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리뷰] 프로덕션·배우의 우아한 2인무…뮤지컬 '빌리엘리어트'

등록 2017.12.10 10:14: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7.12.08.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7.12.08.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에서 빌리가 미래에 발레리노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꼬마 빌리가 성인 빌리와 함께 추는 파드되(2인무)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장면이다. 와이어에 매달린 꼬마 빌리가 자유롭게 공중을 휘젓는 모습에 객석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지난달 말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빌리 엘리어트'는 한국의 프로덕션인 신시컴퍼니(예술감독 박명성)의 뚝심, 배우들의 호연이 빚어낸 우아한 2인무(파드되)라 할 만하다.

동명영화(감독 스티븐 달드리·제작 워킹타이틀·2000)가 바탕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이미 작품성이 검증됐다.

발레에 이끌린 가난한 탄광촌 소년 빌리의 성장과 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광부 공동체의 균열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이야기.

노래와 춤 그리고 일사불란한 동선의 뮤지컬 어법을 통해 무대 위로 옮겨진 작품은 영화와 다른 질감의 감동과 전율을 안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7년 만에 공연하는 레플리카(오리지널 연출과 무대를 그대로 구현하는 방식) 라이선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관전 포인트는 원본의 수준을 얼마나 유지 또는 재현해냈냐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7.12.08.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7.12.08.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이를 위해 한국 프로덕션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4월부터 오디션과 트레이닝을 거쳐, 매일 6시간씩 훈련을 받는 '빌리 스쿨' 과정까지 소화해낸 아역 배우들을 주역으로 내세웠다.

동시에 어떤 뮤지컬보다도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총 7개의 연습실로 나눠 진행되는 16주간의 리허설, 무대 셋업 및 연습 7주, 프리뷰 9회는 여느 뮤지컬의 2배 이상이다.

빌리 역의 천우진(13), 김현준(12), 성지환(11), 심현서(10), 에릭 테일러(10)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발레는 물론 탭댄스 등의 고난도 안무는 물론 와이어 동작까지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세밀한 감정 표현은 아직 부족하지만 공연 기간이 내년 5월7일까지 장기적인 것을 감안하면, 아이들의 성장 서사를 지켜보는 것도 '빌리 엘리어트'의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다.

빌리에게서 발레의 재능을 발견하는 미세스 윌킨슨 역의 최정원, 빌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감초 역을 톡톡히 하는 할머니 역의 박정자 등 성인 배우들의 조력자 역할도 든든하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7.12.08.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7.12.08.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영국 팝스타 엘턴 존의 음악과 스티븐 달드리 연출이 기본이 된 작품에는 한국 프로덕션의 뚝심과 배우들의 인내가 맞물리지 않았으면, 소화하지 못했을 장면들도 수두룩하다.

명넘버 '솔리대러티'(Solidarity·연대)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광부들의 시위와 빌리의 발레 교습소 장면을 오버랩되는 장면은 소년의 개인적인 꿈과 광산 파업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소용돌이치는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샤인(Shine)'을 배경으로 권투를 배우던 빌리가 발레와 처음 사랑에 빠지는 모습, 발레 연습실에 혼자 남은 빌리가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추는 춤, 빌 리가 죽은 엄마를 상상하며 이야기하는 장면은 뭉클하다.

작품의 메시지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파업, 실직 등 현재도 되풀이되고 있는 공동체의 비극 속에서 춤은 빌리, 아빠, 형, 선생 그리고 공동체에 속한 모두를 성장시킨다.

인터미션 포함 약 3시간의 러닝타임이지만 영화의 공간감과 스펙터클, 연극의 몰입감, 발레의 우아함, 클래식 음악의 고전미, 대중음악의 대중성을 모두 끌어안은 '빌리 엘리어트'는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7.12.08.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7.12.08.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특히 인상적인 건 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속에서도 시(詩)적인 장면들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춤을 출 때 무슨 생각이 드나요?" 빌리가 로열 발레스쿨에서의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에게 질문을 받은 뒤 "춤을 출 때 전기(電氣)가 돼요. 전기가 돼 공기 속을 날아다니죠"라면서 짓누르는 세상에 몸짓으로 저항하는 동시에 자유를 누리는 장면, 헤드램프를 쓴 광부들이 갱(坑)을 상징하는 검은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고 그 헤드램프가 마치 객석 통로를 걸어가는 빌리를 비춰주는 불빛처럼 느껴지는 장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의 미학이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