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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이기려 최선, 베트남 있으면서 한국 만나면”

등록 2018.02.08 22: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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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이기려 최선, 베트남 있으면서 한국 만나면”

【인천=뉴시스】 스포츠부 = ‘베트남 히딩크’ 박항서(59) 감독이 8일 귀국했다. 지난달 27일 중국에서 열린 U2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2로 패한 베트남 대표팀을 이끈 박 감독은 인천의 호텔에서 취재진을 만나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베트남 국민들의 엄청난 격려를 받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올해 8월 아시안컵과 11월 스즈키컵을 목표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베트남으로 갈 때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두리라 예상했나.

“10월25일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공식 부임했다. 그리고 12월1일부터 U23 대표팀을 맡았다. 이후 사실 노력은 많이 했지만 이런 결과까지 나오리라 예상은 못 했다.”

-베트남 국민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베트남 귀국 당시 국민들이 너무나 부담스러울 정도로 격려해줘서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과 소통은 잘 됐나.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이영진 코치, 배명호 코치와 많은 논의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에도 조화가 잘 이뤄졌던 것 같다. 서로 간에 믿음이 있었다.”

-베트남 선수들의 정신력이나 마음가짐에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나.

“베트남 선수들의 열정이나 노력이 기본적으로 뛰어났다. 작년 여러 연습경기를 거치며 선수들이 알아서 동기부여도 되고 자극도 된 것 같다. 기본적으로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이 붙은 게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생활은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특별히 고마웠던 사람은.

“베트남 와서 외롭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영진 코치도 같이 왔고 가족도 와 있었다. 특별히 고마운 사람은 이영진 코치다. 같이 떠나자고 이야기했을 때 아무 조건 없이 동행해줬다.”

-이번 대회를 마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축하 인사는.

“중국에 있을 땐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서 띄엄띄엄 문장으로만 축하 인사를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베트남 총리가 직접 찾아와 축하해준 것이다.”

-향후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과 붙는다면 어떨 것 같나.

“한국은 고국이다. 평생 사랑하는 고향이다. 하지만 항상 이야기했던 것처럼 베트남에서 일하는 동안에 한국을 만난다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베트남 선수 중에 한국에서 성공 가능한 선수가 있나. 베트남 선수들이 K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축구와 비교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베트남만의 좋은 점은 분명 있다. K리그에도 나름대로 문화적인 환경이나 스타일이 존재한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베트남 선수들은 그들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분에 우려가 많았다. 어떻게 준비했나.

“처음에 베트남 선수들을 대상으로 인보디를 측정했다. 체지방이 굉장히 부족한 것으로 나오더라. 또 상체 근육도 부족하다고 나왔다. 그래서 베트남축구협회에 자는 것은 호텔에서 안 자도 되니 먹는 것 만이라도 내가 요구한대로 해달라고 했다. 우유와 생선, 스테이크 같은 고단백질 음식을 베트남 현지 의사와 피지컬 코치 등이 매일 엄선해서 먹였다. 상체 근력이 부족한 부분은 일주일에 4~5회씩 밤 9시 이후에 30~40분간 상체 위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도록 했다. 이후에 다시 인보디를 검사해보진 않았지만 상체 근력이 확실히 많이 보완됐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국민들이 많은 격려와 지지를 보냈는데.

“베트남으로 귀국하면서 나도 깜짝 놀랐다.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격려해줄줄 몰랐다. 그리고 그 사랑과 격려가 책임감으로 느껴지더라. 앞으로 팬들의 기대치가 더 높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두 배 이상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책임감이 더 생겼다.”

-이영진 코치에게 특별히 같이 베트남에 가자고 한 이유는.

“이영진 코치는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떠나기 전 이 코치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가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동남아를 개척해보자고. 당시는 중국시장도 막혀있을 때다. 베트남에 대해서는 정보도 없었고 생소하기도 했다. 거기에 베트남 감독이 자주 경질된다는 정보만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우리가 부지런하니까 가서 성실성부터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그 다음에 성과를 올려서 후배들에게 동남아 문을 개방하고 싶었다.”

-결승전 끝나고 선수들을 일일이 안아주던데, 특별한 의미가 있었나.

“보통 경기가 끝나면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스킨십을 많이 한다. 직접 말로 전달을 못 하기 때문에 간단한 베트남어나 짧은 영어로 말하면서 스킵십으로 전달할 때가 많다.”

-히딩크 감독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다.

“히딩크 감독에게는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등에 대한 것들은 아직도 기억난다. 또 나도 2002년 당시에 같이 생활하면서 나름 느낀 점들을 적어뒀다. 그런 것들을 다시 보기도 하고 떠올리기도 하면서 힌트를 찾았다.”

-추위에 대한 대비는.

“처음에 중국으로 출발할 때부터 추위에 대비했다. 베트남 선수들이 추위에 약하다. 대회 지역 평균기온을 봤더니 영하까지 떨어지더라. 그래서 가기 전에 독감 주사도 맞고 철저히 대비했다. 막상 가보니까 더 춥기는 했는데 그래도 나름 잘 적응했다.”

-결승전 날 눈이 왔다.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하나.

“시합 전날 눈이 많이 내렸는데 베트남 선수 중에 2-3명을 빼고 다 눈을 처음 봤다. 시합 전날인 데도 나가서 눈싸움을 하고 놀더라. 시합 나가기 전에 선수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처음 겪는 눈이지만 절대 단점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다. 눈이 오면 미끄러운데 우즈벡 선수들은 우리보다 훨씬 몸집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첩성이 있기 때문에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면서 선수들이 눈에 대해 두려워하는 부분을 못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또 눈 때문에 졌다는 변명은 나도 하기 싫고 선수들에게도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경기 이후에 만약 눈이 안 왔으면 더 격차가 벌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했다. 어쨌든 선수들이 처음 눈을 접하는 상황에서 대처를 잘해줬다. 예상외로 선전해줬다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은.

“성인대표팀이 3월27일에 요르단 원정경기가 있다. 일단 우리는 조별 통과를 했기 때문에 선수 구성은 3월10일 베트남 리그 개막 이후에 시작할 예정이다. 중요한 건 8월 아시안게임과 11월 스즈키컵이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스즈키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맞춰서 준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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