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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수색·선체조사의 주적? '시간과의 싸움'

등록 2017.04.21 08: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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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뉴시스】류형근 기자 = 20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서 코리아쌀베지 작업자들이 미수습자 유해와 유류품을 찾기 위해 세월호에서 나온 펄을 세척하고 있다. 2017.04.20.  hgryu77@newsis.com

【목포=뉴시스】류형근 기자 = 20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서 코리아쌀베지 작업자들이 미수습자 유해와 유류품을 찾기 위해 세월호에서 나온 펄을 세척하고 있다. 2017.04.20.    [email protected]

【목포=뉴시스】박대로 기자 = 세월호 선체 내부 객실에서 미수습자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침몰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이에 장애가 될 가장 큰 적은 바로 '시간'이다.

 선체정리업체 코리아쌀베지와 정부합동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세월호 선체로 진입한 18일부터 21일 현재까지 연일 강도 높은 수색을 이어가고 있지만 작업속도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붕괴된 공사장처럼 황폐화된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는 잘리거나 부러져 뾰족해진 각종 구조물들이 작업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현장 작업자들이 선체 진출입로를 바쁘게 들락날락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이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객실 일부에는 쌓인 진흙과 지장물의 높이가 7m에 이른다. 육상거치 후 뻑뻑해진 진흙을 퍼내는 일도 쉽지 않다. 이처럼 작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자 코리아쌀베지와 현장수습본부는 매일 작업 종료 시점을 매일 오후 5시에서 7시까지 2시간 연장하는 궁여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에는 내부 수색과정에서 선체가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현재 진행되는 선체 내 수색작업과 진흙포대 속 유해·유류품 분리작업 등은 살얼음을 밟는 듯한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작업이 장기화되고 유해 발굴 등 성과가 미진할 경우 작업자들의 체력과 집중력, 사기가 떨어져 자칫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부상자가 발생하면 이른바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이 때문에 수색작업의 동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유해나 유류품이 발견되더라도 시간과의 싸움은 계속된다. 유해 발굴 후 유전자를 감식해 신원을 확인하는 데는 2~3주가 걸린다.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에 담긴 영상과 자료를 복원하는 작업에도 길게는 한 달가량이 걸리고 복원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화물창 차량들의 블랙박스의 경우 아직 수거 작업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다.

 이처럼 수색이 지지부진할 경우 미수습자 수색과 침몰 진상규명을 둘러싼 딜레마가 재차 부각될 수 있다.

 수색이 여의치 않으면 선체 진출입로 확장과 진출입로 추가 확보, 선체 절단 등 수색의 효율성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진상규명을 위해 선체를 보전해야 한다'는 유가족과 '미수습자 수색이 우선'이라는 미수습자 가족 사이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

 작업 장기화로 여름이 오면 장마가 지고 태풍이 통과하는 와중에 부식 속도가 빨라지고 선체 변형이 촉진돼 선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우려도 있다.

 조기 대선결과도 세월호 수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정부 부처들의 태도가 바뀌어 인양부터 수색작업까지 진척속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새로 들어서는 정부의 성향에 따라 정부 차원의 지원 강도와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선 후보가 해양경찰 부활을 공약하고 "세월호 갖고 3년 해먹었으면 됐지,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등 발언을 하는 등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대선결과에 따른 정부 방침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아울러 조기대선으로 인해 세월호가 대중의 관심사에서 벗어나면 대선 후 '국민 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세월호 수색작업이 정부의 각종 지원으로부터 멀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나아가 장시간 수색이 지속되면 정부합동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의 입장차가 드러날 수 있다.

 실제로 현장수습본부는 '3개월 내 수색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선체조사위는 수색기한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수색이 지연될수록 현장수습본부와 선체조사위가 충돌할 가능성은 커진다. 조타실·타기실·기관실·화물창에 대한 조사 등 침몰 진상규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고 현장수습본부와 선체조사위간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다.

 시간은 선체조사위 활동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내부 진입이 시작되고 유류품이 속속 수거되고 있으며 유해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를 검증할 선체조사위는 일러도 다음달 말이 돼서야 구색을 갖추게 된다. 선체조사위 구성이 완료되기 전에 중요한 발굴이 이뤄질 경우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색 장기화 시 선체조사위원들 간 이견 노출 우려 역시 잠재적인 불안요소다. 교섭단체가 각각 추천한 선체조사위원들의 성향이 다른 탓에 활동기간이 장기화되면 의견 충돌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최근 세월호 2층 선미 일부분이 천막으로 가려져 침몰을 가속화됐다는 의혹을 놓고 위원들간 이견이 나타난 것은 이같은 의견충돌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가능하면 이른 시기에 미수습자가 발견되는 등 수색성과가 나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수색작업 관계자들은 수색과정의 안전을 도모하는 한편 대선 결과와 여론의 동향도 살펴야 하는 난제를 떠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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