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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멕시코전, '닥공'하면 대량 실점할 수도"…일문일답

등록 2018.06.19 07: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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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포기하면 정말 최악의 월드컵"

"비난, 자신감 잃지 않을 자신 없으면 안 보는 것도 방법…멕시코 이기면 찬양하고 응원할 것"

"'파워프로그램, 너무 늦게 한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 지우지 못해"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러시아월드컵 SBS 해설위원으로 나서는 박지성이 16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5.1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러시아월드컵 SBS 해설위원으로 나서는 박지성이 16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5.16. [email protected]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뉴시스】 박지혁 기자 = "여기서 포기하면 남은 두 경기는 더 안 좋은 경기력과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고 진짜 최악의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37) SBS 해설위원이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패한 신태용호 후배들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0분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크라스노다르)에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초반 높은 점유율로 주도권을 잡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흐름은 스웨덴 쪽으로 넘어갔다. 버티면서 빈틈을 통해 역습을 노렸지만 유효슈팅은 단 1개도 나오지 않았다.

박 위원은 "상대가 라인을 올려서 공격할 때, 우리가 어떤 식으로 역습을 할지에 대해 정확히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 황희찬이 2~3번 정도 보여줬는데 좀 더 세밀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면 상대를 위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크게 위협적인 부분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신태용호 입장에서 스웨덴전은 16강으로 가는 분수령이었다. F조 1위가 유력했던 디펜딩챔피언 독일이 멕시코에 0-1로 일격을 당하면서 혼전 양상이 됐다. 독일과 멕시코 모두 16강 진출을 위해 한국전에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데다 분위기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다음 상대는 멕시코다. 23일 자정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만난다. 독일을 꺾은 기세가 대단하다.

박 위원은 "멕시코는 독일과 할 때(역습 위주)와는 다른 전술로 나올 것이다. 독일을 상대한 것처럼 내리지 않고 라인을 올려서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하는 수비를 할 것이다"고 전망하며 "우리가 그들의 거칠고 빠른 전방 압박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방 압박을 뚫고 미드필드 지역만 넘어선다면 압박 이후 수비는 옅어진다. 멕시코가 평가전에서 보여준 약점이다"며 "우리도 스피드와 일대일 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승리를 위해 골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운영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남겼다. 그는 "멕시코전은 분명 우리가 이겨야 하는 경기지만 상대 전력에서 '닥공(닥치고 공격)'을 할 순 없다. 이기려고 갔다가 대량 실점을 할 수도 있다"며 "가장 높은 확률로 이길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단 수비를 단단히 하는 게 맞다. 무실점으로 끌고 가서 한 방으로 이기는 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전술"이라며 "손흥민의 결정력이 있으니까 기대할 수 있다. 손흥민의 결정력이 우리에게는 희망이라고 본다"고 보탰다.

스웨덴전 패배를 빨리 잊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 위원은 "(스웨덴전) 결과는 실망스럽다. 우리가 원했던 결과가 아니고 어찌 보면 최악의 결과를 받아든 것이기 때문이다"면서도 "두 경기가 남았다. 여기서 포기하면 남은 두 경기는 더 안 좋은 경기력과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고 진짜 최악의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오늘 경기를 빨리 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몇몇 선수들이 팬들로부터 심하게 비난받는 것에 대해선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경기에서 패배했고 거기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국가대표팀이 가져야 할 숙명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비난(댓글)을 안 볼 순 없을 것이라고 본다. 봤을 때, 자신감을 잃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보고 그럴 자신이 없다면 아예 안 보는 것도 방법이다"며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는 경기에만 집중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박지성 해설위원과의 일문일답

-스웨덴과의 첫 경기 총평은.

"높이에 대한 경합은 잘 했다고 본다. 그러나 중요한 건 떨어지는 공에 대한 대처인데 조금 미흡했다. 또 상대가 라인을 올려서 공격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역습을 할지에 대해서 정확히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황희찬, 손흥민이 2~3번 정도 보여줬는데 좀 더 세밀하게 가져갈 수 있다면 상대를 위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크게 위협적인 부분을 느끼지 못했다. 아쉽다."

-70분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면 승산이 있다고 본 이들도 있는데.

"70분이 지나면서 스웨덴 선수들의 몸놀림이 둔해진 부분이 있다. 우리가 거기서 우위를 가져갔느냐를 봤을 때 그러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파워프로그램을 너무 늦게 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이번 경기에서 지울 순 없었다. 그래도 이제 더 좋아질 것이다. 멕시코전에서는 나아질 것이라 본다."

-독일을 꺾은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르는데.

