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女 경제자립에 청소년 女 76%·男 59% 찬성…성별 인식 격차

등록 2019.10.17 11:23:0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아내가 생계 책임져도 결정권은 남편" 男 긍정율 높아

대만·스웨덴 등은 법 만들어 교육에 성인지적 관점 반영

범죄예방·강의식교육 벗어나 토론형·성감수성 교육 해야

【서울=뉴시스】1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자료에 따르면 남성 청소년은 여성 청소년과 비교해 성별 역할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학교 등 교육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1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자료에 따르면 남성 청소년은 여성 청소년과 비교해 성별 역할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학교 등 교육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양성평등 의식에서 남녀 간 격차가 상당 부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갈등 요소 중 하나인 성별대결 구도를 완화하기 위해선 청소년 단계에서부터 성평등 인식 강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 유스호스텔에서 청소년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청소년정책포럼은 청소년 관련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4회에 걸쳐 진행되는 릴레이 포럼으로, 여가부는 첫 주제를 성평등 인식 제고 방안으로 정했다.

발제를 맡은 조연숙 젠더와 정책 연구소장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남성 4686명, 여성 4322명 총 9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 소장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 밑에서 일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질문에 여성 청소년 94.8%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나 남성 청소년은 86.2%만 동의했다.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질문에는 여성 76.2%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은 59.7%만 그렇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더라도 가정의 중요한 결정은 남편에게 맡겨야 한다'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는 답변 비율은 여성이 87.3%, 남성은 77.5%였다.

뒤이어 발표를 맡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김애라 박사는 "청소년들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으로부터 사회문화적 가치에 대해 학습한다"며 "성평등 관점에서 모든 교육자를 훈련하고 청소년 시기 학습 과정에서 젠더의 중요성을 교육자들이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대만은 성평등교육법을 만들어 청소년 학교교육 및 활동설계에 성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규정을 세웠다. 스웨덴은 2010년 교육법을 개정해 모든 교육기관에서 전 교육과정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도록 명시했다. 프랑스는 모든 교육기관에 평등담당관을 배치하도록 했고, 독일도 모든 교육 영역에 성평등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는 성주류화 원칙을 확립했다.

김 박사는 "하나의 분리된 과목으로서의 성평등 교육이 아니라 모든 청소년 활동 및 학업의 기본 관점으로서의 성인지적 관점의 반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문희 파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은 "청소년의 성과 관련된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 장난이나 놀림과 같은 언어적인 방식에서 시작해 표정, 태도와 같은 비언어적인 부분까지 확산되다가 집단적 가해방식이 되는 경우가 다수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학생들은 불편감을 또래에게 표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데 그 이유는 장난을 진지하게 대응해서 역으로 공격을 받거나 고립돼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생기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국가 차원의 성인지 철학, 교육, 문화,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매뉴얼 작성, 평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청소년들도 성평등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고등학생 이다인씨는 "학생들이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성평등 인식의 부재로 인해 성관련 사건들이 발생했다"며 "최근 청소년이 성불평등이나 젠더이슈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면서 그에 따른 성평등 인식의 향상으로 교내외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의 성인지적 관점의 도입이 시급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스쿨미투는 일부 교사의 성차별적 발언과 성범죄 행위로 논란이 됐던 사건으로, 이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교사들의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며 "현재 일부학교 소수의 선생님들에게만 적용되는 교사연수에서의 성평등 교육 의무화를 전 교사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외부교육의 불필요하게 분산된 주제와 그에 따른 강사 수의 증가는 학생들의 집중도와 교육의 지속성 등이 떨어져 다수가 외부교육의 비효율성을 느낀다"며 "외부교육들을 성평등 인식을 갖춘 학생들의 주관 하에 단일화 시켜 관련 전문 강사를 초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생 김현수씨도 "수많은 교육 기관에서 실시하는 성평등 교육을 살펴보면 성인지 감수성을 확대하기 위한 교육보다는 단순히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성폭력, 성희롱 등 보호 차원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대부분의 교육이 영상 시청으로 끝난다는 점 또한 한계"라며 "성평등 교육을 토론 방식으로 진행하고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자연스레 성인지 감수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석준 여가부 청소년활동진흥과장은 "여가부는 청소년의 성평등 인식 제고를 위해 청소년 프로그램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고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제작·보급하는 한편, 청소년과 청소년 지도자에 대한 성평등 교육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성인지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때 청소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