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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알맹이' 없는 연금개혁 유감…총선 의식했나

등록 2023.10.27 15:00:00수정 2023.10.27 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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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알맹이' 없는 연금개혁 유감…총선 의식했나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모수개혁안 확정 시기는)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국회와 이야기해봐야 합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들 의견을 듣는 공론화 과정에서 시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추진력 있는 연금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부가 27일 확정한 연금개혁안에는 구체적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등 모수개혁안이 담기지 않았다. 핵심이 다 빠져버린,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 된 것이다.

앞서 재정계산위원회는 내는 돈인 보험료율(9%→12%·15%·18%)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40%→45%·50%), 수급개시연령(65세→66세·67세·68세), 기금운용수익률(0.5%p·1%p 제고)까지 고려해 총 24개나 되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단일안은커녕 나아가 2~3개의 복수안으로 좁히는 것마저 하지 못했다.

5년 전 연금개혁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도 4개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복수로 제시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그마저도 없이 큰 윤곽만 내놓은 것이다.

모수개혁안을 언제까지 확정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간부는 이날 기자단 설명회에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막연한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4월에 예정된 제21대 총선 이전에는 논의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올 상반기 국회 연금특위가 연금개혁 방향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부에 공을 넘겼던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국회에서도 속도 있는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총선 이후 여야 의석 수 등 결과에 따라 정부·여당의 연금개혁에 날개가 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기라는 점에서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초 프랑스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에서 보듯 연금개혁은 쉽지 않다. 세대와 가입자 유형 등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반발이 수반된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연금개혁을 교육·노동개혁과 함께 3대 개혁으로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전국민의 노후소득이 달린 중차대한 사안을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월 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기금 소진 시점은 2055년으로 이전 시산 때보다 2년 더 앞당겨졌다.

청년 세대 사이에서는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되면 과연 국민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믿을 수 없다는 의식이 커지고 있다. 이는 국가의 신뢰는 물론 존립과도 직결된 문제다.

윤석열 정부도 임기 내 연금개혁에 실패했다는 성적표를 받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명확한 로드맵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 모두 책임감 있게 연금개혁을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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