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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대북 독자채널 본격 가동하나…'베트남 접촉' 기타무라·김성혜 누구?

등록 2018.08.30 08: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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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비밀회담은 실무선 넘는 고위급

미국 추종에서 벗어나는 조짐으로도 읽혀

미일 무역분쟁 등으로 미국에 실망 관측도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미일정상회담 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6.08.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미일정상회담 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6.08.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일본이 지난 7월 베트남에서 북한과 비밀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정부가 독자적인 북한 채널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8일 일본과 북한이 베트남에서 비밀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밀 회담의 시기와 장소, 회담 대표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는 점에서 이 보도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은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물밑 채널은 언제나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비밀회담이 눈길을 끄는 것은 대표의 급이 실무자 선을 넘는 고위급인데다, 표면적으로는 양국 관계가 최악의 국면인 가운데 열렸다는 점이다.
  
 일본측 회담 대표로 알려진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은 일본 정부에서 대내외 정보를 총괄하는 책임자이다.

 우리의 국가정보원과 같은 정보기관이 없는 일본은 북한을 비롯한 정보 업무를 경찰청, 법무성 공안조사청, 외무성 정보 파트 등이 각각 담당하는데 그 중에서 내각조사실은 가장 막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일본의 중앙정보부(CIA)라고도 불린다.

 때문에 북한과의 비밀회담에 기타무라 내각정보관이 직접 참석했다면 이는 일본 정보파트의 최고위급이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측 대표로 알려진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은 북한에서는 이례적인 여성 '대남일꾼'이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모두 북한 고위급대표단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개회식 당시에는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밀착 보좌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방미 때도 수행했으며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때에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동행했다.

 이같은 북일 비밀회담의 대표급으로 미루어 볼때 회담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내세웠을 개연성이 크다. 이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진전된 입장을 내놓았을지가 관심이다. 북한은 그간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납치 문제가 북일 관계개선을 시작하는 첫 관문이라는 사실은 양측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비켜가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일본이 이번 비밀 회담을 미국에 사전에 알리지 않아 미국축이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보도내용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 문제를 놓고 미일간에 조금씩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는 조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때부터 신중론을 펼치며 북한 비핵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최근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일본측 주장에 힘에 실리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22일 밤 전화통화를 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통화한지 두 달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아베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없이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는 이러한 아베 총리의 의견이 참고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보조를 맞춰왔던 아베 총리가 이제는 자신의 북한에 대한 논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리드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일본은 무역문제를 놓고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에 내심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WP는 28일 북미 정상회담 직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사건을 언급하며 "나는 진주만을 기억한다"고 말하면서 일본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양자 무역협상을 하자고 요구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많은 노력을 해온 아베 총리가 당시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과 협의없이 북한과의 비밀 협상을, 그것도 상당한 수준의 레벨에서 진행시키고 있는 것은 미국에 무조건 고분고분하지만은 않겠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스파이 혐의로 구속하고 있었던 일본인 남성을 지난 26일 전격 석방하겠다고 발표하고 실제 석방한 것은 북일간 독자채널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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