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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과 ‘편의의 축’…중-러 관계의 이중성 [푸틴 방중 5대 포인트②]

등록 2024.05.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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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미국과 NATO의 동진에 공동 대응 필요

장기적 전략 다르고, 역사 문화적 거리감도 커

[부다페스트=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총리실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4.05.15

[부다페스트=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총리실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4.05.15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냉전 시기 중국과 러시아(구소련)는 같은 사회주의 진영 국가였지만 이념 분쟁과 국경 전쟁 등으로 극심한 갈등과 대립 상태였다.

1969년 우수리강 전바오다오(珍寶島·러시아명 다만스키섬) 무력 충돌에서는 중국이 핵무기 사용까지도 검토했다.

양국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바뀐 것은 구소련이 체제 비효율과 미국과의 냉전 군비 경쟁에서 국력이 소진돼 붕괴된 것이 배경이다. 

러시아는 유일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에 공동 대응해야 하는 우호 국가가 필요했다.

중국도 1989년 6월 톈안먼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동반자가 필요했다.

양국이 1996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사회주의의 두 강대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에 대응하는 공동 전선 구축을 위해 협력하면서도 양국간에는 경쟁과 견제의 긴장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같은 중-러 관계를 ‘편의의 정치적 결혼’ ‘준동맹’ 등으로 규정하기도 하지만 ‘편의의 축(Axis of Conveniance)’이라는 말이 널리 통용된다.

장기적인 목표나 비전은 다르지만 실용적 필요에 따라 협력과 견제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기권’ 표결에 담긴 고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6개월 남짓 지난 2022년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렸다.

우크라 전쟁 이후 처음 만난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중국이 제기한 질문과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질문과 우려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양국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있음을 보여줬다.

그해 10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합병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으나 중국은 반대가 아닌 ‘기권’표를 던졌다.

이듬해 2월 유엔 긴급특별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을 때도 역시 중국은 ‘기권’했다.

주요 현안에서 중국이 기권표를 던져 러시아가 실망한 것은 2014년 3월 크름반도 합병 때도 있었다.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장악하고 크름공화국 귀속 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이기 하루 전인 2014년 3월 15일 유엔안보리는 ‘주민투표 무효 결의안’을 표결에 붙였다.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부결됐고 중국의 ‘기권’에 대해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개혁개방 추진 및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질서에 편입되어 성장 동력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구와 대결하려는 러시아와 보조를 맞추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로 지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하지 않고, 주요 현안 UN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지는 것은 탈냉전 이후 30여년간 지속되어온 양국 관계의 기본적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지 갑자기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러 양국의 동상이몽 

지난해 3월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이 푸틴을 지지하는 것은 푸틴의 권력이 약화되고 나아가 러시아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 중국을 북쪽에서 봉쇄하는 상황은 시 주석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선임 연구원은 “미국에 맞선 중국의 장기 전략에서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를 주니어 파트너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구소련 붕괴 이후 NATO의 동진이 러시아의 안보위협을 가져온 것이 요인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러시아를 지지한다.

하지만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소련이나 러시아 제국의 꿈을 회복하려는 야망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중국이 중앙아시아나 동유럽 진출에서 주요 대상으로 삼으려는 국가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중-러의 장기적인 전략과 지향점이 다른 것을 보여준다. 

중국은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과의 관계 관리에도 큰 비중을 둔다.

중국의 대외 교역에서 러시아는 2020년 0.8%에 불과했고 최근 수년간 높아졌지만 2%에 불과해 유럽연합(EU)의 14∼5%에 비해 크게 낮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이념과 가치의 공유를 강조하며 친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장기적인 중국의 국가 발전 전략에서 러시아보다 미국 등 서구가 더 중요성이 크다.

중-러의 대서방 관계, 현안 마다 시각차

현재는 중국이 미중 갈등과 중-러 전략적 협력 보조 속에서도 친서방 기조를 이어갈 수 밖에 없지만 러시아도 서방과 대결 일변도인 것만은 아니었다.

구소련 붕괴 후 옐친 대통령은 친서방 정책을 통해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돌파하고자 했다.
 
하지만 서방이 러시아를 돕기보다 오히려 궁박한 상황을 이용해 러시아를 파탄으로 몰고 가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자 ‘탈서방’으로 돌아섰다.

러시아는 한때 NATO에도 가입해 안보적으로도 협력 체제를 구축하려는 구상도 제기됐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테러 대응을 위해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에 미군 주둔까지도 허용하자 중국이 당황하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 피터 대제는 서구화 정책으로 낙후한 러시아 제국의 부흥에 나섰고, ‘러시아의 파리’라는 상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해 친서방의 전통이 있다. 

중-러는 이질감도 많아

러시아는 동서양에 걸쳐 있어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역사 언어 민족 종교 문화 등이 서구 세계에 속한다.

중-러는 국경 분쟁 등 역사적 문제, 문화 사상적 차이, 오랜 기간 심리적 불신, 서로를 생소하게 느끼는 정서적 거리감 등으로 공통의 정체성이나 친근감이 적다.

그럼에도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서 공동 대응하려는 필요가 커지면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이러한 양국 관계는 냉전이 끝난 뒤 시작돼 30여년간 지속됐고, 신냉전 시대를 맞아 더 심화될 지 관심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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