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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고철' 납품 피해…대법 "첫 공급업체 배상 책임"

등록 2018.09.2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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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 납품과정서 방사능 오염 확인돼

1심, 중간업체 배상 책임만 인정 판결

2심, "최초 업체에 배상 책임" 판단해

환경정책기본법 '무과실책임' 근거로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이 납품되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원인'이 된 최초 업체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고철 재활용·판매 사업체인 A사가 고철 납품업체인 B사와 C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최초 납품업체인 C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A사는 B사로부터 고철을 제공받아 다른 업체에 납품해 왔다. B사는 C사로부터 제공받은 고철을 A사에게 납품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3월 A사는 B사로부터 고철 2만3130㎏를 제공받은 뒤 다른 업체에 납품하려 했다. 그러나 해당 고철은 감시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 추가 확인결과 A사가 추가로 납품하려던 고철 2만2450㎏도 방사능에 오염돼 있었다.

 A사 등은 조사를 거쳐 총 5060㎏의 고철이 방사능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지시에 따라 방사능 오염 물질은 제거됐고, B사는 반품된 고철 대금을 A사에게 돌려줬다.

 이후 A사는 고철 운반 차량 미사용, 영업 손실, 재고손실 등을 고려해 B사와 C사를 상대로 약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을 제공함에 따라 A사가 운반 차량을 사용하지 못한 점, A사가 고철의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납품을 일시 중단한 점 등을 두루 고려한 뒤 B사에 대해 1000만여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C사에 대해서는 "단순히 고철을 수집해 B사에게 판매한 것으로, 고의·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A사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심 판결은 달랐다. 2심은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을 최초로 납품한 C사가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방사능 물질을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철이) 유통되게 했다면 C사는 B사뿐만 아니라 A사에 대해서도 위법 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2심은 C사가 A사에게 손해배상금 33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사의 경우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지만,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원인자가 피해를 배상토록 '무과실책임'을 규정한 환경정책기본법의 취지를 강조했다.

 대법원은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은 원자력안전법 등의 법령에 따라 처리돼야 하고 유통돼서는 안 된다"며 "고철을 방사능에 오염시킨 자는 원인자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고철을 처리할 때 오염된 환경을 회복·복원할 책임을 진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을 타인에게 매도하는 등 유통시킴으로써 거래 상대방 등이 방사능 오염으로 피해를 입게 되면 그 원인자는 방사능 오염 사실을 모르고 유통시켰더라도 피해자에게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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