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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장인' 톤마이스터 최진 아세요?

등록 2017.02.26 10:45:36수정 2017.02.26 13: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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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장인 '톤 마이스터' 최진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소리 장인 '톤마이스터' 최진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2.2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소리 장인 '톤마이스터' 최진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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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톤마이스터'는 '소리장인'이다. 소리를 의미하는 독일어 톤(Ton)과 장인을 뜻하는 마이스터(Meister)가 합쳐졌다.

 클래식음반을 만들 때 녹음을 진두지휘하는데 엔지니어뿐 아니라 프로듀서 역도 아우른다. 공학과 음악의 전반적인 지식을 겸비해야 하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드문 직업이다.

 더구나 인문학(人文學)까지 품어야 한다. 연주자뿐 아니라 지휘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일은, 인간의 가치와 표현활동을 탐구하는 인문학과 다름없다.

 최근 양재동 지하 스튜디오에서 만난 톤마이스터 최진(44)은 "연주자든 오케스트라든 녹음 들어가자마자 5분이면 서로 파악이 다 끝난다"고 말했다.

 "'믿을 만한 연주자다' '믿을 만한 프로듀서다'라고 서로 단숨에 느끼는 거죠. 연주자와 오케스트라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커버하는 것이 제 일이에요."

 독일 뒤셀도르프 로베르트 슈만 국립음대에서 레코딩 엔지니어 코스를 밟은 그는 세계적으로 드문 톤마이스터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손열음·김선욱, 소프라노 조수미 등의 음반이 그의 손을 거쳤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소리 장인 '톤마이스터' 최진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2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소리 장인 '톤마이스터' 최진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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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국제클래식음악상'(ICMA)'의 '현대음악' 부문 수상작인 '진은숙 3개의 협주곡'(도이치 그라모폰)을 비롯해 서울시향 음반도 작업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임헌정 지휘자를 비롯해 독창자 8명, 오케스트라 141명, 합창단 850명 등 총 1000명이 출연한 롯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 중 하나인 '천인교향곡' 역시 그의 손에 많이 의지했다. 곧 발매 예정인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문지영 음반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 

 최근에는 지난 17일 발매된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도이치 그라모폰) 음반을 작업했다. 최적의 어쿠스틱을 갖춘 이 홀의 공간감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내 최초로 서라운드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3D 레코딩으로 녹음, 콘서트홀 안에서 연주를 듣는 듯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최 톤마이스터의 스튜디오에서 방사형으로 놓인 5개의 스피커 중심, 즉 '스위트 스팟(Sweet Spot)'에 자리하자 롯데콘서트홀 객석에 앉은 듯 소리가 아늑하게 귀를 감쌌다.

 "이번 녹음은 음원소스에 가깝게 접근하기보다 롯데콘서트홀의 장점이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랐어요. 홀의 좋은 자리에서 듣는 음색을 CD에 담고 싶었죠." 최 톤마이스터가 가장 좋은 소리라고 생각하는 '공간감'이 살아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소리 장인 '톤마이스터' 최진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2.2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소리 장인 '톤마이스터' 최진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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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음향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이 공학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지휘자와 대등하게 음악 관련 얘기를 나눠야 하는 톤 마이스터는 독일 여러 대학의 음악 관련한 학과 이상의 공부를 해야 한다.

 전기전자제어공학, 물리, 수학, 전산, 컴퓨터프로그래밍, 정보학 등 엔지니어링의 기본만 아니라 화성, 청음, 대위, 악기, 그리고 음악사 등을 섭렵해야 한다.

 확신을 갖고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연주를 한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는데 음악적인 힘이 없으면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인 셈이다.

 "톤마이스터는 한 악기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챔버, 성악 등을 다 알아야 해요. 파트, 성향별로 녹음 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연주자마다 제시하는 방법도 다르고."

 이에 따라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히 따르는 직업이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100명이 함께 움직이는 등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톤마이스터의 음악적인 방향 설정에 따라 그 음반의 성패가 갈린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소리 장인 '톤마이스터' 최진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2017.02.2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소리 장인 '톤마이스터' 최진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201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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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무게감과 화려한 작업 방식에도 톤 마이스터는 드러나는 직업이 아니다. 최 톤마이스터가 언론에 더 알려진다고 해도 그의 일이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파리 녹음 등 이미 그의 스케줄도 빼곡하다.

 최 톤마이스터는 "음악과 음악산업이 좀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클래식 레코딩 마스터 클래스'를 열심히 열면서 '업계 비밀'도 꺼내 놓는 그는 "한국의 음악산업을 위해서 20명의 톤마이스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톤마이스터는 사람 좋기로 유명하다. 특히 남의 말을 듣고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고,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는 '균형의 미학'이 탁월하다. 

 섬세한 음악가들의 감정을 고려하고 마이크 46개의 값을 올리고 내리며, 소리의 상대적인 크기를 나타내는 데시벨의 미세한 조정을 끊임없이 조정해나가는 직업 덕분이라며 웃었다. 

 "제가 어릴 때 성격이 급하고 참을성도 없었어요. 근데 음반 작업을 하다보면 테이크를 300개에서 500개는 물론이고 3일 동안 1000번을 갈 때가 있거든요. 적당히 하려면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는 직업이지만, 최상의 소리를 위해서는 그런 어려움은 감당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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