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소리없는 살인자' 폭염, 자연재난 관리 시급…개인대처 한계

등록 2018.07.23 10:42:5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폭염 피해 속출해도 정책 지원 없어

폭염·열대야 증가…인명피해도 급증

가장 우려되는 재난…취약층 피해집중

정부, 폭염도 자연재난에 포함 검토

A visitor walks through a water mist to cool herself off at the Gwanghwamun Square in downtown Seoul, South Korea, Tuesday, July 17, 2018. South Korean Meteorological Administration issued a heat wave warning for Seoul and other cities. (AP Photo/Lee Jin-man)

【서울=뉴시스】외신 사진에 소개된 폭염 속 광화문 광장. (자료사진)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역대급 무더위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폭염도 자연재난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내부적으로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법을 심의할때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데 찬성 의견을 낸다는 방침이다.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중이다.

 폭염은 '소리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지진, 홍수 등과 같이 한번에 대형 인명피해를 발생시키지는 않지만 조용히 다가와 생명을 앗아간다. 거세거나 요란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느새 사람들은 폭염에 목숨을 잃어간다.

 올해 폭염은 더 독하다. 소위 말해 '역대급'이다. 전국 곳곳의 한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건 이젠 쉽게 볼 수 있다. 22일에는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8.0도까지 치솟았다. 1994년 이후 7월중 가장 높은 기온을 갈아치웠다. 최근 30년간 서울의 7월 기온으로는 3번째로 높다.  21일 최고기온 36.9도에 이어 하루만에 기록이 바뀌었다.

 서울의 23일 최저기온은 111년만에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의 최저기온은 29.2도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07년 이후 111년만에 가장 높게 측정됐다.

 인명피해도 상당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월2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043명이다. 전년 같은기간보다 397명이 늘었다. 이 가운데 온열질환자 556명(53.3%)이 이달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발생했다. 7명이 이 기간에 숨졌다.

【속초=뉴시스】김경목 기자 = 폭염이 기승을 부린 22일 강원 속초소방서 소방관이 속초시의 한 취약계층 마을 골목길에서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고 있다.   속초소방서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 7월21일부터 폭염주의보 시 1회 이상 폭염경보 시 2회 이상 소화전과 소방차를 활용해 물을 뿌려 폭염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고 밝혔다. 2018.07.22. (사진=속초소방서 제공)  photo@newsis.com

【속초=뉴시스】김경목 기자 = 폭염이 기승을 부린 22일 강원 속초소방서 소방관이 속초시의 한 취약계층 마을 골목길에서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고 있다.   속초소방서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 7월21일부터 폭염주의보 시 1회 이상 폭염경보 시 2회 이상 소화전과 소방차를 활용해 물을 뿌려 폭염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고 밝혔다. 2018.07.22. (사진=속초소방서 제공) [email protected]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는 총 10명으로 집계됐다. 9명은 사망 당시 해당지역에 폭염특보(경보 7곳·주의보 2곳)가 내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6명은 80세 전후(78~86세) 고령 여성이었다. 4건은 집주변에서, 1건은 밭에서, 1건은 집안에서 발생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도 폭염은 기후변화의 진행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가장 우려되는 재난중 하나로 꼽았다. 폭염은 다른 자연재난에 비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장기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2040년대 열사병 사망자수가 지금보다 5~7.2배 많아지고 2050년에는 한해 244~261명이 사망하는 대규모 폭염이 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폭염에 대한 노출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기후변화에 따라 21세기 전반까지 폭염일수는 1.8~2.6배, 열대야일수는 3.7~5.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열대야는 도시화의 여파로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폭염에 대한 민감도 역시 우려되는 요소다. 한국은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2025년에는 고령화율이 40%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독거노인인구 증가도 가파르다. 독거노인은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계층중 하나다. 경제적 여건상 평소 건강관리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고온노출시 열사병 등 응급질환에 의해 의식이 잃었을때 즉시 돌봐줄 사람이 없다.
 
 농업종사자와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폭염에 자주 노출돼 있다. 폭염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아 주요 취약계층으로 분류되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서울과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린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18.07.1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서울과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린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18.07.19.  [email protected]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폭염 대처 매뉴얼'이 없다. 현행법상 폭염은 '재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는 자연재난을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화산활동, 소행성·유성체 등의 추락, 충돌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폭염은 빠져 있다.

 반면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폭염을 4·5단계로 세분화한뒤 고위험단계에 이르면 총리 등이 나서 적극 대응한다.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가축집단 폐사 등의 피해가 발생해도 보상이나 구호 등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폭염을 재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만약 법이 개정되면 폭염으로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 유족이나 피해자는 재난지원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가축이나 어류가 집단 폐사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 일정비율의 재난복구비용도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폭염 피해는 고령인구와 무직과 농업 등 일부 직업군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이제는 개인이 폭염에 대처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