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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궁가' 현대적 해석, 이날치와 달라"…창극 '귀토'

등록 2021.05.13 12: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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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후 첫 작품…6월 2~6일

[서울=뉴시스]'귀토' 콘셉트 사진(사진=국립극장 제공)2021.05.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귀토' 콘셉트 사진(사진=국립극장 제공)2021.05.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이 오는 6월 2~6일 신작 '귀토-토끼의 팔란'을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국립창극단 최고의 흥행작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고선웅(극본·연출)·한승석(작창) 콤비가 참여했다.

13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열린 '귀토' 기자간담회에는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공동작창 유수정, 극본·연출 고선웅, 주요 출연진인 국립창극단원 김준수, 유태평양, 민은경이 참석했다.

이번 작품은 해오름극장이 리모델링된 후 무대에 오르는 첫 공연이다. 유수정 예술감독은 "리모델링 후 제일 처음으로 공연을 하게 됐다. 조금 부담도 된다"면서도 "그러나 국립창극단의 저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작품은 판소리 '수궁가'를 창극화한 작품이다. 유 예술감독은 춘향가,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등 다섯 바탕을 모두 무대에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중에서 '수궁가'를 가장 먼저 선택한 이유는 시대적 배경에서 기인한다.

유 예술감독은 "작년 내내 코로나19로 우울했다. 그런데 저희가 올린 공연 '아비방연'도 (내용이) 우울하고, '트로이의 여인'도 우울했다. 마음이 안 좋고 짠하다는 평을 들었다"며 "(그래서) 다섯 바탕 중 어떤 공연이 가장 해학적이고 재밌을지를 고려했다. 수궁가를 올려서, 관객이 밝은 마음으로 재밌게 보고 '속이 후련하다'고 할 수 있는 공연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귀토'는 '거북과 토끼'(龜兎)를 뜻하는 동시에 '살던 땅으로 돌아온다'(歸土)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수궁가' 중에서 토끼가 육지에서 겪는 갖은 고난과 재앙인 '삼재팔난(三災八亂)' 대목에 집중한다. '삼재팔난'은 모든 재앙과 곤란을 이르는 말이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13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창극 '귀토'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국립창극단원 민은경(왼쪽부터), 김준수,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공동작창 유수정, 극본·연출 고선웅, 국립창극단원 유태평양이 참석했다. 2021.05.13 nam_j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13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창극 '귀토'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국립창극단원 민은경(왼쪽부터), 김준수,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공동작창 유수정, 극본·연출 고선웅, 국립창극단원 유태평양이 참석했다. 2021.05.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고선웅은 토끼의 삶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다사다난한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봤다. 주인공 토끼는 고단한 육지의 현실을 피해 꿈꾸던 수궁으로 떠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돌아와 예전의 터전에 소중함을 깨닫는다.

고선웅은 "사는 게 고단하다. 불평, 불안, 화가 많은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람들이) '현 상황을 피해 도망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토끼가 '팔란'(여러 괴로움)을 겪는 과정에서 성장한다"며 '귀토'를 연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작품은 '바람을 피할 것이 아니라,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딛고 선 현실에서 희망을 찾자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의 핵심 인물인 토끼 '토자'(兎子)와 '자라'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스타 김준수·유태평양이 맡았다. '귀토'의 토끼와 자라는 전통 '수궁가'의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같은 인물이지만 이들이 지니는 성격은 전통 '수궁가'의 그것과 다르다.

김준수는 "기존에는 토끼가 자라의 꾐에 넘어가 수궁에 들어갔다면 귀토에서 토끼가 지상에서의 삼재팔란으로 인한 현실도피로 수궁행을 결정한다. 그 안에서 여러 일을 겪으며 다시 삶의 터전으로 나오며, 자기가 있던 곳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수궁으로 들어가기) 전과 후(의 차이에) 초점을 둬서 연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태평양은 "전통 수궁가에 나오는 자라는 충신이다. 귀토에서는 그런 부분이 안 나온다. 그래서 이걸 보고 '현실판 수궁가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자라 또한 토끼가 팔란을 겪듯이 자라도 물속에서 팔란을 겪는다. 힘든 인생을 살고 있는 와중에 권력 내지 자신의 목표를 위해 토끼를 찾으러 가는 험난한 여정을 한다"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귀토'에는 전통 '수궁가'에서 없던 여러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토자의 여자친구 '토녀(兎女)'(민은경)를 비롯해 반골 기질의 병마사 '주꾸미', 형 집행관 '전기뱀장어' 등이 그 예다.

고선웅은 "전통 소리의 기승전결 순서대로 가면 관객이 소리를 듣는 재미에만 기대게 된다. 그래서 조금씩 (내용을) 튼다. 그렇게 하다 보면 새로운 인물이 들어온다. 이를 통해 노래 흐름, 템포, 극적인 텐션 등이 달라진다. 소리극이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관객에 더 잘 전달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특히 그는 '토녀' 캐릭터와 관련해 "세 명이 있으면 무대가 더 아름답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토녀라는 여성 캐릭터가 있었을 때 생기는 소리의 조합이 창의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기능적인 부분도 있었다. 또 이 시대에 더 맞다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귀토' 콘셉트 사진(사진=국립극장 제공)2021.05.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귀토' 콘셉트 사진(사진=국립극장 제공)2021.05.13 [email protected]

이번 작품은 국악기로 편성된 15인조 연주단의 다채로운 라이브 연주가 극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하고, 소리꾼 총 38명이 무대에 오른다. 민은경은 "'수궁가' 소리 외에 다른 여러 판소리 바탕의 소리가 차용된다. 이것이 저희 공연의 묘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예술감독은 "전통 '수궁가'는 기본 템포와 음색대로 간다. '귀토'는 '이 부분을 이렇게 바꿨네'하는 신선한 부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장면도 기존 '수궁가'와 다르다"며 "무대, 배우들의 동선, 연기력은 이 시대에 맞게 다듬었어도, 뿌리는 전통 판소리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대적으로 해석했지만) 이날치하고는 조금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선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국립창극단과 세 번째 협업한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폐막식을 총연출했던 그는 본래 연극계에 뿌리를 둔 연출가다. 하지만 그는 2014년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이후 계속해서 창극도 연출하고 있다.

고선웅은 "창극은 흥분되고 정화가 된다. 유쾌하기 때문"이라고 긍정했다. "창극단분들은 매우 투명하고 순수합니다. 기탄없고 (어딘가에) 구애됨이 없어요. 연극 작업은 분석, 분별하고 따져야 하죠. (이에 반해) 창극 작업은 같이 놀게 되죠. '그렇지. 이게 연극이고 소리지' 하는 마음이 들어요."

"마음속에 반짝반짝하는 느낌이 들어요.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져요.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음악도 고치기 어렵고 부담스럽습니다. 창극은 (음악을) 아주 탄력적으로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어요. 빠르게 느리게 할 수 있죠. 창자와 고수에 따라 막 변할 수 있답니다. (저는) 창극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귀토' 수·목·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3시.

[서울=뉴시스]'창극 귀토'의 극본·연출 고선웅(왼쪽부터),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공동작창 유수정, 국립창극단원 김준수, 유태평양, 민은경(사진=국립극장 제공)2021.05.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창극 귀토'의 극본·연출 고선웅(왼쪽부터),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공동작창 유수정, 국립창극단원 김준수, 유태평양, 민은경(사진=국립극장 제공)2021.05.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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