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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 엄마 윤소정 추모공연···몸으로 지내는 제사 '신의 아그네스'

등록 2018.10.04 19: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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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

오지혜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스테디셀러 연극 '신의 아그네스'가 배우 윤소정(1944~2017) 추모 공연으로 5일부터 31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 무대에 오른다. 미국 작가 존 필미어가 쓴 이 작품은 수녀원에서 일어난 영아 살해사건을 다룬다.

윤소정은 1983년 국내 초연 때 수녀 아그네스의 비밀을 파헤치는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 박사'를 맡았다. 이번 시즌에서는 고인의 딸인 배우 오지혜(50)가 같은 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오지혜는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엄마의 연기를 결코 흉내내지 않았는데 제스처, 몸짓, 목소리에서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엄마 연기가 나왔다"면서 "몸으로 지내는 제사"라고 말했다.

지난해 별세한 윤소정은 영화·TV드라마에서도 큰 활약을 했지만 특히 무대를 빛낸 '연극계 대모'로 통한다. 1962년 TBS  1기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했는데 연극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애착을 가장 많이 가졌던 장르는 무대다. '신의 아그네스'를 비롯해 '산불' '초분' '첼로' 등에 출연했다. 전성기는 말년까지 이어져 2010년 초연한 데이비드 헤어의 연극 '에이미'가 대표작이다.

오지혜의 가정은 배우 집안으로 부친 역시 윤소정 못지 않은 거물이다. KBS 2TV 드라마 '손자병법'의 만년과장으로 얼굴을 알린 '연극계의 대부' 오현경(82)이다.

오지혜는 2004년 연극 '잘자요, 엄마'에서 어머니와 모녀 호흡을 맞추기도 했지만, 그녀와 같은 역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조심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공연으로 엄마를 추모한다는 것이 낯설었어요. 윤소정과 똑같은 연기를 흉내낸다는 것이요. 아버지를 헌정하는 것이라면 아빠랑 똑같이 생겨 괜찮을 텐데 엄마와는 다르게 생겼다고 농담도 하면서 조심스러워했죠."

하지만 제작사의 의지가 강력했다. 결국 "이것이 운명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연극 '신의 아그네스' 간담회

연극 '신의 아그네스' 간담회

1991년 연극 '따라지의 향연'으로 데뷔한 오지혜는 데뷔하자마자 주목 받았다. 특히 오현경·윤소정 대배우 부부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런데 "연기 스타일이나 생김새가 아빠 빼닮았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그러다가 40대 중반부터 슬슬 "엄마 얼굴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게 됐고, 이번 '신의 아그네스'에서 그런 모습이 더 부각되고 있다. 오지혜는 "탈상의 의미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오지혜 집안의 문화예술계 이력은 한 세대 더 거슬로 올라간다. 그녀의 외할아버지, 즉 윤소정의 부친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한 영화감독 윤봉춘(1902~1975)이다.

"대를 이어 직업이 이어지고 있어요. 특히 엄마랑은 성별도 같고 직업도 같고 일하는 공간의 의미로서 무대도 같죠. 엄마랑 같은 직업을 가진 딸로서 같은 작품에 같은 캐릭터로 출연한다는 것은, 이보다 영광일 수 없죠. 엄마가 얼마나 좋은 작품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돼 감사하고 신기해요."

오지혜는 엄마와의 추억 등이 담긴 에세이집 '날씨 맑음, 오늘도 여행 같은 하루'를 최근 펴냈다. 이 책의 부제는 "많이 사랑하기 보다는 잘 사랑하자"다. 오지혜는 '신의 아그네스'의 주제를 여기에 연결해 "세상에는 불쌍하게 놓쳐 버렸던,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많은데, 엄마 추모 공연과 상관 없이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주제로 삼고 싶었다"고 했다.

오지혜는 벌써 27년차 배우지만 이번 '신의 아그네스'를 앞두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훈수 9단'인 아버지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아버지 말씀을 듣고 '그건 왜 내가 몰랐지'라고 깨달은 부분이 많았어요. 추모 공연이 아니었으면 시행착오를 겪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덜 받았겠죠. 하지만 평범한 연극이 아니다보니 고마운 스트레스였어요."

고 윤소정

고 윤소정

이미지 캐스팅으로 따지면 자신의 엄마보다 리빙스턴 박사 역에 더 잘 어울린다며 웃었다. "엄마가 매일 제게 교수나 박사 같다고 하셨거든요."

 엄마와 비교하는 시선에 개의치 않는 오지혜는 편안해보였다. "엄마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생각하지 않아요. 굳이 해석이 다를 것도 없고요. 30년 전과 지금은 시대도 다르고, 엄마와 저는 타고난 스타일이 달라요. 엄마는 파워풀하고 감성적인데 저는 생겨 먹은대로 따지고 들고 디테일하고 연극적이라기보다 사실적이거든요."
 
한편 이번 공연에서 원장 수녀 역에는 관록의 배우 전국향이 캐스팅됐다. 아그네스로는 280대 1의 경쟁을 뚫은 미스춘향선발대회 진 출신 송지언이 캐스팅됐다. 이 역은 윤석화, 신애라, 김혜수 등 스타배우들이 맡았었다. 연극 '장수상회’ '리얼게임'의 신혜선이 연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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