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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용인 일가족 살인…경제적 자립 못한 30대의 비뚤어진 증오

등록 2018.05.24 17: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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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김도란 기자 = 법원은 경기 용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 사건이 결혼해서도 심리적·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했던 30대의 비뚤어진 증오심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24일 판결문에 따르면 김성관(36)씨의 친아버지는 김씨가 태어나기도 전에 사고로 숨졌다. 어머니 김모(사망 당시 55세)씨는 일을 하기 위해 김씨를 외할머니에게 맡겼고, 김씨는 외할머니 손에 길러졌다.

 어머니 김씨는 전모(사망 당시 57세)를 만나 2004년 재혼했다. 어머니 김씨는 재혼한 남편 전씨는 슬하에 아들(사망 당시 14세)을 두고 경기 용인에서 함께 생활했다.

 재판부는 이런 성장 과정의 결핍으로 김씨가 어머니를 혐오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봤다. 김씨가 어머니를 두고 '각설이(죽지도 않고 또 왔다는 의미)'라고 부르는가 하면, 이부(異父)동생 전군을 어머니의 사랑을 빼앗아간 존재로 생각했던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그러던 중 김씨는 아내 정모(33·여)씨를 만나 2014년 결혼했다. 어릴 적 영주권을 취득한 뉴질랜드에서 정씨와 생활하려 하기도 했지만, 정씨가 영어를 못하는데다 적응에 실패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씨와 정씨는 딸들(1세·2세)을 낳고도 안정을 찾지 못했다. 세종시의 아파트에선 월세를 못내 쫓겨났고, 정씨의 친정집과 친적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김씨가 직업을 구했다가도 금방 그만두기 일쑤여서 이렇다 할 수입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돈이 없는 핑계로 정씨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는 "뉴질랜드에 집 판 돈이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들어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곧 할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으면 돈이 생긴다"고 정씨를 속였다.

 김씨는 또 힘들 때마다 어머니에게 손을 벌렸다. 어머니는 아들의 요구에 못 이겨 수차례 돈을 건네기도 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한 아들을 계속 도와줄 만큼 여유는 없었다.

 김씨는 점점 생활이 어려워지자 친척에게 소개받은 지인을 상대로 어학연수 비용 사기까지 저질렀다. 어학연수를 도와주겠다며 받은 1150만원은 모두 생활비로 탕진했다.

 가족들을 데리고 모텔과 찜질방을 전전하던 김씨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통장에 있는 돈을 가로채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내 정씨에겐 "어머니가 '딸들을 보육원에 보내버리겠다'며 협박했다"고 거짓말해 범행에 가담하게 했다.

 김씨는 어학연수 비용을 사기당한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내자, 뉴질랜드 출국이 어려워지기 전에 범행을 실행하기로 했다. 친어머니가 더이상의 경제적 지원을 거절하고 연락을 피한 것도 범행의 결정적인 동기가 됐다.

 김씨는 일가족 3명을 모두 살해해야 발각이 늦어질 것이라고 아내 정씨를 설득했다.

 김씨는 결국 지난해 10월 21일 용인 처인구에 있는 친어머니 집을 찾아가 친어머니와 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범행 후엔 현관 비밀번호까지 바꾸는 철두철미함을 보였다.

【용인=뉴시스】이정선 기자 =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친모 일가족 살해범 김성관(35)씨가 19일 오전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8.01.19.  ppljs@newsis.com

【용인=뉴시스】이정선 기자 =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친모 일가족 살해범 김성관(35)씨가 19일 오전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8.01.19. [email protected]


 어머니가 착용하고 있던 금팔찌까지 빼앗은 김씨는 의붓아버지 전씨가 기다려도 오지 않자, 전화로 불러내 강원 평창군의 한 국도에서 흉기와 둔기로 살해했다. 시신은 차안에 둔 채로 묵었던 리조트 주차장에 유기했다.

 김씨는 다음날 어머니 계좌에서 1억1970여만원을 찾은 뒤 아내 정씨와 딸들을 데리고 인천발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병찬)은 이날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공범 아내 정모(33·여)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모친의 재혼으로 자신이 버려졌다는 감정을 받게 되자 이에 대한 보상심리로 자기 과시적인 성향과 자기 초점화된 사고 양상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재력을 허위로 과시하다 진실이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이 성실히 생활하지 않으면서 거짓말을 반복하자 경제적 도움을 거절했던 것"이라며 "피고인의 재정적 위기는 본인이 자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피해자 모친이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아 서운함이 쌓인 것도 범행 이유 중 하나라고 변명하고 있다"며 "그런 모습을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또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는 향후 기간의 정함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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