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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만에 웃은 권순찬 감독 "그만두려 했는데…선수들에게 미안"

등록 2019.12.03 21: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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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순찬 감독과 김학민.(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서울=뉴시스]권순찬 감독과 김학민.(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의정부=뉴시스] 권혁진 기자 = 무려 49일 만이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의 얼굴에 마침내 미소가 번졌다.

KB손해보험은 3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7-25 25-23 25-23)으로 이겼다.

10월15일 한국전력과의 개막전에서 풀세트 승리를 챙긴 뒤 12경기를 내리 패한 KB손해보험은 뒤늦은 시즌 2승의 기쁨을 누렸다. 올 시즌 첫 승점 3짜리 승리였다.

그동안 KB손해보험은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개막 후 5경기 연속 풀세트 승부를 펼쳤으나 이들이 손에 넣은 승리는 1승에 불과했다. 매경기 힘을 빼고도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하락했다. 외국인 선수 브람의 부상은 추락하는 성적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권 감독은 "안 풀려서 모질게 굴었는데 이기고나니 그런 것들이 미안하다. 선수들을 더 믿었다면 이런 마음이 안 들었을 것이다. 왜 안 하느냐고 야단친 것이 생각난다. 미안하다"고 했다.

연패 기간 중 권 감독은 자진 사퇴를 결심했다.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사표를 들고 구단주인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찾아갔다. 이때 양 대표이사의 따끔한 한마디는 권 감독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권 감독은 "사장님께서 '다른 곳에서는 지도자 안 할거냐'고 물으시더라. 한다고 답했더니 그런데 왜 여기서 안 하고 다른 곳에서 할 생각을 하냐고 하시더라. 아예 다른 일을 할거라면 나가고 지도자를 할거라면 계속 있으라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권 감독은 "그 말을 듣고 돌아서서 나오는데 사표를 쓴 것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배자라는 느낌이 들더라. 반성을 많이 했다"고 보탰다.

권 감독은 연패 탈출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포기하려고 했던 자신의 처신에 대해 사과했다. 권 감독은 "사실 내가 그렇게 하면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미안하다.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주장 김학민이 마음에 걸리는 듯 했다. "학민이는 늘 상위권인 팀에 있었다. 연패에 빠져본 적이 없으니 그런 것을 잘 모르더라"는 권 감독은 "주장인데다 책임감이 커서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나보다 마음고생을 더 많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수렁에서 벗어난 권 감독과 KB손해보험은 늦었지만 끝까지 달릴 생각이다. 권 감독은 "경기 후 정민수가 와서 '울었느냐'고 묻더라. '안 울었다'고 하니 '잘하셨다'고 했다. 울면 부끄럽다더라. 오늘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뉘앙스인 것 같다"고 웃은 뒤 "물꼬를 터주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잘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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