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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JTBC '마녀를부탁해'는 달라야한다

등록 2016.02.17 13:46:10수정 2016.12.28 16: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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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조인우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JTBC의 새 모바일 예능 프로그램 '마녀를 부탁해'는 여성예능 기근 시대에 내딛은 한 발이다. 이 한 발이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16일 공개된 첫 회 만으로 판단하자면 '아니'다.

 프로그램은 송은이, 김숙, 안영미, 이국주, 박나래 등 여자 개그맨 다섯 명을 모았다. 여심을 대변해 남자 게스트의 사소한 면면까지 탈탈 털겠다는 콘셉트다.

 잘 나가는 '라디오스타'나 '해피투게더' '냉장고를 부탁해'부터 '아는 형님'까지 최근 예능프로그램은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TV 시청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을 잡겠다는 방송사의 전략이겠지만, 이는 여전히 '여자의 적은 여자'류의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는 구시대적 발상의 결과였다.

 그 사이 여성 예능인은 종편 채널 '떼 토크' 프로그램의 패널 중 하나로 출연하거나, 수많은 남자들 사이에서 '꽃' 또는 '구박데기' 정도에 그쳤다. 김숙이 지난해 MBC TV '무한도전' 예능총회 편에 출연해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 송은이가 뒤늦게 엑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모바일·웹 전용이지만 용감하게 여성 예능인 다섯을 메인 MC로 내세운 '마녀를 부탁해'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방송 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송은이는 "여자 예능인이 뭉칠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임을 강조했고, 홍시영 담당PD는 "제작진도 전부 여자"라며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하고 긁어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출범한 것과 달리 첫 회는 기대 이하다. 프로그램 속 '마녀'로 통칭되는 다섯 MC의 캐릭터는 뚱뚱하고, 못생기고, 나이가 많고, 시집을 못 간 여성이다. 공감을 노렸지만 이에 따라오는 자기비하는 외적·내적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을 그대로 체화하고 거기에 머물러버린 모양새다.

 장동민과 유상무가 첫 게스트로 나오자 MC들이 실망하며 욕을 하고, 촬영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장면에서는 잘생긴 게스트가 나오면 들이대고, 못생기거나 친한 게스트가 나오면 헐뜯고 막 대하는 뻔한 그림이 너무나도 쉽게 그려져 버린다. 그동안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났던 이런 캐릭터로 얼마나 여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얼마나 게스트와 심도 있는 토크를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녀를 부탁해'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 이 프로그램의 성패에 앞으로 여성 예능인들의 설 자리가 달렸다.

 지금까지 여자들의 진짜 공감대를 얻었던 포인트는 이국주가 자신의 외모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강연하는 모습이나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뒤집어 비꼬는 김숙의 모습, 성별이나 상대의 지위에 구애받지 않은 박나래의 분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화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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