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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조사위원회, 로힝야 사태 부인…"대량학살 증거 없다"

등록 2020.01.21 16: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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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군인들에 의한 전쟁범죄, 인권 침해, 국내법 위반 존재"

[헤이그=AP/뉴시스]미얀마의 실질적인 정치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이 지난해 12월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에 참석해 무표정하게 판사의 말을 듣고 있다. 2020.01.21

[헤이그=AP/뉴시스]미얀마의 실질적인 정치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이 지난해 12월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에 참석해 무표정하게 판사의 말을 듣고 있다. 2020.01.21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미얀마 정부가 임명한 '독립조사위원회(ICOE)'는 이른바 로힝야 사태와 관련해 미얀마 당국의 군사작전 중 일부 군인들에 의해 전쟁범죄가 자행됐지만 대량 학살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최종 조사결과를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같은날 미얀마 대통령에게 제출됐다.
 
ICOE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도자료에서 "조사 결과, 지난 2017년 8월 라카인주에서 발생한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세군(ARSA)의 테러 공격 이후 미얀마 보안군의 작전 중 일부 군인들에 의해 전쟁범죄와 심각한 인권침해, 국내법 위반이 발생했다고 결론내렸다"고 발표했다.
 
이어 "매우 많은 마을 주민을 동원한 ARSA의 초기 공격은 보안군의 거친 대응을 유발했다"며 "무력 충돌 기간 보안군 일부 구성원들에 의해 무고한 마을 주민에 대한 살인과 주택 파괴 행위가 자행됐다"고 했다.
 
다만 ICOE는 "이와 같은 살인과 어긋난 행동이 라카인주의 이슬람교도나 다른 지역사회를 파괴하려는 의도나 계획에 따라 자행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범죄 행위가 국가와 민족, 인종, 종교 집단을 파괴하려는 의도 또는 대량학살(Genocide)을 자행하려는 의도로 행해졌다고 주장할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규정했다.
 
미얀마 정부는 2018년 로힝야 사태를 독자 조사하겠다며 외국 전문가가 참여하는 ICOE를 구성했다. ICOE는 필리핀 전직 고위 외교관인 로사리오 G.마날로이가 위원장을 맡았고, 전직 일본 외교관인 오시마 겐조, 미얀마 대통령 경제보좌관인 아웅 툰 텟, 미얀마 전 대법원장인 미야 테인이 집행위원으로 참여했다.
 
ICOE는 이날 보도자료 외 전체 보고서는 공개하지 않았고 로힝야족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ICOE가 발표한 내용은 지난 11일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자문역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출석해 로힝야 반군과 정부군간 충돌로 불행한 일이 발생했지만 인종학살은 없었다고 부인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알자지라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오는 23일 미얀마내 로힝야족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 조치에 나설지를 결정하기 전 ICOE가 전체 보고서가 아닌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홍보전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로힝야족 인권단체인 영국버마로힝야협회(BROUK)는 ICOE에 권한과 독립성이 결여돼 있었다고 지적한 뒤 "이번 조사는 처음부터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ICJ 판결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한 노골적인 홍보전"이라고 비난했다.
[쿠투팔롱=AP/뉴시스] 사진은 2017년 10월22일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인 방글라데시 쿠투팔롱에서 로힝야 무슬림 여성이 두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2020.01.21

[쿠투팔롱=AP/뉴시스] 사진은 2017년 10월22일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인 방글라데시 쿠투팔롱에서 로힝야 무슬림 여성이 두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2020.01.21


실제 미얀마 입국을 거부 당한 유엔 조사단은 지난해 ICOE가 효과적인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아시아 담당인 필 로버트슨도 ICOE의 전체 보고서 공개를 요구한 뒤 "ICOE 조사과정은 투명함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꼬집었다.
 
로힝야족은 자신들이 오래 전 미얀마에 정착한 아랍 상인의 후손이라고 주장하지만, 미얀마는 로힝야족이 19세기 후반 영국 식민지 시절 방글라데시에서 넘어 온 불법 이민자라고 본다.
 
이 때문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미얀마와 로힝야족간 갈등이 계속됐다. 1982년 미얀마 군부는 시민권 법을 통과시켜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박탈했다.
 
2017년 8월 로힝야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군 초소를 습격하는 등 항전에 나섰고 군부는 사실상 인종청소로 맞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100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감비아는 지난해 11월 이슬람 협력기구 회원국 57개국을 대표해 미얀마가 1948년 체결된 '제노사이드(인종 학살) 협약'을 위반했다고 제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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