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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히어로’ 탄생 류승룡 “염력 한 번 쓰고나면 탈진”

등록 2018.01.26 14:08:28수정 2018.01.26 14: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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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히어로’ 탄생 류승룡 “염력 한 번 쓰고나면 탈진”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이번 작품에서 했던 게 가장 힘든 액션 연기였어요. 염력을 한 번 쓰고 나면 거의 탈진할 정도였다니까요."

 배우 류승룡(48)에게 액션은 어색한 장르가 아니다. '최종병기 활'(2011)에서는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화려한 활 쏘기 액션을 선보였고, '표적'(2014)은 대놓고 정통 액션물을 표방한 작품으로 짜릿한 맨몸 액션이 담긴 영화였다.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염력'(감독 연상호)에서 그는 초능력 액션을 선보인다. 그가 연기한 '신석헌'은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남자다. 그런 그가 난데 없이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말하자면 '아재 히어로'의 탄생이다. 석헌은 오래 시간 떨어져 지내다가 다시 만난 딸이 위기에 빠졌다는 걸 알고, 그 힘을 사용하기로 한다.

 그런데, 슈퍼 히어로로 다시 태어난 석헌은 우리가 알던 멋진 초능력 영웅들과는 어딘가 다르다. 멋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외모와 능력, 석헌이 염력을 쓸 때 보여주는 온갖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표정들은 한 마디로 '오두방정'이다. 도저히 웃음을 참지 않을 수 없는 이 대목에서 전작 '7번 방의 선물' 등에서 보여준 류승룡 특유의 코미디 연기가 빛을 발한다.

류승룡의 염력 연기는 영화 '염력'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다.

류승룡의 염력 연기는 영화 '염력'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다.


 "석헌은 자기 능력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그저 염력을 쓰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거죠. 재떨이를 들어올릴 때나 봉고차를 날려버릴 때도 마찬가지에요. 힘을 쓰려고 최선을 다하다보니까 이상한 표정들이 자연스럽게 나온 겁니다. 저도 실제로 힘을 쓴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집중해서 정말 염력을 쓰는 것처럼 연기하다보니까 한 장면만 찍고나면 탈진할 정도로 체력 소모가 심하더라고요."

 손을 쓰는 건 물론이고 무릎을 모아서 이리저리 돌리고 심지어 혀까지 동원해서 염력을 쓴다. 초능력은 흔한 소재이지만, 초능력을 쓰는 방법은 기발하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어온 연출가답게 만화의 한 컷과 같이 류승룡에게 명확한 표정과 행동을 요구했다. 류승룡은 "표정 하나하나까지 설명해줬다. 앞니를 두 개만 보여달라고 하기도 하고, 양쪽 입술을 내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효과적인 디렉션이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아재 히어로’ 탄생 류승룡 “염력 한 번 쓰고나면 탈진”


 그렇다고 해서 '염력'을 웃기기만 한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작품은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부산행'(2016) 등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영화답게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겹쳐 담고 있다. '염력'을 판타지 블록버스터, 히어로영화, 코미디영화, 가족영화이면서도 사회비판적 시선과 명확한 메시지를 담은 이른바 '사회파 영화'로 부를 수 있는 이유다.

 "그게 바로 연 감독 작품의 매력이라고 봐요. 감독님이 만든 애니메이션은 만화인데, 매우 현실적인 작품들이었잖아요. 반대로 '부산행'은 실사영화인데, 만화적인 작품이었고요. '염력'은 만화같으면서도 현실적인 요소들이 한 데 녹아들어있죠. 연 감독은 한국영화계의 보석 같은 분이죠. 이런 분 작품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류승룡은 이 작품의 악당에 관해, "또 다른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거대 권력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그들의 권력은 마치 초능력 같은 거다. 판타지 히어로 장르를 차용하되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염력'은 독특하고 기발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석헌이 초능력을 통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알게 된다는 점은 다른 초능력 영화와 '염력'이 다른 점"이라고 짚었다.

‘아재 히어로’ 탄생 류승룡 “염력 한 번 쓰고나면 탈진”


 한편 류승룡에게 '염력'은 '도리화가'(2015)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2011년 '고지전' 이후 '최종병기 활'(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7번 방의 선물'(2013) '명량'(2014)으로 내달리던 그의 전성기는 '손님'(2015)과 '도리화가'의 흥행 참패로 한풀 꺾였다(각각 82만명, 31만명). 이후 작심하고 출연한 영화 '7년의 밤' 개봉이 반복해서 미뤄지고, 또 다른 작품 '제5열'이 크랭크인 직전에 제작이 연기되면서 3년 간 새 영화를 내놓지 못했다.

 "장거리 경기를 단거리 선수처럼 달렸던 것 같아요. 앞만 보고 미친듯이 달리다가 잠깐 여유가 생기니까 알겠더라고요. 연기라는 게 장거리라는 걸요.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게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많이 웃고 즐겼던 '염력' 현장이 그래서 참 행복했어요. 이제 연기 외적인 욕심은 버릴 수 있어요. 오로지 연기와 현장,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신경쓰고 싶어요."

 류승룡은 올해 '염력'을 시작으로 오는 3월 '7년의 밤'을 내놓고,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킹덤'도 선보일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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