심정이었을 것 같다"며 "부산, 창원, 경남이 통합해서 기념식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논의가 이전부터 있었는데, 이번에 통합해서 (기념식을 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고 한정우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내고 전했다.

red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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