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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촌상권을 되찾는 '진짜' 방법

등록 2016.02.15 06:00:00수정 2016.12.28 16: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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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승주 산업부 기자 = "떠나고 싶지 않은데, 신촌에 계속 있고 싶은데…."

 신촌의 음악살롱 '리버피닉스'의 주인 강연자(68·여)씨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뉴시스는 지난해 11월 '신촌의 음악살롱은 왜 17년만에 문을 닫았나'라는 기사를 통해 물에 잠겨 영업을 못하게 됐지만 손해배상은커녕 오히려 쫓겨난 임차인의 사연을 다룬 바 있다. 이후 강씨와 건물주 사이에 명도소송 항소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이어졌다. 이런 난관 속에서도 지난 2월 강씨는 재판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 정도 마음고생을 했으면 신촌을 떠나고 싶을 법도 한데 강씨는 그렇지 않다. 그녀가  신촌을 고집하는 것은 그녀의 음악살롱이 신촌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살롱 고객 대부분은 십여 년 전부터 음악을 찾아 신촌에 모여들었다. 신촌에서 대학을 나온 한 청년에게도 리버피닉스는 '신촌의 향수'다. 그는 미국 파견 근무를 마치고 지난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캐리어를 끈 채 이곳을 찾기도 했다. 

 강씨가 건물주에게 쫓겨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 건물주가 갑자기 임대료를 올리는 바람에 옆 골목 지금의 자리로 터전을 옮겼다. 신촌에는 강씨와 같은 세입자가 꽤 많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갑자기 올려서, 혹은 건물주의 요구를 받아들일 형편이 되지 않아 가게를 옮기거나 신촌을 떠났다. 신촌 인근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 13년 째 이곳에 살고 있는 김희진(32·여)씨는 "처음 입학했을 때 다닌 추억의 가게들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신촌의 색깔을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촌 일대 상권은 '젠트리피케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면서 원주민들이 떠나가는 현상이다. 원주민이 떠난 자리에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체인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신촌의 17년 음악살롱 '리버피닉스'는 문을닫은지 약 5개월만인 지난 3일 건물주와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있다.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신촌의 17년 음악살롱 '리버피닉스'는 문을닫은지 약 5개월만인 지난 3일 건물주와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있다.

신촌은 이제서야 '신촌상권 살리기' 운동에 한창이다.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고 거리공연을 장려하고 있다. 거리는 떠들썩해졌지만 신촌 고유의 색깔을 간직한 가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가투자의 한 방법으로 "상인들이 잘되게 돕는 것"을 꼽았다. 가게가 잘 돼야 임대료도 꼬박꼬박 나오고, 임대료와 권리금도 올려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촌만의 가게'가 없는 신촌은 누가 찾을까. 점차 손님의 발길이 줄어들면 건물주들은 결국 임대료 하락, 공실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건물주의 임대료 욕심 때문에 신촌이 원래의 모습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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