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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헝가리·세르비아에서 동유럽 영향력 재확인

등록 2024.05.08 09:17:36수정 2024.05.08 10: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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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러 지지 반감 크고 중국 투자 기대감 약화

관계 긴밀한 두 독재국가에 대한 대대적 투자 지속

두 나라도 미국·EU만 바라보지 않아도 좋음을 과시

[베오그라드=AP/뉴시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7일(현지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니콜라 테슬라 국제공항에 도착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시 주석은 1999년 5월 7일 나토군 미 공군기의 중국대사관 오폭 25주년에 맞춰 세르비아에 도착했다. 2024.05.08.

[베오그라드=AP/뉴시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7일(현지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니콜라 테슬라 국제공항에 도착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시 주석은 1999년 5월 7일 나토군 미 공군기의 중국대사관 오폭 25주년에 맞춰 세르비아에 도착했다. 2024.05.0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016년 시진핑 중국 주석이 동유럽을 방문할 당시 체코에서 국빈 대접을 받는 등 크게 환영을 받았으나 이번 유럽 방문길에서는 독재자들이 통치하는 헝가리와 세르비아에서만 환영을 받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공산국가였던 동유럽 지역에서 중국의 막대한 투자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를 방문한 시주석은 동유럽의 세르비아와 헝가리만 방문한다. 독재자들이 오래도록 통치해온 두 나라는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이 강하게 유지되는 나라들이다.

헝가리 코르비누스대 대외관계 전문가 타마스 마투라는 “체코와 폴란드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중국에 실망했다. 그렇지만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헝가리 현 정부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르비아 중국 대사관 폭격 사건 계기 양국 유대감 강화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에게도 중국의 친러 정책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치치는 시주석 방문을 앞두고 국영 TV와 회견에서 시주석에게 아부하는 발언을 했다. “중국 친구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 수천 가지다. 대만은 중국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2016년 시주석이 국빈방문했던 체코는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고위 장성 출신인 페트르 파벨로 바뀌었다. 파벨 대통령이 대만 총통을 만나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우호국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뒤로 중국의 체코 투자가 거의 중단됐다.

반면 헝가리와 세르비아에는 중국 자본이 쏟아진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 계획은 각종 규제에 걸려 빠르게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총 길이 320km 가운데 100km 가량만 건설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은 세르비아에 약 200억 달러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헝가리에도 같은 규모의 차관을 지원하고 있다.

체코 국제문제협회 이바나 카라스코바 연구원은 헝가리와 세르비아가 중국을 “국내 유권자들에게 독립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만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카라스코바 연구원은 중국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시주석이 중국에 대한 유럽의 반감을 되돌리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중유럽국 시진핑 부정적 시각 급증

동유럽 및 중부 유럽 국가들에서 실시된 지난해 여론조사에 따르면 발트해 국가들과 체코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급증했다. 헝가리에서조차 시주석에 대해 긍정적 시각이 26%인데 비해 부정적 시각이 39%에 달했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여론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나아가 EU에서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세르비아도 코소보 문제 등으로 EU와 갈등을 겪으면서 러시아 및 중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주석의 세르비아 방문은 나토군 폭격기가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을 폭격한 사건 25주년에 맞춰 이뤄졌다. 이 사건은 세르비아와 중국 사이의 유대감이 크게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세르비아 집권 공산당은 지난 6일 시주석 방문을 앞두고 폭격 당한 중국 대사관 자리에 지은 중국문화센터 외부에 “시주석을 환영합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대만은 중국”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헝가리는 EU의 대중국 관세장벽 돌파수단

이에 비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이 훨씬 더 중요하다. 헝가리는 중국의 투자를 받아 자동차 배터리 등 신기술 부문의 허브가 되기를 노린다. 지난 2년 동안 중국은 헝가리에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 전기차 대기업 BYD는 지난 12월 헝가리에 자동차 조립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만리장성 자동차회사도 시주석 방문 기간 동안 새로운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EU 회원국으로서 관세가 면제되는 헝가리에서 자동차를 생산함으로써 EU의 중국 전기차 견제를 돌파하는 수단으로 삼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시주석의 헝가리, 세르비아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동중유럽에 대한 영향력이 소멸되지 않았음을 과시하길 원하는 것으로 지적한다. 특히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추진한 16+1 외교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발트해 국가들이 16+1 그룹에서 탈퇴했으나 체코와 폴란드, 루마니아 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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