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7일 재임기간 7차례 추경 남긴 홍남기, 떠나는 날까지 재정 걱정
최장수 부총리 기록과 함께 37년 공직 마무리
이임식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 만들어야"
"새 정부, 재정준칙 조속히 법령으로 제도화"
"부동산 시장 충분히 제어하지 못해 아쉬워"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2.05.0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오종택 박영주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47일이라는 행정부 사상 최장수 부총리 재임기록과 함께 37년 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상황에서 7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하는 등 위기 극복과 회복을 위해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한 홍 부총리는 떠나는 날까지 나라 살림살이를 걱정하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진행된 이임식에는 기재부 1·2차관과 각 실·국장, 과장급 이상 간부는 물론 직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이임식에서 홍 부총리는 지난 공직생활의 소회를 밝히면서 공직 생활 대부분을 몸 담은 기재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새 출범 후 기재부의 역할에 대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강원 춘천 출신인 홍 부총리는 춘천고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9회로 1986년 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 전신)에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서울대 출신 경제관료가 득세한 부처 분위기에서 스스로를 비주류라 칭했던 홍 부총리지만 섬세하고 꼼꼼한 업무 방식과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예산 관련 핵심 보직을 거쳤고, 노무현,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에 근무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을 지낸 홍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공직에서 물러나는 듯 했으나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에 발탁되며 공직 생활을 이었다.
2018년 12월10일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임으로 경제부총리로 임명돼 이날까지 무려 1247일간 재임하며, 윤증현 장관(842일)을 제치고 역대 최장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홍 부총리 재임 기간 빈틈 없이 업무에 매진했다. 3년여 동안 365회의 장관급 회의체를 가동해 맞춤형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문 정부 내내 국무조정실장과 부총리로서 주요 회의에 빠짐 없이 참석했다.
현장과 소통을 중요시한 홍 부총리는 임기 동안 126번 현장을 찾아 기업과 서민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또 작년 상반기 국무총리 공석으로 총리 직무대행과 경제부총리 역할을 병행 수행해 국정운영에 공백이 없도록 대응한 경험도 있다.
홍 부총리는 이임사에서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인구감소, 지역소멸 대응과 재정준칙 법제화를 새 정부의 과제로 제시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7차례 추경과 4차례 예산안 등 11차례나 예산을 편성하며 재임 기간 내내 재정건전성 고민을 놓지 못한 그는 마지막날까지도 국가 재정을 우려했다.
홍 부총리는 "경제·사회구조 변화에 실기하지 않고 대응하면서 그 기반을 위협하는 인구감소, 지역소멸 대응에 더 속도 내 주시기를 바란다"며 "코로나가 남긴 양극화의 상흔을 차곡차곡 치유해 나가기 위해 우리 사회안전망을 더 두텁게 보강하고 계층이동 사다리 보강에도 더 큰 관심을 쏟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의 역할수행과 건전성이 조화롭게 지켜지는 나라 곳간을 만들어야 한다"며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는 불가피하게 국가채무의 빠른 상승으로 귀착됐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5.09. [email protected]
홍 부총리는 "재정 역할이 커지고 건전성이 약화되는 만큼 국제기구, 신용평가사 등이 재정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점점 매서워지고 있다"며 "고령화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시간도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서 재정준칙을 조속히 법령으로 제도화하는 등 중기재정 관리에도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돌아보면 가장 험준했던 고비 계곡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며 "국민생명을 위협했고 또 우리의 경제와 민생을 멈추게 했지만,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선방하며 방역과 경제를 지켜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 추진,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등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코로나19 팬데믹이 만들어낸 기회로 꼽았다. BIG3(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산업 집중 육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제고, 한국판 뉴딜, 2050 탄소중립 정책, 인구TF 가동 등도 우리 경제 성장경로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이 충분히 제어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최근 시장 하향 안정세까지 왔지만 아쉬움이 큰 영역이 아닐 수 없다"며 "시장의 하향 안정적 기조가 확실히 착근되도록 해야만 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 "재정영역에 있어 재정의 지속가능성 회복도 중요한 과제"라며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겹쳐 쌓이고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는 등 우리 경제가 직면한 상황이 점점 복잡해지고 엄중해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2018년 12월 부임한 홍 부총리는 3년 6개월 재직해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을 남겼다. 그는 "3년 반의 기재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37년간의 공직생활도 마무리한다"며 "긴 시간을 기재부에서 한 치 후회 없는 공직 열정을 다 쏟으며 달려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지난 3년 반을 돌이켜보면 글로벌 경기침체, 일본의 부당 수출규제, 코로나 팬데믹 발생 등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험난한 여정의 연속"이라며 "하루하루 100m 달리기하듯 절박한 심정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되짚었다.
끝으로 홍 부총리는 기재부 직원들을 향해 "일 좋아하고 꼼꼼한 장관 만나서 고생 많았다"며 "기재부 가족 한분 한분이 새로 취임하는 추경호 신임 부총리와 함께 새 정부 경제정책을 이끌어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이임식을 끝으로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앞서 홍 부총리는 퇴임 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겠다고 했다. 그는 "대학교에서 공부도 경제학을 했고 37년 경제부처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한국경제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재충전하며 찾아보려고 한다"고 기약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2.05.0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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