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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충격 뼈때리는 '들개'...다시보는 이외수 베스트셀러

등록 2022.04.26 11:19:53수정 2022.04.26 12: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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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저녁 별세...빈소는 춘천 호반병원장례식장

1978년 첫 작품 '꿈꾸는 식물'부터 베스트셀러


【화천=뉴시스】박종우 기자 = 소설가 이외수 2022.04.26. jongwoo425@newsis.com

【화천=뉴시스】박종우 기자 = 소설가 이외수 2022.04.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25일 별세한 이외수 소설가는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인기 에세이스트였다. 아름다운 언어의 연금술을 펼치는 기행과 파격의 작가 이외수,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고인은 1946년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났고, 춘천교대를 자퇴한 후 홀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 1978년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소설, 우화, 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으로 숱한 베스트셀러를 낳았으며 촌철살인 글들을 SNS에서 공감을 얻어 일명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고인은 섬세한 감수성과 환상적 수법이 돋보이는 소설과 에세이를 꾸준히 발표했다. 첫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에서부터 '들개', '벽오금학도'까지 모든 소설이 40만~5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였다. 그의 수필집 '하악하악'과 '청춘불패'도 고인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담은 저서로 명문장을 전하며 세상을 위로했다.

'꿈꾸는 식물'(1978)="나는 환경의 덫 속에 철저하게 갇힌 한 마리 나약한 짐승이 되어 그 덫이 허용하는 아주 좁은 자유의 한계 속에서만 이리저리 맴돌고 있었다."

고인의 첫 장편소설이자 데뷔작이다. 홍등가 장미촌의 마지막집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큰형,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몸을 팔러온 여자들. 주인공 '나'는 집안에 대한 부끄러움과 실연의 아픔에 괴롭기만 하다. 매독으로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자살을 시도하다 집을 나간 작은형이 돌아오고 명자라는 여자가 장미촌에 새로 들어오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첫 작품부터 파격적인 소재와 이야기로 고인은 문단계에 충격을 안겼다.
 
[서울=뉴시스] 들개 (사진=해냄 제공) 2022.04.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들개 (사진=해냄 제공) 2022.04.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들개'(1981)=1981년 발표해 70만부가 넘게 팔린 고인의 대표작이다. 30대 젊은 작가의 이변으로 문단과 대중을 놀라게했다. 들개 그림에 영혼을 바친 한 남자와 그 그림에서 삶의 이유를 얻은 한 여자 이야기다. 두 남녀가 제도와 문명의 사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며 다 쓰러져 가는 교사(校舍)에서 1년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고립된 두 남녀가 최종적으로 이르는 결말에서 인생의 진실을 암시해 주는 이 작품은 이외수 작가의 초기 대표작으로 1982년대 박철수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앞 뒤 글자를 바꾸어서 말하는 단어들도 인상적이다.

"이를테면 충고는 고충이다,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충고는 고충일까. 듣는 쪽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완전히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 있었다. ...잠시 후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군대는 대군이다, 말이 되나요?”
“됩니다. 그럼 이제 또 제가 말해야 할 차롄가요. 그러나 아가씨, 우리 그냥 하면 재미가 없을 테니까 벌칙을 정합시다. 상대편이 말하고 나서 일 분이 경과해도 적당한 단어를 못 찾아내었을 경우 오백 시시의 반을 벌주로 단숨에 마신다든가 하는.” 나는 재빨리 계산해 보았다. 조금 전에 군대는 대군이다를 생각하는 데 나는 약 이십 초를 허비했다. 어쩌면 그보다 빨리 생각해 낼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여름 우박중)

"쥐고기다!”틀림없는 쥐고기였다. 본능적으로 소름이 끼쳐왔다. 며칠간 나는 그가 내밀어주는 쥐고기 몇 점씩을 받아먹고 가까스로 목숨을 연명해 왔었던 것이다. 아…….마침내,마침내, 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지탱하고 있던 먹이 문제에 관한 내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은 이제 모두 끝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쥐고기를 먹었다. 차츰 불쾌감이 사라져가는 것이 이상했다. 이 극한 상황을, 완전히 뛰어 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하나님은 왜 사람을 먹어야 사는 동물로 만든 것일까중에서)
   

'벽오금학도'(1992)=비틀어진 세상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탐구한 고인은 1992년 '벽오금학도'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자리매김을 공고히 한다. 출간 후 3개월 만에 120만부가 판매된 이 소설은 풍류도인 농월당 선생과 그의 손자인 백발동안의 강은백, 신통력을 지닌 누더기 노파, 피해망상증 시인 김도문 등 아무 연관성 없는 사람들 같지만 정교하게 직조된 이들의 대화로 펼쳐내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다.

"보이는 모든 것을 아름다워하려고 노력했고 들리는 모든 것을 아름다워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너 하나의 마음이 탁해지면 온 우주가 탁해지는 법이니라.”"

[서울=뉴시스] 하악하악 (사진=해냄 제공) 2022.04.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악하악 (사진=해냄 제공) 2022.04.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하악하악'(2008)="인생의 정답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정답을 실천하면서 살기가 어려울 뿐"

"하나님, 인생말년에 어쩌다 축복 한번 다운 받아보고 싶은데 버퍼링이 너무 깁니다. 파일의 용량이 너무 많아선가요." 

소설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탐구해온 고인은 에세이를 통해서는 가볍고 위트있는 짧은 단문을 자주 사용했다. 그가 펴낸 여러 에세이 중 대표작인 이 책은 고인이 작가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1~10회 써 올린 원고 중 네티즌들의 반응이 좋았던 글만을 옮겼다. 특히 '존버(존재하기에 버틴다)' 정신을 처음으로 말한 책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1,2(2017)=고인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이다. '장외인간' 이후 12년 만에 발표했다. 2017년 2월 20일부터 카카오페이지 채널로 연재를 시작해 3월 20일에 1권 연재 완료, 4월 10일부터 2권 연재를 시작해 5월 말에 종료와 동시에 종이책으로 출간했다.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서른 살 청년이 식물들의 제보와 도움을 빌려 사회악을 밝혀내고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수목원 입구에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라는 간판을 걸고 사람, 동물, 식물들의 모든 억울함을 수집하여 악행을 일삼는 자를 응징하기 시작한다. 고양이의 이마에 대못을 박는 동물 학대와 뇌물 수수, 공금 횡령, 직권 남용을 서슴지 않은 국회의원을 응징하는 등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라면 가리지 않고 실천한다.

"나무들이 탄주하는 음악 소리를 듣고 있으면, 때로는 내 육신이 초봄의 풀잎처럼 은은한 연둣빛으로 물들거나, 때로는 내 정신이 달밤에 강물 가득 쓸려 가는 달빛처럼 반짝거리거나, 때로는 내 영혼이 저물녘 서쪽 하늘 노을빛처럼 아름답게 범람한다.나는 나무들이 탄주하는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완벽하게 나무들과 합일되는 자신을 깨닫는다. 뼈들이 투명해지고 혈관 속이 청량해진다. 나무들의 음악 소리에 하늘이 열리고 바다가 열린다. 동이 트는 것도 태양이 작열하는 것도 어둠이 내리는 것도 모두 나무들이 탄주하는 음악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나는 숲 속에서 나무들이 탄주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자신을 발견한다."(채널러중에서)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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