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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더 잘 나가"… 토종회사 KT&G 주목받는 이유

등록 2018.01.23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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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글로벌 비전 선포식’

KT&G ‘글로벌 비전 선포식’

전자담배 '릴' 인기몰이·탄탄한 해외 실적 등으로 성장세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담배업계에서 한국 시장은 매우 특수한 사례로 손꼽힌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장이 개방되면 로컬회사들은 글로벌 회사에 맥을 못 추고 수년 내 인수합병(M&A) 되는 것이 담배업계의 ‘공식’.

하지만 한국은 시장 개방 후 30년이 넘었음에도 다국적 대형 담배회사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독특한 사례의 주인공인 국내 토종 담배회사 KT&G는 130여년 전, 과거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가 지금은 민영화된 기업이다. 이 회사의 기원은 1883년 조선 후기 국영 연초제조소인 ‘순화국(順和局)’이라는 조직이다. 이후 전매국과 전매청을 거쳐 공기업으로 변신한 KT&G는 2002년 완전한 민영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민영화 후 본격적으로 해외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어 온 KT&G는 이제는 전 세계 5위의 담배기업으로 발돋움했다.

◇KT&G, 수출 개척으로 “해외 판매량 > 국내 판매량”

“글로벌 수준의 브랜드 개발과 조직운영 혁신을 통해 ‘글로벌 TOP 4 담배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세계적인 수출기업으로 도약해 국가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 하겠다.”

지난해 11월, 백복인 KT&G 사장이 ‘글로벌 비전 선포식’에서 밝힌 포부다. 이날 KT&G는 2025년까지 해외 판매 규모를 4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선포했다. 주력시장인 중동과 러시아 외에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아시아태평양, 미주, 아프리카, 유라시아 4대 권역에 지역본부를 설립해 해외 소비자 니즈에 맞는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KT&G는 1988년 세계 16개국에 수출을 시작한 이래 우수한 품질과 현지 맞춤형 제품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수출초기 1억4800만개비(1988년)에 불과하던 해외 판매량이 487억개비(2016년)로 329배나 증가했다. 또 지난 2015년에는 해외 판매량(465억개비)이 국내 판매량(406억개비)를 큰 폭으로 넘어선 원년으로 기록됐다. 해외 판매량의 증가세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KT&G의 해외 진출 성공에는 권역별 해외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발 빠른 제품공급을 위해 현지 생산 공장을 늘린 것이 큰 몫을 했다. 2008년 터키, 2009년 이란에 현지 공장을 세웠다. 2010년에는 최대 담배소비 시장 중 하나인 러시아에도 공장을 설립했다. 또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 3000명 수준의 6위 담배기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 판매점에서 소비자가 ‘에쎄’를 구입하는 모습.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 판매점에서 소비자가 ‘에쎄’를 구입하는 모습.

아울러 초슬림 담배 ‘에쎄(ESSE)’ 등을 앞세워 중동과 러시아, 동유럽은 물론 동남아시아, 북중미 등 신흥시장으로 판로를 적극 확대해왔다. 이러한 노력 끝에 KT&G는 중동 등에 국한되어 있던 해외시장을 현재 동남아, 미주, 유럽 등 신시장으로 확대해 전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5위 담배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수출기업’으로 도약했다. 눈부신 성장세로 KT&G의 지난해 해외 실적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토종브랜드 '에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초슬림 담배 되다

KT&G의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온 제품은 단연 ‘에쎄(ESSE)’. 전통적으로 고타르 제품 위주이던 중동시장에서 초슬림, 저타르 제품인 ‘에쎄’를 앞세워 새로운 카테고리 시장을 개척한 점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1996년 첫 출시된 ‘에쎄’는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 슬림한 디자인과 저타르의 깔끔한 맛을 내세워 그동안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담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에쎄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초슬림 담배 브랜드로 전세계 초슬림 담배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KT&G는 2014년 ‘에쎄’를 생산하는 한국의 신탄진공장을 전세계 초슬림 담배의 50% 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초슬림 담배 공장으로 재탄생시켰다.

