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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한동훈, 체포동의안 '피의사실공표' 공방

등록 2023.10.11 16: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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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무죄추정 원칙에 반한 피의사실공표 가능성 언급

한동훈 "검찰 입장 전하고 증거관계 설명한 것" 반박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1.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1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한 체포동의안 제안설명이 피의사실공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장관은 검찰의 입장과 증거관계를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한 장관이 발표한 체포동의안 내용과 과거 판례를 들며 지적했다.

한 장관의 체포동의안 발언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해 유죄를 속단하게 하고, 추측이나 예단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표현을 사용해 피의사실공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유죄로 단정하며 발표한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긴 표현들이 있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권칠승 의원은 역대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안 제안설명 글자수를 비교하며 운을 뗐다.

1995년부터 역대 법무장관들이 국회에서 한 체포동의안 제안설명 글자수 총합이 3만9215자인데, 이중 2만9056자가 한 장관이 발언이었다는 지적이다.

한 장관은 이에 "글자수가 아니라 부결된 것이 몇 건인지를 봐야할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과거 박상철 전 장관이나 강금실 전 장관 당시에는 체포동의안 제안설명으로 발표된 글자수가 '0'이라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서 발표하지 않고 서면으로 제출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권 의원은 당시 한 장관의 제안설명 자료를 제시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 피의사실공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례로 설명자료에 담긴 '먼저 성남시에서 일어난 전형적인 지역토착비리 사건인 백현동 개발 범죄 혐의'라는 표현을 들며 "전형적인 지역토착비리라고 누가 확정했나"라고 따져물었다.

또 '이 의원과 정진상은 연배가 높은 김인섭을 형님으로 호칭해왔고, 성남시 재선 이후 이 사건 개발사업 관련 청탁이 들어오자 보답을 해야 하는 공생관계였다'는 표현을 언급했다.

이어 "형님으로 호칭하고, 청탁이 오자 보답해야 하는 공생관계였다는 것에 대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법원에서 영장심사를 할 때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 그러니까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다. 제가 볼 때는 확증편향"이라고 꼬집었다.

한 장관은 이에 "의원이야말로 죄가 없다는 확증편향을 갖고 있다"며 "그걸로 구속된 사람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지금 진행되는 상황에서 영장 한번 기각됐다고 무죄받는 것처럼 말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가 열리고 있다. 2023.10.11.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가 열리고 있다. 2023.10.11. [email protected]


같은당 김의겸 의원도 체포동의안 중 '김인섭은 정바울에게 이재명 시장 측에 대한 청탁 대가로 거액을 요구하였고, 그 중 절반은 두 사람, 즉 이재명 시장과 정진상 몫이라고 했다'는 표현을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재판기록을 뒤져봤더니 정바울이 하는 말은 자기가 그렇게 김인석으로부터 들었을 뿐이라 이야기하고 8월16일 공판에서 김인석은 '나는 그런 얘기한 적 없다. 이런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마치 내가 협박하는냥, 성남시 공무원이 불법적으로 청탁하는냥 말하지 말라'고 정바울과의 대질신문에서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장관께서 무엇을 근거로 체포동의안을 요청할 때 이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저는 중대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백현동 부지와 관련, 한 장관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다수 증거들이 있다고 했지만 영장심사를 한 유창훈 판사 결정문을 보면 이에 관한 직접 증거는 부족하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대북송금과 관련해서도 명백한 다수 증거가 확보돼 있다고 한 장관이 말했지만 유 판사는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렸다"고 보탰다.

판사가 다른 판단을 내린 부분을 앞서 진행된 체포동의안 제안설명에서 확정적인 것처럼 밝혔다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한 장관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범죄 혐의 내용,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이고 증거관계를 설명드린 것이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 본 재판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김경수 전 지사나 오거돈 전 시장, 안희정 전 지사 모두 영장이 기각됐지만 실제로 중형을 받고 수감됐다"고 답했다.

이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했더 박범계 의원은 한 장관 체포동의안 설명에 대해 "감정이 많이 투입됐다고 생각하지 않나"라며 "국민에 대한 설득력, 대법원에 대한 설득력을 스스로 훼손한 건 아닌가라는 판단이 선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가 아니라 한 정파의 선봉장처럼 감정이입을 해서 설명한 것이 핵심"이라며 "국회법 위반"이라고도 했다.

한편 대법원은 1999년 판례를 통해 피의사실공표 시 유념할 사항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이 발표에 한정되어야 함 ▲정당한 목적 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함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해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해야 함 등을 꼽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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