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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합동문화행사…남북 문화교류 물꼬 트이나?

등록 2018.01.18 08: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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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1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북한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 참석한 천해성 통일부 차관(오른쪽)과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이 종결회의를 마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8.01.17. (사진=통일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북한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 참석한 천해성 통일부 차관(오른쪽)과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이 종결회의를 마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8.01.17. (사진=통일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금강산에서 합동 문화행사가 열린다. 이에 따라 경색됐던 남북 문화교류의 물꼬가 트이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남북은 1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실무회담을 열고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 금강산에서 합동으로 공연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한 실무적 문제는 판문점 채널을 통한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할 방침이다.

◇합동문화행사는 어떤 형태될까?

앞서 남북 실무협의에서 북한은 140명 규모의 예술단인 '삼지연관현악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 예술단이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을 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남북 합동 공연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 예술단 자체의 규모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협업을 위한 기술적인 조율을 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 역시 촉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막 전 이벤트 행사라면, 다양한 형태의 합동 문화행사가 나올 수 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과거 전례를 참고하고 있다면서 연주 등의 합동공연, 시 낭송과 같은 문학행사 등 종합예술공연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우선 남한과 북한의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이 번갈아가면서 공연하는 갈라쇼 형태를 구상할 수 있다. 실무회의에 참여했던 이원철 대표와 지휘자 정치용이 속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오페라, 합창, 발레 등 장르별로 특화된 악단이라 북한 예술단의 다양한 형태 공연에 반주를 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1990년 예술의전당과 국립중앙극장 등에서 진행된 '90송년통일전통음악회'에서처럼 남북 예술단이 손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는 깜짝 공연도 예상할 수 있다.

추위 탓에 야외에서보다는 공연장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연장 규모와 시설에 따라서도 내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남측 선발대는 오는 23~25일 북측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방북한다. 이후 구체적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방북 문화행사는?

【서울=뉴시스】 젝스키스, 1999년 12월 평양 공연. 2018.01.11.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젝스키스, 1999년 12월 평양 공연. 2018.01.11.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지휘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난 2011년 방북해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을 직접 지휘하고 젊은 단원들에 대한 오디션을 진행한 바 있으나 남한 예술가와 예술단체의 방북 공연은 2000대 중반 이후 사실상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로 인해 향후 방북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다양한 형태의 남측 예술가들의 공연이 진행됐다.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에 패티김·태진아·설운도 등 중장년 가수 외에도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와 '핑클'이 출연했다.

2002년에는 KBS교향악단과 가수 이미자·윤도현 밴드 등이 평양에서 공연했다. 2003년 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코미디언 송해와 북한 여성방송원 전성희가 공동으로 진행한 '평양노래자랑'은 남북이 문화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2005년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에서 마지막에 울려 퍼진 '홀로 아리랑'을 북한 관객 대다수가 따라 부른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되기도 한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을 비롯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 한류 문화가 북한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물꼬가 트이면 순수예술 문화뿐만 아니라 대중문화도 북한에서 다양한 형태로 선보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남북 문화교류는 이제 시작

남북 문화교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하면서 경색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한 달 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그나마 유지되던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사업과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도 중단됐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015년 10월15일 만월대를 함께 걷는 남북 관계자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015년 10월15일 만월대를 함께 걷는 남북 관계자들. [email protected]

이번 합동공연이 남북 문화교류가 재개되는데 단초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이번 합동행사가 이벤트 성격의 단발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역시 일찌감치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남북문화교류협력 특별전담반(TF)'을 구성했다. 평창올림픽 진행과 별개로 남북 문화교류의 폭을 넓히고자 가동됐다.

김현모 문체부 정책기획관은 "당장은 평창올림픽에 집중하지만, 올림픽 이후 교류를 내다보고 구성했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건 없다. 남북 협의와 정례적인 회의를 통해 안들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꾸준히 남북 협력 채널을 만들어온 민간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문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훈풍이 지속되면, 민감한 사안인 정치와 경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때도 비교적 온화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남북 평화 콘서트를 계획해온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면, 문화는 자연스럽게 교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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