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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 내일 전면시행…학계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

등록 2020.01.15 16: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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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언안전보건법 개정안 16일 전면 시행

故 김용균씨 사건 계기, 안전 규제 강화

전문가들 "협의 과정서 법취지 퇴색돼"

"외주화 금지·원청 책임 강화 모두 부족"

"김씨가 하던 일은 여전히 외주화 가능"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민주노총, 김용균 재단 등 33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 권고'를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0.01.15.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민주노총, 김용균 재단 등 33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 권고'를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0.01.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산언안전보건법(산안법) 전면 개정안이 28년 만인 지난해 통과되면서 오는 16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본연의 취지에 못 미치는 내용 탓에 노동계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안법 개정안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故) 김용균씨 사건이 계기가 돼 2018년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린다.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이 골자다.
 
15일로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동계와 전문가는 논의 초기와 본회의 통과 과정, 고용노동부 시행령·시행규칙 입법 예고 등 변화를 겪을 때마다 법 취지가 약화돼 실제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당 입장에서는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과 합의를 진행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재계 입장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처음보다 원청 업체의 책임 범위나 처벌 조항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용균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 정부안은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 규정이 있었는데 본회의를 거치며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완화됐다.
 
고용노동부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는 하청업체에 일을 주는 '도급' 금지 대상을 '수은, 납 또는 카드뮴의 제련, 주입, 가공 및 가열하는 작업' 등으로만 한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김용균법이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망사고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외주화 금지 작업 확대 ▲원청 업체 책임성 강화 등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김용균씨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전기사업설비 비정규직으로, 구의역 김군은 지하철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비정규직으로 일했다"며 "김용균법은 이들 때문에 생겨난 법인데, 정작 이들이 일했던 직장은 여전히 위험의 외주화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험작업의 범위를 확대하기 바람'이라는 권고를 전달하기도 했다.
 
노동계도 고용노동부가 해당 권고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규탄하며, 김용균법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민주노총, 김용균 재단 등 33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 권고'를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0.01.15.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민주노총, 김용균 재단 등 33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 권고'를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0.01.15. [email protected]

김 교수는 "법에서 외주화가 금지된 작업은 화학물질 관련 업무"라면서 "화학물질 누출은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슈가 되고, 우리나라도 2012년 구미 가스 누출 사고 등을 겪으면서 이들 작업의 외주화를 금지하는 게 비교적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김용균씨 등에 업무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은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외주화를 원천 금지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외주화를 원천 금지하지는 못하더라도 하청업체에서 난 안전사고에 대해 원청업체의 책임성을 강화시키면 되는데, 김용균법은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지적받는다.
 
이 교수는 "해당 법안은 노동계 입장이나 재계 입장이 반영되고, 법안 통과를 위해 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원청업체의 책임을 다소 두루뭉술하고 애매하게 표현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실질적으로 사업장을 지배·감독하는 것은 원청업체"라면서 "외주를 받은 하청업체가 생명안전업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에는 원청업체가 사업장을 실제로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 하청업체의 안전사고에 대해 다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번 김용균법에서 그런 조항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나 일자리 부족 문제들과 겹치면서 김용균법을 통해 무작정 규제를 강화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이 교수는 "고용노동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 때도 이런 이유들이 반영돼 조항이 다소 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855명(고용노동부 조사)에 달하고 우리나라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재사망률 1위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들이 있는 만큼 안전 강화에 대해 좀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부인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영국의 경우 '기업살인법'을 제정하고 산재 사고를 낸 기업에게 과중한 처벌을 부과했다"며 "이로 인해 실제로 산재사망률이 효과적으로 줄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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