또 현지 맞춤형 신제품 개발과 출시는 글로벌 시장 개척에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담배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정향(Clove)이 함유된 에쎄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아프리카에서는 길이가 짧은 ‘에쎄 미니’를 출시하고, 러시아에서는 저타르 초슬림 캡슐제품 등 현지 시장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통해 ‘에쎄’의 성장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전자담배시장의 다크호스 '릴(lil)'…휴대성·가격경쟁력으로 소비자 호응

지난해 한국의 담배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궐련형 전자담배’ 열풍 때문이다. 작년 6월 출시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를 필두로, BAT의 ‘글로’, KT&G는‘릴’을 선보이며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신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더 잘 나가"… 토종회사 KT&G 주목받는 이유

사실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지난해 11월 신제품을 출시하며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앞서 출시된 두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고, 소비자 불편사항을 개선한 ‘릴’ 제품을 선보이며 늦은 출시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의 절반 수준인 90g의 무게로 휴대성을 높이고, 궐련형 전자담배 특유의 맛을 극복하고 '일반 궐련'과 가장 유사한 맛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릴의 전용 담배스틱인 ‘핏 체인지’(Fiit CHANGE)와 ‘핏 체인지 업’(Fiit CHANGE UP)은 기존 일반담배와 비슷한 맛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릴’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5만2000대 판매됐다. 관련 업계는 현재 ‘릴’ 기기 판매량이 1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서울지역 GS25 편의점에서 단독으로 판매되는 릴은 출시 전 사전예약 물량 1만대가 이틀 만에 완판 되고, 출시 5일 만에 2만대가 판매되며 출시 초기부터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어 왔다.

‘릴’ 디바이스의 가격경쟁력도 인기몰이의 원동력이다. 현재 ‘릴’의 가격은 할인가 기준 6만8000원으로 동종 제품 중 가장 저렴하다. (아이코스 할인가 : 9만7000원, 글로 할인가 : 7만원) 최근 물가 상승 흐름 등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은 만큼 ‘릴’ 기기의 합리적인 가격정책이 판매 호조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높은 인기 덕에 릴의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KT&G는 현재 이런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등 공급량을 확대하고 있다.

 ◇부동의 국내 1위 유지… 브랜드 경영·품질실명제 등이 비결

민영화 이후 KT&G는 ‘브랜드 경영’과 전사적인 ‘품질경영’ 노력으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치열한 공세 속에서도 국내시장을 굳건하게 지켜내고 있다. 시장개방 이후 점차 내리막길을 걸던 점유율에 KT&G는 전사적인 품질관리 노력과 혁신적인 기술개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2년부터 점유율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전자담배의 돌풍 못지않게 일반 궐련 시장에서의 견고한 경쟁력도 KT&G의 지속 성장 요인이다.

KT&G는 현재 각 담배 브랜드를 따로 관리·경영하는 브랜드 매니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전 세계 담배 업계 최초로 ‘품질실명제’도 도입했다. 품질실명제란 제조자의 이름과 생산 날짜를 제품 패키지에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KT&G는 담배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였고, 직원의 책임 의식도 한층 강화했다.

KT&G 서울 본사 사옥 전경.

KT&G 서울 본사 사옥 전경.

지난 11일에는 국내 최고가로 한 갑에 1만원인 최고급 프리미엄 담배 ‘에쎄 로열팰리스’를 전국으로 확대 출시하기도 했다. ‘에쎄 로열팰리스’는 250여 년전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즐겨 피웠던 최고급 담뱃잎인 ‘서초(西草)’를 10% 블렌딩한 ‘왕의 담배’다.

◇'고배당주' KT&G… 탄탄한 실적과 배당락 고려, 지금이 매수 기회

KT&G는 담배 사업 이외에도 ‘정관장’으로 알려진 KGC인삼공사와 영진약품, 코스모코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제약, 화장품사업 등을 전개하며 글로벌 초우량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홍삼 사업은 전세계 최대 마켓이자 기회의 땅인 중화권 시장을 집중 개척 중이다. 향후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제약, 화장품 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편 KT&G의 100% 자회사 KGC인삼공사의 작년 매출은 1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홍삼 시장 독보적 1위인 인삼공사의 매출은 2014년 7467억원에서 2016년 처음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작년 실적 또한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KT&G가 국내외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증권업계의 긍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KT&G가 연초 주목해야할 관심 종목으로 기대 받는 이유로 첫째 국내시장에서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의 빠른 안착, 두 번째로 압도적인 궐련 시장 우위, 마지막으로 해외시장에서의 꾸준한 수출 성장세를 꼽을 수 있다.

더불어 증권업계 및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KT&G가 보유 순현금 및 영업현금 흐름이 좋은 것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 주주 환원 역시 시장 기대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당락 등의 이유를 들며 “KT&G 주식은 대표적인 배당주로 1~2월의 보릿고개만 넘기면 다시 주가가 고점을 향해 달려갈 사업자”라고 점쳤다. 아울러 “전자담배 ‘릴’ 출시 이후 2018년 내수 점유율 확대를 전망한다”며 “견조한 해외 매출액 성장세(전년 대비 11.2% 증가 추정) 등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근거로 매수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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