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백예린 프로듀서 구름 "대단하지 않은 음악 하고 싶어요"

등록 2021.03.12 13:20:4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바이바이배드맨·치즈 출신

데뷔 10년 만에 솔로 정규앨범

[서울=뉴시스] 구름. 2021.03.12. (사진 = 블루바이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름. 2021.03.12. (사진 = 블루바이닐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저는 저를 적당히-만 슬프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딘가에 푹 빠져버리거나, 어떤 감정에 놀라울 정도로 사로잡혀서 지내는 편이 아니라서, 어떤 순간에서 오는 감정과 상황의 과장된 표현을 음악에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 구름(30·고형석)이 데뷔 10년 만에 발매한 솔로 정규 1집 '많이 과장해서 하는 말'은 그의 음악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처럼 들린다. 그의 "과장해서"라는 표현은 음악가의 생애에서 음악의 비중을 과장하는 이들의 편견과 엮여 있지 않다.

구름은 최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노래의 화자가 많이 과장했다고 직접 얘기했기 때문에, 이것을 '정말 과장한 말'이라고 볼 수도 혹은 '그렇게 말하니 더욱더 과장 없는 진심인 말'이라고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청 힘든 상황에서 '나 진짜 괜찮아!'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대단하지 않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구름의 바람과도 일치하는 태도다. "제 개인 앨범에 음악적으로 추구하고 싶은 분야를 넣고 싶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 음악은 그냥 저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는 날것인 상태로 두고 싶다"는 마음이다.

구름은 2011년 밴드 '바이바이배드맨'으로 데뷔, 혼성듀오 '치즈'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둘 다 인디 신에서 팬을 보유한 팀이었다. 또 싱어송라이터 이한철, 래퍼 기리보이 등 다양한 장르 뮤지션의 여러 앨범에 참여하면서 일찌감치 프로듀서로서도 눈도장을 받았다.

빠듯한 스케줄 속에서도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클라우드'라는 싱글 시리즈를 통해 4곡을 발표하는 등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길도 탐색해왔다.

정규 앨범은 아티스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할 때, 나온다고 한다. 구름은 "만들어놓은 노래들이 꽤 있지만, 이 앨범에 담겨있는 노래들은 노래를 만들 당시 제 마음이나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들을 특별한 꾸밈없이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지내는 사람이며, 이런 감정을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구름의 담백하고 담담한 목소리가 귓가에 서서히 스며드는 첫 곡 '많이 과장해서 하는 말'을 시작으로 앨범은 멜로디든, 사운드든, 가사든 전체적으로 여백이 많아서 청자가 감정 이입할 여지가 많다.

구름은 "많은 분이 그러하겠지만, 재생되고 있는 트랙이 계속 다음 트랙들에 영향을 줬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중심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감정사를 시간 순으로 배치한 것은 아니고요. 앨범을 음악으로도, 혹은 글로써도 듣는 이가 가장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순서라고 생각해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구름이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남들과 비슷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보내주신 피아노학원을 다녔다. 그러다 캐나다 출신 팝스타 에이브릴 라빈이 데뷔하면서, 앞으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구름이라는 예명은 바이바이배드맨 활동을 시작할 때 지었다. 예명을 쓴다는 것 자체에 대단한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네요. 왜냐면 저와 함께 생활하고, 작업하는 분들은 아무도 저를 '구름'이라고 불러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저를 '구름씨'하고 부르는 것이 아직도 어색한 단계입니다."

구름의 역량이 폭발하게 된 또 다른 결정적 계기는 싱어송라이터 백예린과 작업이다. 듀오 '피프틴 앤드(&)' 출신 백예린의 첫 솔로앨범 '프랭크'(2015)를 시작으로 미니앨범 '아워 러브 이스 그레이트'(2019), 정규 1집 '에브리 레터 아이 센트 유.'(2019), 정규 2집 '텔어스바웃유어셀프'(2020)까지 구름이 모두 프로듀서로 함께 했다.

특히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아워 러브 이스 그레이트'로 주요상인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팝 음반' 부문, 수록곡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로 최우수 팝 노래'를 거머쥐었다.

[서울=뉴시스] 구름. 2021.03.12. (사진 = 블루바이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름. 2021.03.12. (사진 = 블루바이닐 제공) [email protected]

'에브리 레터 아이 센트 유.'의 타이틀곡 '스퀘어(Square)(2017)'는 한국인이 부른 영어 노래로는 드물게 국내 주요 차트 정상을 휩쓸기도 했다.

이번 구름의 앨범엔 백예린이 사진과 스타일링을 맡아 힘을 싣기도 했다.

구름은 "예린이의 작업은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많이 알고, 공부하게 됐다"고 했다.

"누군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예린의 앨범 작업에서 제가 느낀 직업의 순리가 기본적으로 음악을 제작하는 피지컬을 많이 높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린이는 많은 분들이 보시는 것보다 훨씬 다재다능한 사람이라, 정규단위의 작업을 할 때 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을 너무 잘 소화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름은 백예린이 전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차린 독립 레이블 '블루바이닐'에 최근 합류했다. 백예린을 비롯 블루바이닐 식구들과는 레이블이 생기기 전부터 워낙 막역한 사이였다. "서로 도움도 너무 많이 주고받고 하다 보니, 그들이 그리는 레이블의 그림에 당연히 제가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매 순간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한다면 좀 유치할까요."
 
구름은 국내외 많은 뮤지션의 음악을 듣고 자랐는데, '전자음악의 선구자'로 통하는 프랑스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도 그 중 하나다. 세계 대중음악계 '변화'를 이끌어온 팀인데 결성 28년 만인 최근 해체를 선언했다.

구름은 "대단히 슬프거나 충격적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워낙 활동을 잘 안 하셨던 분들이기도 하셨으니까요. 성인이 된 제가 이렇게나 대단한 앨범들의 발매를 직접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저는 음악 활동에 있어서 '변화'라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편인데, 지켜봐 주시기에 제 앨범들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다프트펑크처럼요!"

구름의 변화는 계속된다. 그와 백예린을 주축으로 결성된 4인조 록밴드 '더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가 상반기 중 앨범을 발매한다. 두 뮤지션이 지금까지 선보인 음악과는 다른 색깔이 예상된다.

구름은 "제 음악이든 제 주변 사람의 음악이든, 가능하면 정규형태의 앨범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 솔로 정규 앨범 제작이 굉장히 귀한 경험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 많은 음악을 정규앨범 단위로 소비했기 때문에 조금 더 그런 욕심이 든다고 했다.

"제 음악은 제가 글을 적는 방식이 조금은 중구난방이라 그런지 듣는 분마다 다 다른 내용을 상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노래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로 해석되었는지 물어보고, 또 정말 제가 담은 내용을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