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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안드레아스 블라우 "한국의 젊은 청중 인상적"···플루트 거장

등록 2019.01.04 10: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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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블라우 ⓒ플루트아트센터FAC

안드레아스 블라우 ⓒ플루트아트센터FAC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일어나자마자 두 시간가량 연습을 한다. 이후 근처에 사는 손자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유치원에 데려다 준다. 집에 돌아올 때는 빵을 사서 온다. 담배, 술은 거의 안 한다. 그 외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하하."

독일 플루티스트 안드레아스 블라우(70)는 나이보다 10년은 더 젊어 보이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청량한 플루트 소리가 들릴 듯한 독일 베를린 남서부의 반제 호수에 살고 있다.

올해 2월 70세 생일을 맞는 블라우는 '플루트계 살아 있는 전설'이다. 열 살부터 플루트를 불기 시작한 그는 스무살 때 거장 지휘자 폰 카라얀(1908~1989)에게 발탁돼 세계 정상급 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플루티스트가 됐다. 베를린필에서 46년간 활동하며 카라얀을 비롯해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 사이먼 래틀(63) 등 거장들과 호흡을 맞췄다.

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국내 첫 리사이틀을 열기 위해 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피아니스트 문재원과 협연하는 이번 공연 1부에서 바흐 b단조 소나타, 드비엔느 소나타 등 블라우의 독일 음악 해석 내공이 드러날 곡들을 들려준다. 2부에서는 좀 더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준다. 보차 '플루트 솔로를 위한 이미지', 보르네 '카르멘 환상곡' 등을 골랐다. 

바로크부터 현대 시대, 독일과 프랑스 등을 아우르는 레퍼토리에서 가장 신경을 쓴 선곡은 마지막 곡이다. 몬티 차르다시를 비롯, 경음악 6곡을 편곡해 묶은 '블루 아워'다. "사람들에게 생소한 곡이다. 연주자들이 많이 연주하지 않은 곡이기도 하다. 이런 곡들을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재미있는 스킬을 넣어서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거다."

베를린필은 블라우에게 말 그대로 가족과 같은 곳이었다. 부친은 베를린필 제1바이올린 주자였던 요하네스 블라우, 본인은 아버지의 친구인 트럼펫 수석주자의 딸과 결혼했다. 베를린필 오보에 수석으로, 솔리스트로도 유명한 알브레히트 마이어(54)는 그의 사위다.

어릴 때부터 베를린필의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껴왔다. 베를린필 상임지휘자였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1886~1954)가 세상을 뜬 날, 부친과 부친의 동료들이 큰 충격을 받고 슬퍼하는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  
[뉴시스 인터뷰]안드레아스 블라우 "한국의 젊은 청중 인상적"···플루트 거장

이후 예순 다섯 살에 정년 퇴임하기까지 베를린필에 몸 담은 그는 쉽게 악단을 떠나지 못했다. 악단과 자신이 모두 원해 1년반가량 더 이 악단에서 연주했다. "그런데 은퇴한 다음 날부터 바로 함부르트 오케스트라로 가서 연주를 했다. 슬픔이나 아쉬움이 덕분에 무뎌졌다."
 
다양한 지휘자를 겪은 그는 지휘자의 성향과 판단에 맞춰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내게 의견을 줄 때 더 고마웠다"고 한다. "덕분에 음악적 아이디어를 얻었다. 카라얀과 모차르트 협주곡 1번을 연주할 때, 처음에는 그의 해석이 너무 느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들어보니 납득이 됐다."

46년 동안 베를린필 플루트를 책임져온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연습상태를 항상 체크하는 것은 당연하고, 빵을 굽고 자전거를 타는 등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생활을 꾸준히 해온 것이 오랜 기간 연주해온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기분 좋게 연주 활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휘자는 정신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다. 작은 동작으로도 지휘가 가능하다. 하지만 플루트 연주는 테크닉적인 것이 많이 필요하다. 몸 상태 체크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다. 연주자로서 은퇴 시기는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

블라우는 위대한 스승이기도 하다. 카라얀이 설립한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이끌며 인재들을 배출했다. 여러 국제 음악 콩쿠르 심사위원이며 2005년 상하이 음악원 교수로 임명됐다. 정기적인 마스터클래스도 연다. 이번 방한에서도 공연 이튿날인 6일부터 8일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뉴시스 인터뷰]안드레아스 블라우 "한국의 젊은 청중 인상적"···플루트 거장

쾰른 필하모닉 플루트 종신 수석인 조성현(29)이 대표적인 제자다. "한국 학생들은 대단하다. 어느 순간부터 유럽에서 배운 것이 아닌 본인 만의 연주를 하더라. 그래서 한국은 또 하나의 클래식 문화를 만드는 것처럼 보여서 놀라웠다. 그래서 다시 한국에 오고 싶었다."

블라우는 노년 청중이 많은 유럽과 달리 한국에는 젊은 청중이 많다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기도 했다. "젊은 세대가 공연장에 오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도 젊은 청중을 위한 무엇을 했으면 좋겠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자신 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마음으로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콩쿠르 심사위원을 하다보면, 다들 기술은 좋은데 비슷하게 연주한다. 자신 만의 개성을 가지면 경쟁력도 더 생긴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독일을 비롯한 유럽 명문 악단에 속속 입단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은 긴 클래식음악 역사를 지닌 곳이어서,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더 좋은 연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니 추천을 한다. 다양한 국적의 연주자들이 어우러져 연주를 하는 것이 너무 좋다. 유럽 오케스트라들은 다양해진 연주자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 전통의 소리를 지켜나가고 다듬어나갈지 더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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