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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K팝 톺아보기⑤]레드벨벳 '빨간맛'·아이유 '발갛게'..."'빨강' 다채 신기"

등록 2022.06.0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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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고유 특징인 '색채어'를 잘 살린 K팝

해외 팬들 "K팝 곡들은 색깔 다채롭게 표현 신기"

[서울=뉴시스] 레드벨벳 '빨간맛'. 2022.06.03.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레드벨벳 '빨간맛'. 2022.06.03.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빨간 맛 궁금해 허니(Honey) / 깨물면 점점 녹아든 스트로베리 그 맛"(레드벨벳 '빨간 맛', 작사 켄지)

"사랑한단 말에 속지 않아 이젠 / 참을 수 없어 / 새빨간 네 거짓말 / 예쁜 그 입술을 믿었어"(비투비 '새빨간 거짓말', 작사 임현식·이민혁·프니엘·정일훈)

"붉게 물든 노을 바라보면 / 슬픈 그대 얼굴 생각이 나"(이문세 '붉은 노을', 작사 이영훈)

"한 뼘 한 뼘 머리 위로 꽃노을 발갛게 번지고 / 황혼을 따라 춤추는 그늘 길어지는데"(아이유 '정거장', 작사 아이유)

"나도 몰래 볼이 또 먼저 발그레"(오마이걸 '윈디데이', 작사 서지음)

"점점 울긋불긋 해지는 얼굴 / 심술이 나요"(f(x) '스텝 바이 미', 작사 이연미·jean t na·priya jayaram)

"채찍을 든 도깨비같은 시뻘건 아저씨가 / 눈을 부라려도"(장기하 '느리게 걷자', 작사 장기하)

[서울=뉴시스] 아이유 '정거장'. 2022.06.03. (사진 = 페이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아이유 '정거장'. 2022.06.03. (사진 = 페이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빨간, 새빨간, 붉은, 발갛다, 발그레, 울긋불긋, 시뻘건… 한국어엔 빨강(빨간색)을 표현하는 어휘가 이렇게 많다. 빛깔을 나타내는 말인 색채어(色彩語)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반면 영어로 붉은 색을 표현할 때 많은 이들은 '레드(red)와 '레디시(reddish·불그스름한) 정도만 떠올린다.

이렇게 색채어가 발달한 덕분에 우리말을 기반으로 삼는 K팝의 노랫말고 색채감이 풍부해졌다.

레드벨벳, 아이유, 오아미걸, 장기하가 각각 노래하는 '빨간' '발갛게' '발그레' '시뻘건'의 색깔은 미세하게 다르다. 

빨강은 기본적으로 빨간 빛깔이나 물감을 가리킨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원의 신개념 국어사전 '우리말샘'에 따르면, 발갛다(발갛게의 기본형)는 '밝고 엷게 붉다', 발그레는 '엷게 발그스름한 모양', 시뻘겋다(시뻘건의 기본형)는 '매우 뻘겋다'로 풀이된다.

비단 빨간색뿐만 아니다.

"보랏빛 새벽 노란색 오후 / 오렌지빛 노을에 번져갈 우리"(레드벨벳 '레인보우 할로', 작사 서지음), "저 색깔이 누렇게 바랠 때까지"(트리플 H '느낌', 작사 제이제이·현아·던), "노르스름해진 벽에는"(불독맨션 '명탐정 차차차', 작사 이한철), "틀린 기준에 돋보기 누리끼리 문제 풀이 / 게임 못해서"(한해 '뒷박자', 작사 한해·넉살·래원), "샛노랑 셔츠 입고 갈래"(펜타곤 '판타지스틱', 작사 후이·우석) 등 K팝 내 노란색 표현도 이렇게 다채롭다.

[서울=뉴시스] 오마이걸 '윈디 데이'. 2022.06.03.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마이걸 '윈디 데이'. 2022.06.03.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해외 K팝 팬들은 "레드벨벳의 '빨간 맛'의 레드가 빨강의 기본형을 잘 표현했다면, 다른 K팝 곡들은 빨강의 채도를 다채롭게 표현해 신기하다"고 반응했다. 

한국어의 기본적인 색채어는 '희다', '검다', '붉다', '푸르다', '누르다' 등 다섯 가지다. 파랑과 노랑의 중간색인 녹색(綠色)은 우리말에서 온 게 아니라, 한자어에서 왔다. 과거에 녹색과 파랑이 나눠지지 않았던 우리는 녹색과 파랑을 모두 '파랗다'고 표시했다. 신호등의 녹색불을 우리가 파란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 3초 그 짧은 시간 / 노란색 빛을 내는 / 저기 저 신호등이 /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이무진 '신호등', 작사 이무진)라는 노랫말이 가능한 이유다.
 
한국어에 색채어가 풍부한 까닭은 예사소리·된소리를 활용해 채도를, 양성·음성 모음을 활용해 명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K팝은 이런 부분을 마음껏 활용해 노래의 색감을 다채롭게 하고, 활기까지 띠게 만든다.

아이돌 음반 기획사 관계자는 "한국어의 장점 중 하나는 풍부한 형용사·부사의 활용이다. 그건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면서 "색채어가 그런 장점과 특징을 갖고 있고, 이를 변주하면서 다양한 기호의 국내외 팬들과 잘 소통해나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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