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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명 사상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42년만의 첫 위령제

등록 2024.04.26 16:49:57수정 2024.04.26 18: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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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뉴시스] 유족 전도연씨 편지 낭독. 의령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의령=뉴시스] 유족 전도연씨 편지 낭독. 의령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의령=뉴시스] 김기진 기자 = "42년 동안 벚꽃 피는 4월은 평생 저에게 슬픈 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4월이 기다려질 것 같다."

경남 의령군 궁류면에서 42년 전 발생한 '우순경 총기 난사 사건' 피해자의 유족 전도연씨가 26일 42년 만에 열린 첫 위령제에서 편지를 낭독했다.

당시 20세였던 전씨는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늘 엄마의 빈자리가 그리웠다.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손자들 재롱도 보고 따뜻한 봄날 엄마랑 같이 꽃구경도 실컷 했을 텐데"라며 그리워했다.

또 "고향 궁류에 오는 게 무서웠다. 엄마와의 추억이 많았던 이곳에 오면 무너질까 봐, 살아갈 힘이 없어질까 봐 무서워서 와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앨범에서 엄마랑 둘이 찍은 사진을 보고 하염없이 울었다. 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실컷 엄마를 생각하면서 울고싶다"고 했다.

의령군은 26일 '의령 4·26 추모공원'에서 오태완 의령군수와 유족, 지역민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순경 사건 위령제를 열었다.

95명 사상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42년만의 첫 위령제

우순경 사건은 1982년 4월26일 의령군 궁류지서 우범곤 순경(당시 27세)이 지서 무기고에서 소총을 들고 나와 마을 주민들에게 무차별 난사해 56명이 사망하고 6명이 치명상, 33명이 총상을 입는 등 9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치명상을 입은 6명도 이후 숨졌다.

의령 4·26추모공원은 궁류면 궁류공설운동장 인근에 8891㎡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우순경 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 마련을 위해 2022년 '의령 4·26추모공원 조성 사업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공원을 조성 중이며 위령탑은 이날 제막식을 했다. 위령탑 비문에는 희생자 이름과 사건의 경위, 건립 취지문이 새겨졌다.

위령제는 혼을 부르는 대북 공연과 살풀이춤, 제막식, 제례, 헌화, 추모사, 추모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의령=뉴시스] 오태완 의령군수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의령=뉴시스] 오태완 의령군수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우순경 사건은 당시 전두환 정권의 보도 통제로 사건이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았고 이후 추모행사도 열리지 못했다. 유족들은 동네에서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외부에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았다.

위령제에 대한 논의는 오 군수가 2021년 12월 당시 김부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우순경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고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추진위원회 구성과 추모공원 건립이 추진됐다.

오태완 군수는 "억장 무너지는 긴 세월을 참아온 유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전 군민이 함께 역사적 사명감으로 이 사업을 완수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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