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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수 출신 LG 한선태와 레전드 양준혁 "영화 같은 일"

등록 2019.06.14 09: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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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한선태

LG 트윈스 한선태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영화 같은 일의 주인공이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프로야구 레전드 양준혁(50)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새로운 스토리를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으로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LG 트윈스 한선태(25)다.

양 위원은 13일 잠실 구장에서 한선태를 만나자 "더 잘해야 한다"고 응원했다.

쉽게 접점을 찾기 힘들어 보이는 두 사람의 인연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은퇴한 양 위원은 은퇴 경기의 입장 수입 전액을 들여 그해 10월 '양준혁 청소년야구 드림페스티벌'을 열었다. 당시 55개 클럽, 100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 '고등학생 한선태'도 있었다.

양 위원에게도, 한선태에게도 잊을 수 없는 대회다.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으려던 양 위원은 이 대회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이후 양준혁야구재단을 설립하는 등 야구를 통해 청소년의 성장을 돕고 있다.

한선태도 이 대회를 또렷이 기억한다. 한선태는 "늘 동네야구만 했는데, 그렇게 큰 대회를 나가본 것은 처음이었다"고 떠올렸다.

한선태는 KBO리그 최초의 '비(非)선수 출신'이다. 고교 시절까지 정식 야구부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고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야구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 복무 후 사회인 야구를 하다가 2017년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한 뒤 기량을 끌어 올렸다. 지난해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서 뛰다 2019 2차 10라운드 95순위로 LG에 지명돼 '꿈'을 이뤘다.

양 위원은 지인을 통해 LG에 지명된 한선태가 자신이 주최한 대회에 참가한 선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프로 선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만큼, 양 위원은 한선태의 프로행에 감격했다. "동아리처럼 야구를 취미로 하는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대회를 열었는데, 진짜 이렇게 꿈이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기뻐했다.

한선태는 아직 육성선수 신분이다. 1군에 들려면 정식선수 등록부터 해야 한다. 올해 퓨처스(2군) 리그에서 16경기에 등판해 20이닝을 소화하며 승리없이 1패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45를 기록했다.

2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그는 이날 류중일(56) LG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을 던졌다. 등번호 111번을 단 한선태는 잠실 구장 불펜에서 힘껏 공을 뿌렸다. 류 감독은 "아직 더 다듬어야 한다. 변화구도 연마를 해야 한다"면서도 "손목 스냅이 있다. 볼이 빠르진 않아도, 묵직하고 빠르게 포수 미트로 들어가는 느낌이 있다"고 칭찬했다.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마침 양준혁 위원이 이날 잠실 LG-롯데전 중계방송을 해설하면서 한선태와 깜짝 만남도 이뤄졌다. 양 위원은 "솔직히 반갑더라. 응원도 하게 된다"며 웃음지었다.

불펜 피칭도 지켜봤다. 양 위원은 "공에 힘이 있다. 충분히 프로에서 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선수 출신이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나 싶다.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꼭 꿈을 이루고 영화같은 일의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선태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 발을 내딛고 있다. 2군에서만 던지던 그에게는 1군에서 공을 뿌린 경험도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한선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성선수이기 때문에 먼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잠실에 와봤다"며 밝게 웃었다.

 "2군에서 평균자책점은 좋지만, 매 경기 고쳐야 할 부분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 코치님들과 상의해서 수정해 나가려고 한다"는 자세다.

조금 돌아가도, 느려도, 꿈을 향해 간다. "프로에 올 때 첫 목표는 2군에서 25경기에 나가는 것이었다. 이제는 2군 올스타전에 나가보고 싶다"며 웃었다. 조금 더 큰 목표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엔트리 확대가 되는) 9월에 혹시 1군에서 불러주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마무리 캠프도 따라가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비선출'이지만 야구선수의 꿈을 꾸는 이들에겐 새로운 희망을 심고 싶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부담은 아니다"며 "내가 잘 되면, 내 뒤에 오려는 (비선출) 선수들의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겠나. 내가 안 되면 '비선출은 안 된다'고 생각할 거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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