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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윤씨 재심 청구…“원칙 자리잡는 계기 되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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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1-13 14: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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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의 재심을 돕고 있는 박준영변호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화성8차 사건 재심청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3.semail3778@naver.com

【수원=뉴시스】이병희 기자 =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와 윤씨 재심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10시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 3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20년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재심 과정을 통해 잘못된 수사 관행이 바로 잡히고 인권수사·과학수사 원칙, 무죄추정 원칙 등 형사재판의 원칙이 사법시스템에 좀 더 분명하게 자리잡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재심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씨와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다산 소속 김칠준·이주희 변호사가 참석했다.

변호인단장을 맡은 김 변호사는 “수사 과정,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법원 재판 과정, 변호권 보호 시스템 가운데 단 한 가지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유죄 판결이 안 났을 것”이라며 “되돌아보면 유죄 판결 확정까지 모든 시스템이 유난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재심 재판은 화성 8차 사건에 국한하지만, 당시 작동했던 사법시스템이 어떤 이유에서 작동하지 않았는지 밝혀내고 온 사회가 함께 되돌아볼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재심의 의미를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형사소송법 제420조(재심이유)가 규정하고 있는 7가지 재심 사유 가운데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제5호)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제1호·7호)를 들어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자백은 증거의 왕이지만, 가장 위험한 증거라고 한다. 이 사건에 존재하는 30년 전 윤씨의 자백과 화성사건 피의자 이모(56)씨 자백 가운데 어떤 것을 믿을 것인가가 이 사건의 큰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씨 자백은 수사기록상 만들어진 자백”이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장갑 등을 끼고 목을 조른 흔적, 피해자 사망 뒤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 피해자의 집 침입 경로나 집 구조 등 피의자 이씨 자백과 부합하는 내용을 재심 증거로 들었다.

또 유죄 판결의 주요 증거가 된 국과수 감정서 내용이 취약한 과학기술을 토대로 나왔고, 국과수 감정서의 오류를 지적한 다양한 전문가들 의견이 있다고도 했다.

이어 강제연행, 구금 관련 불법체포·감금, 가혹행위, 자술서 작성 강요, 진술조서 허위 작성, 진술거부권 불고지, 영장 없는 현장검증 등을 들며 수사기관의 직무상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 학교에 다니지 않아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윤씨가 경찰이 불러주는 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술서를 쓴 정황이 있고, 조사가 끝난 뒤 조서 열람을 했다는 것도 모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장검증 당시 무너진 담장을 태풍으로 부실해진 담장이 무너졌다고 조작하고, 운동화 자국이 있었다는 피해자 가족의 진술을 윤씨가 잡힌 뒤 ‘발가락 흔적’이 발견됐다고 조작했다고도 말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경찰은)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씨에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키고, 구속영장 집행까지 잠을 안 재웠다. ‘여기서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짝할 사람 없다’며 겁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를 법정에 불러야 한다. 이씨뿐 아니라 당시 경찰도, 검사도 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경찰이 고문하지 않았다고 증언하면 위증으로 고소할 생각도 있다”고도 했다.

윤씨와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11시께 수원지법 민원실로 이동해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윤씨는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고 나와 취재진을 향해 “수십 년 전 일의 진실이 밝혀지고 제가 무죄를 받고 명예를 찾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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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재심청구서를 들고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9.11.13.

semail3778@naver.com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윤씨는 다음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항소는 기각됐다. 수감생활을 하던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최근 화성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씨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4건의 살인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일었다.

heee94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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