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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개발자 모시기 전쟁…입사 보너스 200만원에 주 4일 재택 근무까지

등록 2022.04.09 08:30:00수정 2022.04.09 08: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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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확 바뀐 IT 인력 처우…3D 기피 업종→'국빈급' 대우

대학 등 신규 인력 공급도 부진…현업서 필요한 기술과 미스매칭도

대형 기업 인력 흡수에 중소벤처·스타트업은 인력난

[서울=뉴시스] 개발자 파격 처우에 대한 인식.(그래픽=잡코리아 제공) 2021.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개발자 파격 처우에 대한 인식.(그래픽=잡코리아 제공) 2021.10.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 지난 2017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SW기술자 처우 개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개발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지적했다. 당시 보고서는 “SW기술자의 직무수명은 타 산업대비 5~10년가량 짧으며, SW기술자(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SW사업 대가의 약 50% 수준으로 프리랜서의 임금 평균보다도 낮다”라고 꼬집었다. 또 “이는 해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술자의 직무 만족도가 대변하고 있다”고 짚었다.

# IT 전문직 위상이 5년 만에 천지개벽했다. 지난해 대기업에서 일하던 프로그래밍 개발자 A(40) 씨는 올해 동종업계의 B사로 이직했다. 직무는 같았지만 연봉을 2000만원 인상해준다는 제안에 마음이 돌아섰다. 같은 해에 전 직장 동료 선후배들 일부가 A씨와 같은 회사로 옮겼다. 회사에서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이직을 만류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들의 몸값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A씨는 지금 회사가 제공하는 처우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IT업계 '인력 확보' 전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주요 기업들마다 연봉 인상에 다양한 복지 혜택를 내세우며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게임업계가 대규모 연봉 인상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로 바통이 넘어간 모양새다.

카카오·네이버 연봉 일괄 인상…IT업계 ‘쩐의 전쟁’ 확산

카카오의 새 경영진은 내정 직후 임금 인상 계획부터 밝혔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올해 임직원 연봉 예산을 15% 늘리겠다고 했다. 이에 카카오는 연봉 예산의 절반 정도로 임직원 기본급을 500만원씩 인상키로 했다. 또 남은 예산으로는 전년도 성과 등을 고려해 추가로 인상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복지와 임금 두 가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원격 업무기기, 휴가비 지원 등이 담긴 복지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네이버 노사가 올해 임직원 연봉 예산을 전년 대비 10% 인상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앞서 지난해 넥슨이 시작으로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게임사들이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연봉 인상을 주도했다.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NHN에서 분사한 NHN클라우드는 첫 경력 사원을 모집하며 두 차례로 나눠 두 자릿수 인재를 모집한다. 또 주 4일 재택 근무, 입사자 전원에게 웰컴 보너스로 200만원 지급 등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네이버웹툰은 총 세 자릿수 규모의 경력직원 채용에 나섰다. 최근 서류 접수를 마감한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뱅크의 채용 규모도 세 자릿수로 알려졌다.

게임 업계에서는 스마일게이트가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 이번 채용에는 계열사인 스마일게이트 RPG,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등 4개 법인이 참여해 신입과 경력직을 두루 채용한다.

연봉 인상으로 개발자를 영입할 수 있는 기업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 위주로 IT 전문인력들이 쏠리면서 중소벤처나 스타트업 업계는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한다. 서울 역삼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최근 인력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인력들이 대기업으로 썰물처럼 이직하고 있다”라며 “이제 스타 스타트업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인재라는 비전을 제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W 신규 인력 부족이 원인…현업·교육기간 미스매칭

이처럼 업계 인력난이 심화된 데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신규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향후 5년간 소프트웨어 분야 신규 인력 수요를 35만3000명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대학, 대학원 등과 정부의 SW 인력 양성사업으로 공급되는 인력은 32만4000명에 그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약 5년간 2만9000명이 비는 것”이라며 “대학 이상 고등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관련 전공자의 경우 매년 3만~4만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이 같은 현실을 잘 보여준다. 2015년과 가장 최근 수치인 2019년을 살펴보면 SW응용공학 졸업자는 2015년 3584명에서 2019년 4512명으로 늘었다. 또 전산·컴퓨터공학은 같은 기간에 1만 2301명에서 1만 2893명으로 증가했다. 정보·통신공학은 2015년 1만 737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나 2019년 되레 1만 5679명으로 감소했다.

대학, 단기 교육 기관 등에서 배출한 신입 개발자들을 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없는 점도 산업계 현장의 고민이다.  단기간에 교육 받은 인력들이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운 사정도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대학과 사설 학원 등 기관마다 다른 교육 과정 탓에 프로그래밍은 잘하지만 실제 현장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인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며 “결국 현업에서 다시 재교육을 해서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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