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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폭탄에 터진 한미약품 '남매 전쟁'…봉합 어떻게?

등록 2024.03.29 07:01:00수정 2024.03.29 07: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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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별세 후 가족에 떨어진 5400억

투자회사 찾던중 1월 OCI와 통합 계약

통합반대 장·차남, 가처분신청·주주제안

신동국 회장 우군 확보로 장·차남 역전

가처분 기각·연금 지지…모녀가 재역전

주총서 형제측 승리…OCI 통합도 무산

분쟁타격 복구 및 가족 화합 과제 남아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임종윤(왼쪽)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2024.03.21.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임종윤(왼쪽)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2024.03.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지난 1월12일 '한미-OCI그룹 통합' 발표 후 2개월 반 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통합에 반대한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OCI그룹과의 통합 추진은 중단된다.

29일 한미약품그룹에 따르면 전날 화성시 수원과학대 신텍스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는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추천한 5명의 이사 선임 주주제안이 가결됐다. 5명은 ▲임종윤(사내이사) ▲임종훈(사내이사) ▲권규찬(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사외이사)다. 기존 4명(송영숙·신유철·김용덕·곽태선) 이사진에 5명이 새로 합류하면서 9명으로 이뤄지게 됐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OCI홀딩스의 이우현 회장 등 통합을 추진한 모녀 경영진(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추천 이사 6명 선임안은 부결됐다.

이날 표대결은 지난 1월 한미그룹이 이종 산업인 OCI그룹과 통합 계약을 체결한 후 장·차남이 반발하면서 이뤄졌다. 형제는 주총에서 자신의 추천 인사로 신규 이사진을 구성해 경영권 교체 후 OCI그룹과 한미의 통합을 막겠다는 계획이었다. 통합에 반대한 가처분도 제기했다.

그러나 더 앞선 분쟁의 시작점은 어느날 갑자기 이들 가족에 떨어진 5400억원의 상속세 폭탄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20년 8월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타계 후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과 장남 임종윤 사장, 장녀 임주현 사장, 차남 임종현 사장에겐 5400억원 상당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미그룹은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약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확보하는 대신 주식 동반매각요구권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거래에 참여하기로 한 새마을금고가 부실 논란으로 뱅크런을 겪으며 투자를 철회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2년 간 투자회사를 찾던 한미는 지난 1월 OCI그룹과 손잡았다. 현물출자 및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간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통합으로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할 예정이었다. 이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확보하게 되므로, 상속세 마련에 숨통이 트이게 되는 식이다.

송 회장은 지난 8일 인터뷰에서 "상속세가 이번 통합의 단초가 됐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며 "한미의 DNA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선 OCI그룹 같은 이종 산업의 탄탄한 기업과 대등한 통합을 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통합 발표 후 가처분→주주제안→형제 역전→기각→모녀 재역전→형제 승리

장·차남의 생각은 달랐다.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녀의 경영권 확보만을 위한 결정이라고 봤다. OCI와의 결합은 임성기 회장이 일군 신약 개발 DNA를 무너뜨리고 한미 미래를 암담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후 장·차남은 한미와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며 지난 1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어 자신 및 추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도 냈다. 송 회장과 더 이상 특수관계라고 볼 수 없다며, 보유 지분 특별관계도 해소했다. 임 회장의 고교 후배이자 이번 분쟁의 '키맨'이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을 지지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신 회장은 지난 23일 "주주가치 훼손을 막고자 한다"며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신 회장 지분 12.15%를 더한 형제 측 우호지분은 40.57%로 뛰면서 모녀를 역전했다. 당초 형제 측 지분율은 임종윤(9.91%)·임종훈 전 사장(10.56%)에 배우자·자녀, 디엑스앤브이엑스를 더해 총 28.42%였다.

이에 송 회장은 두 아들을 사장직(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장·한미약품 임종훈 사장)에서 해임했다. 2020년 고 임성기 회장 타계 후 미뤘던 후계자 지정(임주현 사장)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27일에는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을 그룹 경영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엇갈리게 나왔다.

전세가 기운 듯한 모녀의 숨을 틔게 한 건 지난 26일 법원에서 형제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부터다. 같은 날 막판 변수였던 국민연금도 모녀 측 이사 선임안을 찬성하면서 7.66%의 지분율을 보태며 재역전했다.

2%포인트 차로 모녀가 앞선 박빙 상황에서 장·차남 승리는 마지막 키를 쥔 소액주주 표심을 잡은 영향으로 보인다.
[수원=뉴시스] 임종윤‧종훈 형제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구성 표대결에서 승리한 후 기자들앞에 나섰다. 2024.03.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임종윤‧종훈 형제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구성 표대결에서 승리한 후 기자들앞에 나섰다. 2024.03.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분쟁 타격 복구 및 가족 화합 '과제' 남아

피 튀는 가족 전쟁을 치렀으나 통합이 무산되며 상속세 잔여분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OCI와의 통합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형제는 통합에 계속 반대해왔고 OCI홀딩스는 이날 주총 직후 입장문을 통해 "(한미와의)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2개월여 전쟁으로 인한 한미 내부 타격 복구와 대주주인 모녀와의 관계 개선, 후계자로 지정된 임주현 부회장과의 협력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임종윤 전 사장은 주총 종료 후 "어머니, 여동생과 같이 가길 원한다"며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주주들에게 말해주고 싶고 회사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 기존에 한미를 퇴사한 분들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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