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세계 여성의 날, 멕시코에서 여성살해 대규모 항의시위

등록 2020.03.09 09:12:0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지난 해에 피살된 여성 3825명 _ 정부발표

수도 중앙광장, 흰색으로 쓴 희생자 이름 가득차

[ 멕시코시티= AP/뉴시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멕시코 시티 시내에서 "여성에 대한 살인을 멈춰라" 는 구호를 들고 수만명의 여성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해마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살인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범인이 처벌되는 경우가 드물다며 의사당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 멕시코시티= AP/뉴시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멕시코 시티 시내에서 "여성에 대한 살인을 멈춰라" 는 구호를 들고 수만명의 여성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해마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살인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범인이 처벌되는 경우가 드물다며 의사당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아드리아나. 파올라. 잉그리드, 나옐리.  수많은 마리아들...멕시코 시티에서는 8일 (현지시간 )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멕시코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인에 항의하는 대규모 여성 시위대가 시내 복판 소칼로 광장에 1년간 희생된 여성 피살자의 이름들을 흰 대문자로 빼곡히 적어 놓았다.

 이어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피살된 소녀들의 어머니들을 앞세우고 행진을 하면서 특히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인을 멈추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공공대학의 학생인 아나 파울라 산토스(21)는  "나는 다음 번 피살자가 되기 싫다.  내 엄마가 다음 번 희생자가 되는 것도 싫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멕시코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1년 동안 폭력으로 살해 당한 멕시코 여성의 수는 무려 3825명으로 2018년에 비해 7% 늘어났다.

이는 하루 평균 10명의 여성이 살해되고 있는 셈이어서 멕시코는 여성이 살기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게다가 최근 몇 해 동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실종여성의 수도 수천 명에 달한다.

미겔 아구스틴 프로 인권센터의 변호사 소피아 데 로비나는 " 우리는 그 모든 희생자들으 한데 모아 숫자로 만들고 그 동안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수 많은 실종자 여성들도 전부 통계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활동가들, 친지들과 함께 멕시코에서 2016년 이후에 실종된 모든 여성들의 명단을 모으기로 했다.  이 아이디어는 결국 도심의 아스팔트 위에 그 이름들을 새기는데 이르렀고 , 여성의 날 행진에서도 소리를 내서 부르는 이름들이 되었다.

멕시코에서 여싱이 피살되는 것은 흔히 성폭행이나 무자비한 구타 등에서 이어진다.  어떤 여성들은 산채로 불태워지기도 하고 사지가 절단되는 경우도 있다.

수사 당국은 범죄 예방에도 무능하고 수사에도 무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범죄들 가운데 범인이 잡혀서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는 아주 희소하다.

이 날 시내에서는 행진이 지나가는 연도의 많은 아이들고 여자들이 페인트 붓을 들고 이름 쓰기에 동참했다.

그 명단은 정부의 살인사건 공식 기록에서 여성 피살의 범주에 드는 것을 모두 뽑은 것이어서 이 나라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피살된 증오범죄의 생생한 증거가 되고 있다.

이들이 수집한 명단에는 3300건의 살인사건 피해자가 들어있다.

[ 멕시코시티= AP/뉴시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인으로 살해된 희생자들의 이름을 시내 광장의 아스팔트 위에 페인트로 쓰고 있는 멕시코 여성시위대. 

[  멕시코시티= AP/뉴시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인으로 살해된 희생자들의 이름을 시내 광장의 아스팔트 위에 페인트로 쓰고 있는 멕시코 여성시위대.  

8일의 시위에는 가정주부들, 대학생들,  어린 아이들을 목말을 태운 젊은 엄마들이 보라색 셔츠와 큰 모자를 착용하고 멕시코 시티 시내를 행진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손팻말에는  "우리는 더 이상 매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심장이다" " 내가 오늘 행진하는 것은 내일 죽지않기 위해서다" 등의 글이 쓰여있었다.

일부에서는 복면을 한 여성들이 건물의 유리창을 깨고 불을 지르거나 빌딩 벽에 스프레이로 구호를 썼다.  일부 시위대는 공격대가 "우리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We're fed up)라는 글자를 스프레이로 쓸 때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두 딸과 아들을 데리고 중부 도시 푸에블라에서 올라온 엄마 엔리케타 디에고는 행진에 참가한 목적이 멕시코의 모든 여성들을 위해 치안이 개선되기를 바라서라고 말했다.

53세의 그녀는 " 그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무사하다.  그것이 우리를 두 번 죽인다"라고 말했다.

행진 뒤에 여성들은 멕시코 상원 빌딩 주변의 울타리에 항의편지를 담은 카드를 테이프로 붙였다.  처음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보안을 위해서 팔에다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심지어 혈액형까지 써서 밴드로 붙이기도 했다.

 나탈리아 올랄데(18)란 여대생은  다리에 보라빛 스카프를 묶고 행진에 참여했다.  멕시코에서 여성에 대한 범죄에 관대하고 사법이 집행되지 않는 것에 화가 나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일단 취업을 하고 일을하게 되면 성추행을 당할 일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유롭고 안전한 삶을 원한다"고 이 학생은 외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