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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픔·기억 몸으로 새긴 팽목항 '추모 기록물 옮겨진다'

등록 2017.03.29 10:22:11수정 2017.03.29 10: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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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뉴시스】추상철 기자 =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30일 목포신항으로 옮겨질 예정인 가운데 29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17.03.29.  scchoo@newsis.com

【진도=뉴시스】추상철 기자 =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30일 목포신항으로 옮겨질 예정인 가운데 29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17.03.29.  [email protected]

【진도=뉴시스】배동민 기자 = '이곳에 있는 추모물은 국민해양안전관 추모시설에 보존될 예정이오니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29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그 동안 보지 못한 팻말이 눈에 띄었다.

 원래 이곳에는 '팽목항 방파제는 세월호 사고로 인해 희생된 분들을 위해 추모 행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장소입니다. 이곳에서는 낚시 행위를 삼가주시기 바랍니다'는 팻말이 있었다.

 진도군이 지난 28일 저녁 새로 설치한 팻말은 팽목항에서 추모 기록들이 모두 옮겨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세월호 추모 공간으로서의 상징성을 사실상 잃게 된다는 의미다.

 팽목항 방파제에는 지난 3년간의 기억과 기록이 새겨졌다.

 방파제 입구는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그 날'의 일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들이 모여 만들어진 '세월호 기억의 벽'이 있다.

 4656장의 타일에 전국 26개 지역 어린이와 어른들이 글과 그림을 새겨 만들었다.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들은 기억의 벽을 보며 당시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있다.

 그 옆에는 '기다림의 의자'라고 적힌 벤치와 노란 리본을 형사화한 대형 조형물이 있다. 맞은편에는 미수습자 9명의 사연이 담긴, '이제 그만 집에 가자'며 가족들이 내걸어둔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방파제 끝에는 빨간 색으로 만들어진 '기다림의 등대'와 '하늘나라 우체통'이 있다. '기억하라 416' 글자가 새겨진 부표 모양의 구조물도 있다.

 이 모든 기록물은 참사의 아픔을 기억으로 새기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다. 팽목항이 '눈물·통곡·기다림·기억·위로의 항구'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된 이유다.

【진도=뉴시스】추상철 기자 =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30일 목포신항으로 옮겨질 예정인 가운데 29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흐린날씨를 보이고 있다. 2017.03.29.  scchoo@newsis.com

【진도=뉴시스】추상철 기자 = 인양된 세월호 선체가 30일 목포신항으로 옮겨질 예정인 가운데 29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흐린날씨를 보이고 있다. 2017.03.29.  [email protected]

 군은 팽목항 기록물을 국민해양안전관 추모시설로 이전할 계획이다.

 국비 270억원을 들여 팽목항에서 500여m 떨어진 서망 해변 뒤 야산에 건립될 국민해양안전관은 내년 초 착공, 2019년 상반기까지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팽목항의 추모 기록물 이전은 더 빨라질 수 있다.

 진도군 한 관계자는 "당분간 현재 상태 그대로 보존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미수습자 9분의 가족들이 팽목항을 떠나면 일부 시설물 철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국민해양안전관이 완공되기 전 팽목항 기록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 보관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 공간으로서의 상징성 때문에 팽목항 기록물 이전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변 식당 주인 이모(50·여)씨는 "방파제 조형물들은 그대로 남는 게 나을 것 같다"며 "'통곡의 항구'로 불리던 팽목항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해양안전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다. 해양환경과 재난, 응급상황에 대한 이론과 체험을 배울 수 있는 전시와 교육공간으로 활용한다.

 그 옆에 세월호 침몰사고 추모공간과 방문객 쉼터를 갖춘 해양안전공원, 선박탈출·구명보트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는 실외 해양안전 체험시설도 건립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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