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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초점]선동열 감독 사퇴, 결정적 계기는 국회 국정감사

등록 2018.11.14 16:59:01수정 2018.11.14 17: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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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 기자실에서 대표팀 사령탑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8.11.1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 기자실에서 대표팀 사령탑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8.11.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결정적 계기는 국정감사다.

국감 자리에서 받은 상처를 이겨내지 못한 선 감독은 포스트시즌이 모두 끝난 이틀 뒤인 14일 오후 KBO회관 7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의사를 전격 발표했다. 이날 오후 1시께 기자회견을 공지한 선 감독은 오후 2시30분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회견장에서는 짧은 소감만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취재진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회견에 앞서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보면 선 감독은 국정감사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24일 사상 첫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된 선 감독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준우승, 올해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성적을 냈지만, 쓸쓸하게 중도 사퇴했다.

선 감독이 논란에 휩싸인 것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 현재로서 최고의 선수를 뽑는다"고 밝힌 선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금메달로 논란이 됐던 일부 병역 미필 선수가 병역혜택을 받게 되자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오지환, 박해민의 대표팀 발탁 과정을 밝히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등장했고, 한국청렴운동본부는 선 감독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선 감독과 정운찬 KBO 총재가 모두 국감에 불려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이 증인으로 신청하면서다.

선 감독이 국감 자리에 서는 것 자체가 굴욕이었다. 현직 국가대표팀 감독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손 의원은 선 감독에 "연봉이 얼마냐", "근무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 등의 질문을 던지며 선 감독 망신주기에 급급했다. 국감에 불려나온 것 만으로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선 감독으로서는 상처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비난의 화살이 손 의원을 향했지만, 선 감독의 상처는 치유될 수 없었다.
장【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 기자실에서 대표팀 사령탑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하고 있다. 2018.11.14. bjko@newsis.com

장【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 기자실에서 대표팀 사령탑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하고 있다. 2018.11.14. [email protected]

선 감독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 한 국회의원의 발언 때문이라고 했다. "어느 국회의원이 말했다. '그 우승이(아시안게임 금메달)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 또한 사퇴 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에 적힌 "국가대표 감독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대한체육회 역사상, 국가대표 감독 역사상, 한국야구 역사상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스포츠가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그리하여 무분별하게 증인으로 소환되는 사례는 내가 마지막이길 간절히 희망한다"는 말은 선 감독이 국감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상처를 입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선 감독은 "정치권 일각의 '스타 선수가 명장이 되란 법 없다'는 지적, 늘 명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 총재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선 감독에 국가대표 전임 감독을 맡기겠다며 "체계적으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지만, 정작 공식석상에서 선 감독을 감싸지 않았다. 국감 자리에서는 선 감독을 깎아내리는 말만 했다.

지난달 23일 국감에서 정 총재는 "국제대회가 잦지 않거나 대표 상비군이 없다면 전임 감독은 필요하지 않다"며 전임 감독제 반대 뜻을 드러냈고, 선 감독이 집에서 TV를 보고 선수를 뽑은 것이 옳으냐는 질문에는 "선동열 감독의 불찰"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선 감독의 자진 사퇴 발표 이후 "지난 10월 25일 선동열 감독을 만나 총재님의 진의를 설명했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지만, 정 총재의 해당 발언이 선 감독에 적잖은 압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선 감독은 이에 대해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비로소 알게 됐다. 나의 자진 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짧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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