"스웨덴과는 전혀 스타일이 다른 팀이다. 멕시코는 독일과 할 때와는 다른 전술로 나올 것이다. 3백이든 4백이든 우리를 상대로는 독일을 상대한 것처럼 내리지 않고 라인을 올려서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하는 수비를 할 것이다. 우리가 거칠고 빠른 전방 압박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방 압박만 뚫고 미드필드 지역만 넘어선다면 압박 이후에 수비는 옅어진다. 평가전에서 보여준 약점이다. 잘 돌파해서 이어진다면 공격 쪽에서는 우리도 스피드가 있고 일대일 능력이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수비에 대해선.

"멕시코는 개인기가 좋고 스피드가 빠른 선수들이 있다. 일대일 상황에서 이기는 게 좋지만 졌을 때 뚫린 뒤의 공간을 얼마나 잘 커버해줄 수 있느냐,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멕시코의) 개인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일대일 상황에 집중하는 것보다 주변 선수가 멕시코 선수에게 돌파를 당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옆에서 도와주려는 생각을 많이 가져야 한다. 공간을 많이 안 주는 게 중요하다."

-공격에 대한 해법이 있다면.

"멕시코전은 우리가 분명 이겨야 하는 경기지만 전력 차가 있어 '닥공(닥치고 공격)'을 할 순 없다. 우리가 이기려고 갔다가 대량 실점을 할 수도 있다. 축구는 90분 경기다. 우리가 가장 높은 확률로 이길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설정해야 한다. 일단 수비를 단단히 해야 하는 게 맞다. 무실점으로 끌고 가서 어떻게 해서든 한 방으로 이기는 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전술이다. 한방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손흥민 선수의 결정력이 있다는 것이다. 없었다면 정말 힘겨운 싸움일 것이고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손흥민의 결정력이 우리에게는 희망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무조건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고 방어를 잘 하면서 역습 기회에서 잘 해야 한다. 경기 내용에서는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를 잡는 건 얼마나 침착하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꾸준히 하느냐다."

-비난의 중심에 있는 선수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누가 도와줄 순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경기는 패배했고 거기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국가대표팀이 가져야 할 숙명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좋은 경기를 통해 팬의 입장이 바뀌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번에 스페인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가 실수를 해서 자국민의 50%가 그의 출전을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가 봐도 스페인의 최고 골키퍼라고 인정하지만 여론은 실수 하나로 바뀔 수 있다. 선수는 그걸 딛고 경기장에서 증명해야 한다. 우리가 멕시코를 이기고 무언가 얻게 해준다면 180도 바뀌어서 찬양하고 응원해 줄 것이다. 지금 비난을 안 볼 순 없을 것이라고 본다. 봤을 때, 자신감을 잃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보고 그럴 자신이 없다면 아예 안 보는 것도 방법이다.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는 경기에만 집중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선수 스스로 컨트롤 해줬으면 한다. 경기에 나간 선수는 한국을 대표해서 가는 선수다. 선수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무언가를 보여줘서 팬들이 응원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6강 목표로 가는 길에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는데.

"결과는 실망스럽다. 우리가 원했던 결과가 아니고 최악의 결과를 받아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 여기서 포기하면 남은 두 경기는 더 안 좋은 경기력과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어찌 보면 진짜 최악의 월드컵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이 오늘 경기를 빨리 잊어버리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준비해야 한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 전력이 상대보다 떨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다 해 놓고 졌다면 실력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다 보여주지도 못하고 지면 너무 아쉬운 것이다. 선수들이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걸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능력이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한다면 결과가 어떨지 모르지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 F조 팀들의 첫 경기를 본 소감은.

"전력은 그대로다. 독일이 안 좋은 경기력으로 멕시코에 잡혔지만 멕시코는 자신들이 가진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줬고 독일은 보여주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여전히 독일-멕시코-스웨덴-한국 순이라고 본다. 전력의 변화는 없다. 첫 경기 이변이 있었지만 독일이 원래 상태를 보여주느냐, '디펜딩챔피언 징크스(전 대회 우승팀이 다음 대회 조별리그 탈락)'를 이어가느냐는 지켜봐야 한다. 우리 대표팀 입장에서는 징크스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독일이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회복하겠지만 두 경기 만으로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칫 독일도 위험할 수 있다. 독일 입장에서는 스웨덴과의 2차전이 우리와 3차전보다 더 중요할 것이다. 멕시코는 지고 안 좋은 흐름에서 만났으면 더 좋았겠지만 일단 이겼다. 기세가 높은 상황이라는 게 우리에게는 안 좋은 상황이다. 경기 초반에 운이 됐든 뭐가 됐든 선제골만 넣는다면 분위기는 확 바뀔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멕시코가 받는 타격이 훨씬 더 클 것이다. 멕시코는 거칠고 흥분 잘 하는 선수들의 특징이 있어서 잘못된 경기, 판단으로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경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그라운드에서 다 쏟아 부을 수 있는 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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