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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송에서 진 적이 없어요. 흐흐흐"

등록 2017.01.12 13: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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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기자수첩용 사진**

【서울=뉴시스】이승주 건설부동산부 기자 = "어떡하니, 우리 딸이 방금 자살시도를 했어. 내 딸 잘못되면 원통하고 억울해서 어떻게 살아…"

 신촌의 17년된 음악살롱 '리버피닉스' 주인 강연자(68)씨와 그의 딸(35).

 이들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늦여름이다. 당시 지하에 있는 이 가게엔 오물이 무릎까지 차있었다. 악취에 모기까지 극성이라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강씨는 수차례 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수리비 수천만원이 아까웠던 임대관리업체는 적반하장, 계약서를 위조하고 몰래 명도소송을 거는 꼼수로 강씨를 쫓아냈다.

 뉴시스는 지난해 11월 '신촌의 음악살롱은 왜 17년만에 문을 닫았나'란 기사로 강씨 모녀의 억울한 사연을 소개했다.

  재판장에서 오열하던 연로한 엄마의 손을 붙잡고 달래던 딸. 그에게도 2년여 재판과정은 힘든 시간이었나보다. 다행인 건 얼마 전 들려온 승소 소식이다. 강씨의 딸도 무탈했다.

 승리는 했지만 온전한 승리는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가족은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명동 최초 여자DJ 시절부터 모아왔다는 수천장의 희귀음반과 브로마이드, 공연영상 DVD가 모두 명도돼 고물상에 버려졌다.

 강씨는 억울한 심경을 달래지 못해 매일 병원을 오가며 살았고, 딸은 그런 엄마를 위해 생업도 미룬채 밤낮으로 법률공부에 매달렸다. 단골들이 십시일반 소송비용도 보탰지만 '법 없이 살 사람'이 감당하기엔 큰 무게였다.

 그렇다면 임대관리업체에겐…  한마디로 늘상 벌어지는 '별 것' 아닌 일이었다.  

 임대관리업체가 명도소송을 걸어 임차인을 쫓아내기란 '식은죽 먹기'다. 임차인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명도관리팀을 운영하는 곳이 상당수다. 필요에따라 임차인을 손쉽게 쫓아내기 위해서다.  

 이들은 그동안 쌓아온 법률지식으로 법망을 피해 '조직적'으로 임차인을 몰아낸다. 법률에 문외한 세입자 입장에선 작정하고 달려드는 임대관리업체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저희가 그동안 세입자와 명도소송을 해서 져본 적이 없습니다. 허허허."

 재판장에서 만난 이 임대관리업체 관계자가 기자에게 무심결에 던진 말이다.

 복기해 보자.

 리버피닉스 누수 초기에 문제를 빠르게 해결했다면 수리비가 수천만원에 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음악애호가들은 여전히 리버피닉스를 찾았을 것이다. 이 활력에 기대 이곳에서 터전을 마련하고 싶은 상인도 늘어났을테다. 굳이 소송하지 않아도 임대료·권리금은 저절로 올라갔을 것이다.

 대표적인 '소탐대실'이다.  

 *추신: 임대관리업체는 이미 신촌에선 '악덕 업체'로 소문이 파다하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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