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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 SK감독 "재홍이에게 우승반지 바치겠다"

등록 2019.09.18 16: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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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사망한 정재홍 선수 등번호 새긴 유니폼입고 경기

【서울=뉴시스】SK 문경은 감독 (사진 = KBL 제공)

【서울=뉴시스】SK 문경은 감독 (사진 = KBL 제공)

【마카오=뉴시스】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서울 SK 선수들은 마카오에서 열리는 2019 동아시아슈퍼리그에서 특별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이달 초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 정재홍을 기리기 위해 유니폼에 그의 등번호 '30'과 영문 이름 약자 'JH'를 새겼다.

정재홍은 손목 수술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밤 10시40분경 입원해 있던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SK 선수단은 큰 충격에 빠졌고,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다.

18일 마카오에서 만난 문경은(48) 감독은 정재홍을 떠올리며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눈가는 촉촉했다. "꼭 정상에 올라 우승반지를 가지고 재홍이를 찾아가고 싶다"고 어렵게 말했다.

▲정재홍 그리고 김현준

문 감독은 정재홍의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료진이 CPR(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것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옛날 일이 생각났다. 1999년 10월 당시 삼성 코치였던 김현준이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 했다. 문 감독은 당시 삼성 선수였다. 정신적 지주였던 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문 감독은 "장례식장에서 매일 울기만 했던 것 같다. 형수님, 두 딸과도 매우 친해서 자주 보는 사이였는데"라며 "누워있는 재홍이를 보고 그때 생각이 났다. 한없이 눈물이 흐르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정재홍은 가드 백업 자원으로 2015~2016시즌 오리온이 챔피언에 오르는데 기여했고, 자유계약(FA)을 통해 2017~2018시즌부터 SK 유니폼을 입었다. 정규리그 통산 331경기에서 평균 3.6점 1.8어시스트 1리바운드 0.5스틸을 기록했다.

【서울=뉴시스】프로농구 서울 SK가 이달 초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 정재홍을 가슴에 품고 2019~2020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15일 "이번 시즌 동안 선수들이 정재홍이 달았던 등번호 '30'과 영문 약자 'JH'가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코트 안팎에서 모범이 됐던 정재홍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사진 = SK 나이츠 제공)

【서울=뉴시스】프로농구 서울 SK가 이달 초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 정재홍을 가슴에 품고 2019~2020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15일 "이번 시즌 동안 선수들이 정재홍이 달았던 등번호 '30'과 영문 약자 'JH'가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코트 안팎에서 모범이 됐던 정재홍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사진 = SK 나이츠 제공)

178㎝ 신장으로 농구선수로는 작았지만 자비를 들여 미국으로 스킬트레이닝을 다녀오며 약점을 보완할 만큼 열정이 대단했다. 팬과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걸로도 유명했다.

문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고 엔트리에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지 않느냐"며 "재홍이는 컨디션과 상관없이 엔트리에서 못 뺐다. 뺄 수 없는 선수였다. 분위기메이커로 벤치 분위기를 이끌었다. 지도자들이 정말 데리고 있고 싶어 할 선수였다. 너무 안타깝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힘들 때마다 재홍이를 떠올리자'고 했다. 한 발 더 뛰어서 꼭 정상에 올라 우승반지를 재홍이에게 바치고 싶다"고 더했다.

▲"문애런? 처음에는 많이 속상했죠"

2011~2012시즌 감독대행으로 SK 사령탑에 오른 문 감독은 벌써 9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2017~2018시즌 SK를 정상으로 이끄는 등 베테랑이 됐다.

그러나 그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팬들 사이에서 '문애런'이라고 불린다. 간판 외국인선수 애런 헤인즈(38)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의미다.

문 감독은 "기분이 좋을 수 있겠나. 나 나름대로 팀의 제1옵션인 헤인즈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런데 다들 헤인즈에게 기댄다고 한다. 처음에는 많이 속상했다"며 "우승하면서 많이 울었던 것도 그 부분에 대한 설움같은 게 있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SK 자밀 워니 (사진 = KBL 제공)

【서울=뉴시스】SK 자밀 워니 (사진 = KBL 제공)

SK는 2019~2020시즌도 헤인즈와 함께 한다. 한국에서 12번째 시즌으로 최장수 외국인선수다.

문 감독은 "솔직히 '또 헤인즈냐'는 말은 구단 내에서도 있었다. 그러나 헤인즈와 내가 SK에서 함께 한 경험과 선수들과의 조화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헤인즈는 2옵션이다. 새 외국인선수 자밀 워니를 영입했다.

워니는 17일 마카오의 탑섹 멀티스포츠 파빌리온에서 벌어진 블랙워터 엘리트(필리핀)와의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트리플더블급 활약(26점 14리바운드 8어시스트 3스틸)을 펼치며 SK의 93-77 승리를 이끌었다.

200㎝ 115㎏의 육중한 체구에도 공수전환에 능했고, 공수에서 기복 없는 모습을 보였다. 마카오에 오기 전, 국내 연습경기에서도 '라건아(현대모비스)의 대항마'로 언급되며 관심을 모았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 2017~2018시즌 베스트5, 올해의 센터상을 받은 적이 있는 실력파다.

문 감독은 "우리 팀의 메인 외국인선수는 워니"라며 "KBL에서 평균 20점 10리바운드를 할 것으로 보고 선택한 선수다. 라건아와 비교되곤 하는데 높이와 트랜지션에서 라건아에게 뒤질 게 없다고 본다. 단 경험은 라건아가 앞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헤인즈가 곁에서 워니의 적응을 돕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각 선수들의 특성을 설명하며 빨리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며 "워니는 달릴 수 빅맨이다. 우리는 김선형, 최준용, 안영준 등 공격형으로 빠른 선수들이 많다. 결국 다득점 농구를 해야 한다. 쿼터당 20점 이상은 올려야 80점대 경기가 가능하다. 많이 넣는 재미있는 농구를 펼치겠다"고 했다.

SK는 지난 시즌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9위에 머물렀다. 재도약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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