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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가 싫어한 오페라 초연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등록 2019.07.10 0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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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연습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연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193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완성된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은 아돌프 히틀러(1889~1945)가 가장 싫어한 오페라로 유명하다. 나치의 상연금지령으로 한때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20세기 오페라 중 하나다.

'서사극'과 '소외효과'로 유명한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가 원작을 썼다. '마하고니'라는 가상도시 이야기다. 마하고니는 '그물망 도시'라는 뜻이다. 그물이나 덫처럼 사람들을 걸려들게 만들어 재산을 탕진하게 만드는 곳이다.

브레히트는 이 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 인해 사회가 번영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다. 자본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국립오페라단이 11~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국내 초연한다. 국내 오페라 무대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다. 

'서푼짜리 오페라'로 알려져 있는 작곡가 쿠르트 바일(1900~1950)은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통해 오페라에 재즈, 래그타임, 카바레 음악 등 새로운 스타일을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등장하지 않는 색소폰, 밴조, 반도네온 등의 악기를 사용했다. '클래식과 엔터테인먼트 음악의 하이브리드'라는 평을 듣는 이유다.

한국 초연은 원작의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시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갓 태동하던 시기로 눈을 돌린다. 드라마투르그 이용숙은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이 담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그로 인한 인간 소외의 문제는, 사실 바로크 시대 유럽 절대왕정이 추구했던 식민지 개척과 중상주의에서 싹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성수 감독

안성수 감독

이번 프로덕션은 시공간적 배경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진다. 블랙 & 화이트의 모노톤, 직선과 사각도형으로 이뤄진 초현실적인 가상의 공간이 배경이다.

연출과 안무는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이 맡는다. 브레히트의 작품을 서사적으로 무대에 옮기는 대신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허무는데 초점을 맞춘다. 안 감독은 "최종 목표는 오페라 무대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블랙코미디식 엔터테인먼트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산업화로 인해 극도로 비참해지고 상품화되는 민초들의 삶을 오히려 우아하고 관능적으로 재현함으로써 블랙코미디를 시도하는 한편, 관객들을 생각에 잠기게 하는 사유의 세계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음악과 몸짓으로 느끼는 감각의 세계로 초대한다"는 것이다.

지휘봉은 작년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를 지휘한 다비드 레일랑이 든다. 바그너 오페라와 현대 오페라의 주역으로 활약 중인 테너 미하엘 쾨니히,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유쾌한 미망인'의 한나로 활약한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엑사가 낭만적인 사랑을 나누는 관계처럼 보이지만, 철저한 계약관계에 불과한 지미와 제니로 나선다. '마농'의 테너 국윤종과 '라 보엠'의 소프라노 장유리가 또 다른 지미와 제니다.

16명의 현대무용수들이 성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에너지 넘치는 장면을 연출한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힘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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