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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재학 은평참여예산위원장 "주민참여예산, 주민 스스로 지역문제 해결하자는것"

등록 2017.06.22 11: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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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조재학 은평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6.22.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조재학 은평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6.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손대선 강지은 기자 = "엘리트나 굉장히 뛰어난 지도자가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주민)당사자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고민하고 집단지성을 통해서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활동이 주민참여예산제이다."

 은평구 주민참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조재학(50) 위원장은 40여년째 은평구에서 살아온 토박이다.
 
 은평구는 2010년 서울 자치구중에서는 처음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고 주민참여위원회를 운영해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에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육아협동조합 등 풀뿌리 시민단체에서 일해온 조 위원장은 2015년 7월 주민참여위원회 수장에 올랐다. 비록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반듯한 구정살림살이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매일 구청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은평구청 참여예산사무실에서 만난 조 위원장은 주민참여예산제의 의미에 대해 "(현대는)세상살이가 복잡해지고 주민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엘리트나 굉장히 뛰어난 지도자가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고민하고 집단지성을 통해서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조재학 은평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6.22.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조재학 은평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6.22. [email protected]

주민참여가 공공기관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정희 시대로 대표되는 1인 리더십, 중앙집권적 리더십이 과거에 우리 사회에 주를 이었다"며 "사회문제가 복잡하고 다양화되고 지식과 정보를 소수가 독점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의 능력이 일부 엘리트한테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책상에 앉아 생활에 대한 문제와 답을 파악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정책수혜) 당사자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고 예산에 반영되는 게 현대 민주주의 기본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라고 하면 통상 대의 민주주의로 이해했는데 우리가 선출한, 국민들이 주권을 위임한 리더들이 얼마나 국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왔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 아니냐"며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평구 주민참여예산은 전체 구 예산 5600억원의 2% 남짓한 16억원. 적은 액수 같지만 민선 6기때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시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이 500억원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증액이다.
  
 이어 "주민참여예산제에서 중요한 것은 주민제안사업이라는 범주인데 더 중요한 것은 구청의 본예산에 대해 주민들의 심의를 진행한다는 것"이라며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6년동안 누계를 보면 270억원에 가까운 돈을 삭감했다. 일부 증액도 있지만 살림살이를 들여다보고 불필요한 예산을 덜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참여를 통해 구정에 의견을 제시하는 인원은 2014년에는 4만4000명까지 늘어났다. 은평구 인구가 50만명이 채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10명당 1명은 구정에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는 셈이다.

 조 위원장은 "은평구가 외부적인 평가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주민참여예산제 모델로 평가받는건 객관적인 사실"이라며 "가장 큰 성과는 주민들이 느끼는 효능감이다. 그동안은 제안했을때 행정에서 정치인들이 O, X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민들이 직접 필요한 의제를 제시하고 주민들이 투표로 결정해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자랑했다.
 
 주민참여예산 운영으로 맺은 결실물중 하나를 콕 집어 달라고 하자 '구산동 도서관 마을'을 손꼽았다.

 구산동 도서관 마을은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해 탄생했다. 기존 노후주택의 구조와 형태를 보존하면서 단순 도서관이 아닌 '마을'과 같은 모양새를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도서관마을의 탄생은 구산동 주민의 염원에 의해 시작됐다. '동네도서관'을 원했던 주민들이 서명운동을 펼쳤고 은평구도 노후 된 주택이 있던 10개 필지를 구입해 기틀을 다졌다. 2011년이 주민참여예산제 덕택에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2016 서울시 건축상 대상에 선정됐다. 개관한지 1년 남짓하지만 이미 3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은평구의 명소가 됐다.

 조 위원장은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주민참여예산이 주민 스스로의 삶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민참여예산이 진보정당의 전유물로 인식되기에 보수정당 구청장이 당선되면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자 조 위원장은 "다소 부침이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참여예산이나 참여민주주의 제도는 국제 표준"라고 단언했다.
 
 이어 "선진국이 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문재인 정부도 국민참여예산제를 포함해서 참여민주주의 활성화 공약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조재학 은평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6.22.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조재학 은평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6.22. [email protected]

그는 "자치 분권 관련해서 개헌 논의가 중요한데 자치분권은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재정과 권한 문제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소수의 집중된 권력을 나눠야 하며 권력의 주체에는 국민, 시민 포함돼야 한다"며 "새롭게 다수의 지혜를 모아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회운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주민참여와 지방분권의 상관관계에 대해 "주민참여를 얘기할 때 여러 가지 의미 있지만 핵심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포함해서 단지 과거처럼 권한이나 실효성 없이 주민들을 동원하는 형태가 아니라 권한을 나누자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며 "권한을 나눠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사회 구조가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어르신들의 삶의 질의 문제를 논의하더라도 공통적인 정책도 필요하지만 필요로 하는 게 다 다르다. 도시지역도 잘사는 동네랑 서민 동네가 다르다"며 "중앙정부가 일률화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 맞는 정책이나 방식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분권은 정치적인 수사에 그치면 안 되는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의 문제 해결할 수 있도록 힘들을 길러가고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적인 권한이나 당사자에게 나눠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전환기라고 본다. 지식과 정보라는 것이 달라졌는데 옛날식으로 '까라면 까고' 하면 시너지를 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끝으로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해 "참여예산 제도를 단순하게 정책으로만 이해하면 곤란하다"며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권한의 적정한 배분이 필요하고, 새로운 사회운영을 위해 바라봐야 된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참여예산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공약했으니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낭비는 중앙이 더 심하다. 400조 예산을 쓴다. 행정 관료나 우리가 낸 세금에 대해서 감시할 수 있는 장치로서의 국민참여예산제는 도입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쪽지 예산 같은 것에 지적 많은데 큰 체육관에서 지켜보는 가운데서 국민참여예산제를 한다면 그런 것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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