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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봉쇄 한달...암환자 등, 코로나19에 밀려 '생사기로'

등록 2020.02.20 17: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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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병원도 위독한 암 환자 받아주지 않아"

[우한=AP/뉴시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지난 6일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 19 환자를 격리병동으로 옮기고 있다. 2020.02.20

[우한=AP/뉴시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지난 6일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 19 환자를 격리병동으로 옮기고 있다. 2020.02.20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이 봉쇄된지 23일로 꼭 한달째를 맞는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19로 사망했으며 지금도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 와중에 또다른 피해자들도 있다. 바로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아픈 만성 환자들이다.

우한의 병원들이 밀려드는 코로나 19 환자를 수용하느라 정상 진료를 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면서 암, 요독병, 급성 심근경색 등 중증 또는 응급 환자들이 사지(死地)로 몰리고 있다고 중국 유력 경제지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20일 보도했다.
 
메이르징지신원에 따르면 폐선암을 앓고 있는 다쩌우(大左·가명)의 부친은 우한에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후 정상적인 진료를 받지 못했다. 항암을 위한 화학요법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다쩌우의 부친은 병세가 악화됐고 3일전 급기야 각혈까지 했다.
 
다쩌우는 최근 암 환자인 부친을 모시고 시내 병원 3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진료를 받는데 실패했고 지혈만 겨우 받을 수 있었다. 다쩌우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절박함과 분노를 담아 "우한의 어느 병원도 위독한 암 환자를 안전하게 받아줄 곳이 없다"고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다쩌우가 우한 셰허(協和)병원 응급실 앞에 서서 기자의 전화를 받을 때 마침 그의 부친은 수술실로 들어갔다. 전화를 받는 다쩌우의 목소리는 떨렸고, 그 어떤 전화도 놓칠 수 없다는 듯 다급했다. 전화 한통이 부친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어서다.
 
다쩌우는 우한에서 코로나 19가 유행한 이후 흔히 볼 수 있는 아픈 사연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메이르징지신원은 지적했다. 암 환자와 요독증 환자, 급성 심근경색 환자 등이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사지로 몰리고 있고, 이들의 죽음은 코로나 19보다 더 빨리 찾아온다는 것이다.
 
우한에 사는 샤오옌(小姸·가명)은 지난 9일 친구들에게 보낸 SNS 위챗 메시지에서 "오늘 새벽 구급차가 출동했다. 보름 만에 4번째다"고 했다. 사실 그는 코로나 19 신규 감염자를 실어 나르는 구급차를 보면서 코로나 19에 대한 두려움 보다 항암 치료를 받지 못하는 모친을 걱정하는 마음이 크다.
 
샤오옌의 모친은 지난해 여름 난소암 3기 확진을 받았다. 샤오옌의 모친은 반년에 걸친 항암치료 끝에 '많이 좋아졌다'는 의료진의 진단을 받았지만 우한을 덮친 코로나 19로 화학요법을 제때 받지 못하게 되면서 병세는 급격히 악화됐다.
 
샤오옌의 모친은 지난달 28일 이후 화학 요법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항암 치료가 지연될수록 생명은 빠르게 꺼져갈 공산이 크다. 샤오엔 모친은 한달전 우창(武昌)병원에서 장기내 출혈과 두개내 출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샤오엔은 모친이 지금 행운을 바라고 있다면서 코로나 19도, 암도 모두 질병이라고 초조함과 분로를 토로했다. 악성종양은 중국인 사망원인 제2위에 해당하는 질병이다. 지난해 4월 후베이성 정부 발표에 따르면 후베이성에서 10만명이 악성종양으로 숨졌다.
 
요독중 환자들도 어려움이 크다. 요독증 환자는 정상적인 배뇨를 할 수가 없어서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지 못하면 몸이 붓고 내장기관이 망가져 결국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요독증 환자인 싱팡(邢方)은 지난해 9월부터 매주 2~3회, 회당 4시간씩 혈액 투석을 받아왔지만 코로나 19가 유행하면서 최근 한달 가량 투석을 받지 못했다. 그는 병원 3곳을 찾아 다녔지만 모두 코로나 19 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이른바 '정점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다른 치료를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싱팡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겠느냐"고 심정을 토로했다.
 
코로나 19로 방치된 환자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한대 중남병원 응급센터 부주임인 런시장(任夏劒)의 추계에 따르면 평상시 중남병원에는 매해 12만명에 달하는 응급환자를 받는다. 이중 10~20%은 응급 처치가 필요한 환자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확산된 이후 응급환자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코로나 19 감염자 응급 처치를 포함한 규모다. 메이르징지신원은 우한시 봉쇄로 인한 교통사고 감소분을 고려해도 상당한 수의 환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과 의료진들은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부족한데다 추가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일반 환자는 가려 받을 수밖에 없다고 이 매체에 토로했다. 우한에서는 코로나 19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코로나 19 전담병원으로 차출되는 병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의료진마저 코로나 19에 감염되면서 의료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의사들은 코로나 19에 감염돼 격리돼 있고, 의료 공간은 폐쇄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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