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손남목 "'사랑과 전쟁=불륜' 공식, 카카오 덕분에 깼죠"

등록 2021.12.25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카카오TV 'NEW 사랑과 전쟁'을 연출한 손남목 두레아트플랜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두레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카카오TV 'NEW 사랑과 전쟁'을 연출한 손남목 두레아트플랜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두레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사랑과 전쟁'이 확 젊어졌다. 한때 막장 논란 중심에 서며 폐지됐지만, 유튜브를 통해 역주행 해 7년 만에 부활했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카카오TV를 통해서다. 막장은 덜고 현실감을 더해 10대부터 60대까지 공감을 샀다. 'NEW 사랑과 전쟁'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다.

사랑과 전쟁은 KBS 2TV에서 부부 문제와 실제 사연을 재구성해 드라마로 선보인 작품이다. 1999년 첫 방송 후 10년 만인 2009년 시즌1이 막을 내렸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시즌2를 방송했다. 탤런트 이시은을 비롯해 민지영, 최영완, 장가현 등이 주목을 받았다. 트로트가수 장윤정과 박현빈, 장민호 등도 재연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손남목(50) 두레아트플랜 대표는 사랑과 전쟁이 30대~60대 향수로만 남는데 아쉬움을 느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기 연극 '러브 앤 전쟁'으로 가능성을 엿봤다. 올해 '사랑과전쟁 시즌2'를 무대에 올렸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카카오TV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유튜브 채널 'kemi tv'를 통해 사랑과 전쟁이 역주행했다. 평균 조회수 100만뷰가 넘었고, 댓글은 수천 개씩 달렸다. 10대들도 '사랑과 전쟁을 왜 폐지했느냐. 부활해야 한다'고 열광하는 모습에 확신했다. 분명히 승부수가 있고, 영원히 갈 수 있는 콘텐츠다. 카카오라면 '이 콘텐츠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했고, 최우선으로 접촉했다. 다른 방송사에서 사랑과 전쟁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는데, 오리지널이 등장했을 때 파괴력이 클 거라고 예상했다."
[인터뷰]손남목 "'사랑과 전쟁=불륜' 공식, 카카오 덕분에 깼죠"

'사랑과 전쟁=불륜'이라는 공식을 깨고 싶었다. 카카오TV와 손 잡은 만큼 "불륜에만 얽매이지 말자"고 다짐, 매회 다른 콘셉트를 적용했다. 총 24부작으로 OTT 채널 특성에 맞게 매회 20분씩 2편으로 나눠 편성했는데 집값, 가상화폐, 학교 폭력, 가스라이팅, 어플만남, 돌싱부부, 중고거래 등 다양한 이슈를 다뤘다.

손 대표는 "'사랑과 전쟁=불륜'이라는 공식은 양날의 검"이라며 "오히려 불륜을 벗어나면 비판받을 수 있다는 걱정도 했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뉴 사랑과 전쟁'이라고 타이틀을 정했는데, '새로워진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할 수 있어야 하니까. 총 24부작이지만 2회씩 쪼개서 극본은 총 12개였다. 불륜에 국한하지 말고, 12가지 색깔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카카오TV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를 주로 선보였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사랑과 전쟁이 60대까지 카카오TV를 알리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며 "주변뿐만 아니라 맘카페 등에서 '사랑과 전쟁으로 카카오TV를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뉴 사랑과 전쟁은 카카오TV에서 평균 조회수 10만~15만회를 기록했다. 12회 '초고속 결혼'은 조회수 35만 회를 찍었다.  SK브로드밴드 자회사 미디어S의 채널S와 또 다른 OTT 왓챠를 통해서도 방송해 시청 폭을 넓혔다. 방송 중간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을 넣어 공감을 샀다. "카카오에서 요구한 게 전혀 아니"라며 "SNS시대라서 자연스럽게 녹인 것"이라고 짚었다.

추억의 스타들도 힘을 실었다. 탤런트 김정훈을 비롯해 이승현, 영화배우 한지일, 농구스타 한기범 등이다. 친분 있는 코미디언 윤현빈, 김영희, 맹승지 등도 도움을 줬다. "연극을 30년 정도 하면서 누구도 갖지 못한 나만의 자산"이라며 "배우들의 힘을 많이 빌렸다. 이번엔 단역 개념이 없었다. 연륜있는 선배들에게 특별 출연을 부탁했다. 대사 한 마디 나오는 것도 단역들이 하지 않고 대선배들을 모셨고 개그맨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줘서 시각적인 재미를 한층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카카오TV 'NEW 사랑과 전쟁'을 연출한 손남목 두레아트플랜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두레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카카오TV 'NEW 사랑과 전쟁'을 연출한 손남목 두레아트플랜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두레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물론 예전의 사랑과 전쟁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시청자들은 막장 수위 조절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막장의 유혹'이라고 할 수 있다. 막장, 불륜으로만 갔으면 쉬웠을 수도 있다. '정말 개막장으로 가야 하나'라는 정신적 충돌도 있었지만, 차별화하고 싶었다. 초고속 결혼 편에선 학폭을 다뤘는데 부부 문제와 엮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반응이 가장 좋아 뿌듯했다. 이전에 사랑과 전쟁은 너무 막장이라면서 폐지 사유가 되기도 했다. 불륜·이혼 등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받지 않았느냐. 이번에는 집값, 육아 문제 등을 녹여 '우리 집 이야기인데?'라며 공감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

