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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걸렸네"…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전력자, 중징계 받나

등록 2024.03.27 07:00:00수정 2024.03.27 07: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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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수조원대 '채권 자전거래'…이직 후 또 적발

단순 실수 아닌 고의적 위법행위…전력자 가중처벌은 미지수

금감원 "위법자 취업 제한 등 업계 자정 노력 필요"

"또 걸렸네"…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전력자, 중징계 받나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의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제재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과거 전력자의 제재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2016년 수조원대 채권 돌려막기에 가담한 임직원이 지난해 대대적인 랩신탁 운용 검사에서 또 적발된 것에 대해 금감원은 가중 처벌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의지와 달리 실제 검사 규정상 8년이 지난 사건을 이유로 가중 적용할 규정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채권 돌려막기뿐 아니라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자본시장 위법 행위들이 뿌리 뽑히기 위해선 제재 전력이 있는 임직원을 스카우트하지 않는 등 업계 내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재 받고도 승승장구…'영업 노하우'로 이직까지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 증권사의 상무 B씨는 이번 금감원 랩·신탁 검사에서 불건전한 채권 돌려막기를 통한 위법이 적발돼 금감원 제재 대상에 올라있다.

지난해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특정 고객의 랩·신탁 계좌 손실을 불법적인 방식으로 보전해준 것으로 판단하고 9개 증권사에 대해 검사에 착수,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들 증권사는 기업어음(CP) 등 계좌 내 채권을 다른 계좌나 회사 고유자산으로 고가 매수해주는 방식으로 돌려막기해 수익률을 짜맞추고 그 과정에서 제3자에게 손실을 전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채권 돌려막기는 한두해 이야기가 아니다. B씨는 과거 C 증권사 고객자산운용본부에 있을 때도 수조원대 불법 자전거래로 걸린 적 있는 전력자다. 2016년 당시 업계 '선수'들끼리 채권을 돌려막으며 수익률을 짜맞춘 행위로 여러 증권사들이 제재를 받았는데, B 증권사는 기관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은 2개사 중 하나다.

당시 C 증권사 제재 내용을 보면 신탁 간 거래, 신탁 재산과 고유재산 간 거래 등 불건전 거래 횟수만 약 3000회에 달하며 그렇게 오간 거래 금액이 16조원 상당이다.

하지만 사건이 있은 후에도 B씨는 C 증권사의 신탁 잔고를 크게 늘린 공을 인정받아 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던 중 결국 운용하던 채권형 헤지펀드에서 사고가 터졌고, 그는 A 증권사로 이직해갔다.

전력자인 B씨뿐 아니라 당시 중징계 받은 C 증권사 역시 이번에 검사 받은 9개 증권사에 포함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중 처벌' 엄벌 가능할까?…금감원 "쉽지 않다"

금감원 검사국은 B씨의 죄질을 중하게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도 소속 회사가 중징계를 받았고, 단순 실수도 아닌 상당히 고의성을 가진 위법 행위였다는 것이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B씨는 오랜 시간 채권 돌려막기 관행을 리드하는 핵심 인물 중 한사람으로까지 평가된다.

다만 양정을 다투는 제재심의위원회로 갔을 때 실제로 높은 제재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금감원 검사 규정상 전력자 가중 제재는 3년 이내 재범일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과거 2016년 당시 B씨는 임원을 달지 않은 본부장이었기 때문에 더욱이 가중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25조는 일반 직원의 위법·부당행위가 반복되거나 다수의 위법·부당행위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 제재를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과거 전력과 관련한 내용은 따로 없다.

임원이라 할지라도 전력자에 대한 가중 적용은 쉽지 않다. 전력으로 인정되는 기간이 3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6년 사건은 상당히 지난 과거이기 때문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면 감안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불법 저질러도 다른 회사 가면 그만?…"업계 자정작용이 중요"

8년 간 랩·신탁 업계의 채권 돌려막기 관행은 채권 자전거래에서 연계·교체거래로 수법만 진화했을 뿐 여전히 뿌리가 깊다.

자본시장의 불건전 행위가 줄어들려면 당국 제재보다 업계 자정 작용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금융업권인 은행만 봐도 한번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전력자는 면직·해임 제재를 받은게 아니라도 회사에서 눈치 보다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다른 회사에서 받아주지 않는 것이 증권업계와 가장 큰 차이다.

하지만 증권·운용사 쪽에선 '돈만 잘 벌면 된다'는 인식 아래 제재가 훈장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중소형사는 수익원을 창출하려다보니 제재로 회사를 나온 사람이라도 서로 모셔가려는 분위기까지 만연하다. B 상무 역시 A 회사에선 문제가 생겨 나왔지만 C사 이직 땐 높은 몸값을 받고 옮긴 것으로 알려진다. 징계는 징계대로, 업계는 업계대로 돌아가니 제재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는게 금감원의 오랜 고민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 직원에게 면직이나 해임은 큰 불이익이 되기 때문에 제재를 그렇게까지 할 순 없다. 위법 행위 전력자들은 업계에서 스카우트해가지 않는 식으로 자연스레 퇴출되는 문화가 생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그 위법 행위을 다른 데서 또 따라하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먼저 검사에 착수한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제재를 시작할 예정이다. 랩·신탁 불건전 운용을 정조준한 금감원은 위법 증권사들을 엄단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달 연간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채권 돌려막기에 대해) 증권사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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