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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서 근무 16일 만에 사망…대법 "업무상 재해"

등록 2018.05.2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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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신축 현장서 일하다 사망한 도장공

1·2심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

대법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 인정 충분"

열악한 환경서 근무 16일 만에 사망…대법 "업무상 재해"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도장공으로 일한지 불과 16일 만에 사망했더라도 줄곧 추운 날 야외에서 일했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도장공 사망 피해자의 유족 박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박씨의 남편 윤모(사망당시 53세)씨는 2015년 11월30일부터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의 도장공으로 근무했다. 같은 해 12월16일 신축 중이던 건물 11층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윤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박씨는 남편이 심근경색의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부검은 하지 않았다. 박씨는 "발병 당일 출근 이후 일상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보이고 질병을 유발시킬 정도의 부담요인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받을 수 없게 되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재해 무렵 윤씨가 다소 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현장에서의 총 근무일수가 15일에 불과한 점 ▲근무시간 중 스스로 판단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점 ▲윤씨가 연장근로를 전혀 수행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윤씨가 이 사건 현장에서 근무를 시작한지 불과 16일 만에 사망했다. 현장에서의 작업방식과 작업내용, 작업량과 작업 강도, 윤씨의 경력 및 숙련도 등을 종합해 볼 때 사망할 무렵 근무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가중된 작업 강도가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급격히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윤씨가 고혈압, 불안정협심증 등 지병이 있었음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연이어 근무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사망 당일에는 전날보다 체감온도가 10도 이상 저하된 상태에서 고층 건물 외부의 강한 바람과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별다른 휴식시간 없이 작업을 계속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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