원조 배우들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사랑과 전쟁 시즌1에서 방송 말미 신구가 조정위원장으로 나와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고 하는 장면은 아직도 회자하고 있다. 뉴 사랑과 전쟁에는 변호사 2명이 나와 각각 남녀 입장을 변호했다. 새로운 스타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MBN '보이스트롯' 우승자인 트로트가수 박세욱의 연기 도전이 호평을 받았다.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활약한 아역 탤런트 김성은의 주부 연기도 눈에 띄었다.
 
손 대표는 "'원조배우들이 왜 서브 역할을 하느냐'는 반응이 많더라. 사랑과 전쟁이 10년 정도 됐는데, 그때 30~40대였던 분들이 50~60대가 됐다. 그분들이 신혼 역할을 맡는 게 불가능했다. 중년부부 이야기만 할 수도 없지 않느냐. 나이층이 올라간 만큼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며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지 못하면 프로그램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박세욱을 가수로만 아는 분들이 많은데, 뮤지컬에서 활동해 연기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인연이 있어서 100% 믿고 캐스팅했다. 박세욱이 12개 극본 중 3개나 주연을 맡았고, 안정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특히 '독박육아' 편에서 연기를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뉴 사랑과 전쟁 OST에도 공을 들였다. 총 8곡으로 박세욱을 비롯해 밴드 '부활' 출신 김재희, 트로트가수 신유, 하이량, 소유미, 여성듀오 '위드 위' 등이 참여했다. 기존 음악을 하나도 쓰지 않았고, 효과음도 직접 제작했다. "음악에 공을 들이지 않으면 작품 퀄리티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는데 극 흐림에 맞는 음악을 쓰고 싶었다. 조만간 사랑과 전쟁 OST 앨범이 따로 나올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카카오TV 'NEW 사랑과 전쟁'을 연출한 손남목 두레아트플랜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두레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카카오TV 'NEW 사랑과 전쟁'을 연출한 손남목 두레아트플랜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두레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뉴 사랑과 전쟁 대미는 탤런트 최영완과 박형준이 장식한다. 26일 공개하는 최종 23·24회 '그날의 거래'에서 중고거래가 불러온 파국의 시작을 그린다. 부인인 최영완은 사랑과 전쟁 출신일 뿐 아니라 옆에서도 지켜봤기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정말 신선하다고 하더라. '고생한 게 보인다'면서 격려를 많이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1회 때부터 '민지영, 최영완씨 안 나오냐'는 반응이 많았다"며 "다들 알다시피 민지영시는 암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돼 당분간 활동이 어려운 상태다. 최영완씨는 KBS 2TV 일일극 '빨간 구두' 촬영 종료 후 어렵게 스케줄을 맞춰 출연했다. 중고어플과 관련된 사연인데, 마지막 2회는 정말 최선을 다했으니 기대해 달라"고 청했다.

손 대표는 뉴 사랑과 전쟁 시즌제를 추친 중이다. 카카오TV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사와 접촉해 시즌2 편성을 논의 중이다. "아직 편성이 확정 안 돼 카카오에 오히려 부탁하고 싶은 입장"이라며 "'시즌1이 정말 끝이냐'면서 섭섭해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카카오TV 'NEW 사랑과 전쟁'을 연출한 손남목 두레아트플랜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두레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카카오TV 'NEW 사랑과 전쟁'을 연출한 손남목 두레아트플랜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두레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2.25. [email protected]


손 대표는 대학로에서 실력 있는 연출가로 꼽힌다. 2001년 연극 '가스펠'을 시작으로 '보잉보잉'(2002~2021),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2006), '스캔들'(2012~2019) 등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보잉보잉은 누적 관객 500만명을 넘으며 흥행몰이했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도 "연극의 끈을 놓지 않는 게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이달 말 대학로에서 운영하는 공연장 '두레홀' 두 곳이 문을 닫을 예정이다. 2년간 매달 임대료 약 2000만원을 내며 버텼지만, "이제 버틸 힘이 아예 없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OTT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뉴 사랑과 전쟁으로 가능성을 증명하지 않았느냐. 연극계에서 일궈낸 성과 그 이상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사랑과 전쟁 시즌2도 카카오TV에서 방송하면 정말 감사하겠지만, 혹시라도 여건이 안 된다면 빨리 다른 곳에서 관심을 표명해줬으면 좋겠다.(웃음) 해외에도 선보이고 싶다. 요즘 'K-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는데, 사랑과 전쟁을 통해 한국 부부들의 일상도 보여주고 싶다.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 기록을 깨는 게 목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