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특정' 정철승 "참여재판" vs 피해자 "2차 가해"
SNS 게시물 통해 "피해자 물증 없다" 주장
정철승 "재판부에 여론·언론 압박 노파심"
檢 "배심원 정치 성향에 유·무죄 달라질 수도"
[서울=뉴시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철승 변호사가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재차 요청했다. 사진은 정철승 변호사. (사진=뉴시스DB) 2024.05.20.
피해자 측은 성폭력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경우 2차 가해가 우려된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중남)는 2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준수등)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변호사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정 변호사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 변호사 측은 지난 4월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국민참여재판 희망 의사를 밝혔으나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아 의견을 다시 내기로 했었다.
정 변호사는 "법원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나 언론 압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며 "일반인들 법인식을 기준으로 배심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신원이 보호되는 범위 내에서 공개된 정보만 갖고 글을 올렸다"며 "변호사가 의뢰인인 박 전 시장의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분명히 했다"며 "이 사건은 박 전 시장을 성폭력으로 형사 고소한 일과 관련된 것으로,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해 2차 가해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을 감내하란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재판이 여론재판으로 쟁점화할 우려가 농후하고 배심원 정치 성향에 따라 유·무죄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도 "법정에 피해자가 나오면 얘기할 수 있는 내용은 박 전 시장으로부터 어떤 위력 성범죄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증언인데 여러 차례에 걸쳐 국가 기관에서 진술했다"며 "피해자가 이 사건 법정에서 증언한 것 이외에 얘기해야 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검토해 추후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 변호사 측은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와 같이 이날 재판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정 변호사 국선변호인은 "거짓 사실도 아니며 정 변호사가 SNS에 올린 정보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 사항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의 행위는 대리인으로서의 정당행위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정 변호사는 "법원이 압박에 약한 유형의 사건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성범죄 사건"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하고 그 이유를 여러 차례 재판부에 얘기하는 것 자체가 사회 여론에 흔들리지 말고 소신껏 판결해달라고 요청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21년 8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피해자를 가명으로 지칭하며 "(피해자가) 2015년 7월 비서 근무 시부터 박 전 시장이 성추행했고, 2019년 7월 다른 기관으로 전직된 후에도 지속해서 음란 문자를 보내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하나 이 주장에 대한 물증은 없다"는 등의 내용을 적어 피해자의 신상을 특정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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