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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성북 네모녀의 비극…여전한 복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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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12 10: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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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얼마 전 세상을 등진 '성북 네 모녀'의 자택.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현재 추정되는 이들의 사인이지만 취재를 위해 찾은 집의 모습은 예상과는 달랐다.

어둡고 좁은 골목과 반지하, 침울한 표정의 이웃들, 즉 '가난'의 표상을 마주하리라는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신 마주한 것은 '평범함'이었다. 성북 네 모녀는 '나'와 '당신'의 삶에서 다르지 않은 곳에 있었다.

지난 6일 찾은 네 모녀가 살던 자택 인근은 생각보다 훨씬 평화롭고, 평범했다. 서울 성북구 부촌 인근에 자리잡은 이들의 자택은 멀끔한 빌라 2층 남향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해 지하철역에서는 멀지만 조용하고 살기 좋은 동네라는 인상을 받았다.

인근 공인중개사 A씨의 말을 빌면, 이들이 살던 집은 17평으로 네 명이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도라고 한다. 집세도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으로 낮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그 빌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원룸에 살아도 수준급"이라며 "지하에 있는 원룸도 월세를 50만원까지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네 모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활고로 고통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동네에서 마주친 한 주민은 "그 집 노모와 한번 버스를 탈 일이 있었는데 옷차림은 수수하지만 지적이고 교양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다른 주민들 사이에서도 "파마도 하고 세련된 모습이었다"는 등의 증언이 나왔다.

뉴시스 취재에서 발견된 네 모녀의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흔적이 발견된다. 지난해 7월을 끝으로 활동을 멈춘 네이버 블로그에는 찹쌀 탕수육이나 달래비빔밥 등 맛집 후기가 올라와있다. 좋은 화장품을 구매해 사용해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누구나 가끔씩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워하고, 조금은 값나가는 물건을 산다. 기시감이 느껴질 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급작스럽게 세상을 등진 걸까? 평범하던 이들은 어느 순간 '경제적 나락'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부터 건강보험료를 밀리기 시작했고 가스비도 체납됐다.

이들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월수입이나 경제적 상황은 알 수 없다. 다만 적정 수준의 생활을 이어가던 사람들도 사업이 틀어지거나 병이 생기는 등 뜻밖의 일이 닥치면 한 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복지 차원을 넓히고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햇볕이 차별없이 고루 쬐이는 것처럼 복지도 그런 모습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구멍난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복지현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진짜 봄이 왔구나 할 무렵에 꽃이 핀다는데… 꽃잎 사이를 걸으니 정말 봄이 느껴진다."

지난 2013년 4월. 이들이 운영하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다.

네 모녀는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곧 다가올 봄을 맞이하지 못하게 됐다. 가난으로 인해, 순간의 추락으로 인해 누군가 목숨 끊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mi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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